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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334

최고의 건물 오랜만에 남기는 글이네요. 이 책의 번역을 마치고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습니다. 참 여러모로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문장이야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다 용어가 문제죠ㅎㅎ 매번 작업을 하면서 나름 분야별 용어라든지 정리를 잘 해두는 편이지만, 문제는 막상 새로 작업에 들어가면 항상 새로운 용어가 튀어나온다는 거죠. 정말 힘들더군요ㅎㅎ;; https://www.xknowledge.co.jp/book/9784767831404 X-Knowledge | 最高の建物と街を描く技術 最高の建物と街を描く技術 内容・概要 建築のプロ×イラスト、マンガ、アニメのプロ=無敵の背景画。 建築誌ならではの視点でつくられた背景画・パース特集として話題になり、 専門誌と www.xknowledge.co.jp 최근에 괜찮게 봤던 작품집이 있습니다. 埜々.. 2024. 4. 19.
최고의 건물과 거리를 그리는 기술(最高の建物と街を描く技術) 처음에 보고 꼭 한국에도 나왔으면 했던 책입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번역했던 책의 저자분도 여러 분이 참여하셨고, 내용이 상당히 기대를 했었거든요. 요시다 세이지, 요-시미즈, 후지초코 등등 일본 작가를 잘 몰라도 이쪽에 관심이 있으시면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그런 작가분들이죠. 건축 지식이라는 일본 잡지에 계속 연재가 되어오던 내용이었고, 잡지 표지를 볼 때마다 단행본으로 나오겠구나 예상은 했었지만, 보통 여러 작가분들이 참여한 책은 저작권 문제가 얽혀서 계약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근데 다행이 이번에는 일이 잘 진행이 된 모양입니다. 내년 2/4분기 정도를 보시면 되지 싶어요. 혹시 구매를 생각하셨던 분들은 잠시 기다리셔도 좋을 듯합니다. https://www.xknowledge.co.jp/.. 2023. 12. 5.
옵시디언(Obsidian) | 홈페이지 : https://obsidian.md/ Obsidian - Sharpen your thinking Obsidian is the private and flexible note‑taking app that adapts to the way you think. obsidian.md 노트가 참 많은데, 저도 여러 가지 쓰다가 에버노트에 한동안 정착했었다가 한동안 에버노트가 좀 아팠잖아요. 쓰셨던 분들은 잘 아실 거예요. 그러다가 노션, 원노트 좀 만지다가 업노트에 잠시 머물렀다가 옵시디언까지 왔습니다. 내가 쓰고자 하는 목적과 기능이 일치하는 앱이 가장 좋은 앱이지만, 옵시디언을 쓰지는 않더라고 한번 만져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일단 무료니까요. 옵시디언은 데이터가 서버가 아니라 PC에 .. 2023. 10. 3.
2023년 9월 29일 “편집자님이 어지간히 마음에 드셨던 모양입니다. 덕분에 마츠시타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면서도 전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은......” 테시가와라는 복받치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문밖에서 매미가 요란하게 울었다. 그러고 보니 정원수 관리업자에게 연락하는 것을 깜빡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무로미 쿄코는 엄마의 여동생이다. 이십 대 후반에 유명한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고, 내가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에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치밀한 구성. 읽기 쉬운 어색하지 않은 문체. 페미니즘이나 루키즘, 정신의료 등, 시대를 반영한 다채로운 테마. 그리고 속뜻을 알게 되면 눈이 번뜩 뜨이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교묘한 타이틀. 무로미의 작품에 담긴 특징은 문단의.. 2023. 9. 29.
