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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2023년 8월 27일

by blacksnowbox 2023. 8. 27.

험악한 인상의 거한이 거대한 천막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어두컴컴하던 텐트 내부에 잠시 빛이 들어왔다가 곧바로 물러갔다.
서너 개의 야전 침대와 접의식 철제 의자, 철제 테이블 하나, 빨간색 바탕에 흰색 십자가가 그려진 구급의료함이 전부인 공간이었다.
거한은 들어오자마자 야전 침대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흰색 가운을 입은 남자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괜찮은 겁니까?"

의사는 거한을 보면서 대답했다.

"네, 뭐. 떨어진 돌이 이마를 스치면서 살짝 긁힌 정도니까요. 곧 깨어날 겁니다."

"그것 참 다행이네요.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자칫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다들 각오해야 할 테니까요."

가운을 입은 남자는 마른침을 삼키고, 두 손을 비비면서 비굴한 자세로 거한에게 다가갔다.

"아무렴요. 그 적은 단서로도 유적지 위치까지 제가 찾지 않았습니까. 끝까지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모쪼록 위원회 쪽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거한은 남자의 양쪽 어깨를 잡아서 상체를 바로 세웠다. 그리고 흐트러진 가운의 옷깃도 바로 잡아 주었다.

"당장 이번 프로젝트의 마무리나 신경 쓰세요. 목숨줄이 붙어 있어야 위원회고 뭐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마력 순환 이상 체질에 사라져도 괜찮을 사람을 찾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잘 챙기세요, 교수."

--

강한 빛이 눈동자를 덮고 있는 눈꺼풀을 훑고 지나는 느낌에 눈을 떴다.
게슴츠레 뜬 눈의 시야는 뿌옇게 흐리기만 했다.
어렴풋이 대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러다가 잠시 빛이 들이치고는 곧바로 어두컴컴해졌다.
눈을 몇 번 깜빡이자 그제야 눈앞에 또렷해졌다.
방금 빛이 들어왔다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서 있는 흰색 가운을 입은 남자가 보였다. 정수리에서 아래로 천천히 남자를 훑어 내려오다가 부들부들 떨리는 꽉 움켜쥔 손이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말을 걸어보려고 해도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목이 말랐다. 혀로 입술을 핥았는데 꺼칠꺼칠했다.

'눈을 뜨니 낯선 장소. 당황하지 말자. 이래 봬도 난 웹소설로 단련된 몸이다.'

"저, 저기요. 선생님."

다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남자를 불렀다. 반응이 없었다. 목소리가 너무 작았었나 보다.

"저, 저기요! 선생님!"

남자가 천천히 돌아서서 날 보았다.

"깨어났으면 어서 나가보게. 상처는 대충 치료했으니, 괜찮겠지."

날 노려보는 눈빛이 너무 따가웠다. 그렇다고 그냥 예 하고 나갈 수는 없다.
일단 장르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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