2023년 9월 27일 먼저 교정쇄 쪽으로 손을 뻗었다. 단행본 표지 오른쪽에 타원형의 고풍스러운 거울이 그려져 있고, 그 속에 여성의 얼굴이 크게 들어가 있었다. ‘거울의 나라’라는 타일틀과 저자명은 거울 왼쪽에 위풍당당하게 쓰여 있었다. 특이한 점은 X표를 그리는 균열로 거울이 네 개로 나뉜 상태였다. 저자인 무로미 쿄코의 지시였다. 디자인 메모가 원고에 첨부되어 있었다. 4분할이라는 수까지 명기되어, 작품에 등장하는 네 사람의 주요 인물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테시가와라 아츠시에 따르면 무로미 쿄코는 자신은 소설의 프로이지, 책 제작의 프로가 아니니라며, 표지에 대해서 특별히 의견을 나타내는 타입의 소설가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 저자가 중요한 유작에 덧붙인 희망을 존중하고자, 디자인은 무로미 쿄코의 지시를 충실하게.. 2023. 9. 27.
2023년 9월 25일 나는 이모가 싫어졌다. 결국 옳았던 것은 내가 아니라 엄마였다. “무로미 쿄코 작가의 유작 ‘거울의 나라’ 원고, 덕분에 회사에서도 무척 호평이고, 초판부수도 크게 높일 수 있을 듯합니다.” 좌탁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무릎을 꿇고 앉은 마츠시타 출판사의 편집자 테시가와라 아츠시는 넓은 이마에서 쉴 새 없이 솟아나는 땀을 닦았다. 일기예보가 연일 이상기상을 알리는 8월 상순의 폭염 속에서 항상 적절 온도를 유지하는 냉감 의류가 아닌 와이셔츠와 슬랙스 차림에, 휴대용 선풍기도 없이 카마쿠라의 언덕 위에 있는 이 저택까지 가장 가까운 역에서 걸어왔으니 무리도 아니다. 더구나 불혹은 넘긴 그는 몸이 많이 불은 상태다. 뭐, 체형이야 약으로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는 시대에 굳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2023. 9. 25.
2023년 9월 21일 Case1 파라노말 뷰 -심홍색 추억- 오키노 슈야는 역 북쪽 출입구에서 시작되는 네온 불빛이 비추는 길을 걸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밤거리. 도쿄 스카이트리에 가까워질수록 점차 주위에서 일본어 소리가 사라지고, 중국어, 한국어, 타갈로그어, 러시아어로 말하는 소리가 많아진다. “샤오디디(小弟弟)” 중국어로 막내 동생, 호객이 목적인지 중년의 여성이 웃으면서 말을 걸어왔다. ‘아직 애로 보이나. 나도 성인이야.’ 받아치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고 지나쳤다. 지금은 다른 목적이 있다. 문득 일본어가 전혀 들리지 않게 되고, 길에 늘어선 간판 속에도 일본어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도쿄도 스미다구 킨시쵸. 두 번째 도쿄 올림픽이 끝났을 무렵부터 일본식 중국어로 페이리벤(非日本)이라고 불리게 된 외국인 근로자가.. 2023. 9. 21.
2023년 9월 8일 제가 번역을 하면서 크게 따지는 부분은 문법의 적합성보다는 글의 논리성입니다. 일단 그냥 글을 썼는데 문법을 따져야 할 정도면, 문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잖아요. 태어나서 성장 과정에 접하는 많은 말과 글로 대강 언어의 흐름을 체득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냥 무난하게 쓰면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는데, 대게는 뭔가 다르게 쓰려고 혹은 특별하게 쓰려고 애를 쓰다가 꼬인 것이 대부분이거든요. 글의 논리성이라고 하면, 이게 무슨 개소리야 하고 반응하실 듯합니다. 예를 들면 아래 두 문장의 차이입니다. 1)선택지가 넓어집니다. 2)선택지가 많아집니다. 사실 그냥 넘어가도 크게 문제는 없어요. 그렇지만, 많아진다와 넓어진다는 엄연히 다르죠. 선택지는 시험의 보기와 같습니다. 그러니 많아질수는 있어도 넓어질 수는 .. 2023. 9. 8.
2023년 09월 01일 1 오늘 아침은 파란 호랑이가 들어왔단다, 하고 카에데의 조부가 말했다. “손잡이를 어떻게 돌렸을까. 참 재주도 좋구나.” 조부는 호랑이가 서재로 들어왔다는 것보다도, 몸이 파란색 체모에 뒤덮인 것보다도 호랑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는 점에 더 놀란 듯했다. “물리지 않아서 참 다행이네요.” 카에데는 일부러 우습다는 듯이 말했다. 속으로는 모처럼 일어났는데 또 그런 이야기야, 하며 살짝 낙담했다. 주 1회 정도 방문하지만, 조부는 거의 항상 누운 채였다. 게다가 가끔 일어나 있더라도 환시(幻視)로 본 것에 관한 말뿐이었다. 그리고 카에데가 돌아갈 때까지 그런 이야기만 계속했고, 제대로 된 대화는 성립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카에데는 솔직하게 “파란 호랑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여러 번 맞장구를 쳤다... 2023. 9. 1.
2023년 8월 28일 험악한 인상의 거한이 거대한 천막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어두컴컴하던 텐트 내부에 잠시 빛이 들어왔다가 곧바로 물러갔다. 서너 개의 야전 침대와 접의식 철제 의자, 철제 테이블 하나. 그 위에는 노트북과 서너 개의 소형 단말기. 테이블 옆의 바닥에는 빨간색 바탕에 흰색 십자가가 그려진 구급의료함이 전부인 공간이었다. 거한은 들어오자마자 야전 침대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흰색 가운을 입은 남자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괜찮은 겁니까?" 표현은 정중했지만 말투는 한없이 날카로웠다. 위압감을 느낌 의사는 엉거주츰 의자에서 일어나 거한을 보면서 대답했다. "네, 뭐. 떨어진 돌이 이마를 스치면서 살짝 긁힌 정도니까요. 곧 깨어날 겁니다." "그것 참 다행이네요.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 2023. 8. 28.
2023년 8월 27일 험악한 인상의 거한이 거대한 천막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어두컴컴하던 텐트 내부에 잠시 빛이 들어왔다가 곧바로 물러갔다. 서너 개의 야전 침대와 접의식 철제 의자, 철제 테이블 하나, 빨간색 바탕에 흰색 십자가가 그려진 구급의료함이 전부인 공간이었다. 거한은 들어오자마자 야전 침대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흰색 가운을 입은 남자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괜찮은 겁니까?" 의사는 거한을 보면서 대답했다. "네, 뭐. 떨어진 돌이 이마를 스치면서 살짝 긁힌 정도니까요. 곧 깨어날 겁니다." "그것 참 다행이네요.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자칫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다들 각오해야 할 테니까요." 가운을 입은 남자는 마른침을 삼키고, 두 손을 비비면서 비굴한 자세로 거한에게 다가.. 2023. 8. 27.
간만에 영상번역 오랜만에 영상 번역을 했더니, 많이 힘드네요. 그림 제작 과정 설명 영상이라 더 그랬던 것 같네요. 자막 입력하면서, 이 양반은 말을 왜 이렇게 하지라는 생각을 계속 들더군요. 아니 말을 시작하고 제대로 끝을 맺으면 좀 좋아요. 영화나 애니, 방송 프로그램이면 대본이 있기도 하고, 인물의 대사라고 끝맺음이 명확하잖아요. 뭐 그정도까지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말이죠. A문장에 1단란, 2단락이 있고, 이어서 B문장이 이어진다고 하면, A문장 마침표에 한 박자 쉬고, B문장에 들어가면 되는 거잖아요. 근데 이 양반은 A문자 1단락 쉼표를 질질 끌거나 한참 쉬었다가 A문장 마침표와 B문장을 바로 이어서 말을 하니까 돌겠는 거죠. 했던 말 반복했던 구간도 많고요. 그나마 방송되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 올려놓을 영상이.. 2023.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