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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334

2022년 12월 24일 “범인은 부엌에서 피를 씻고 손을 닦은 뒤에, 그 타월로 피웅덩이의 지문을 닦아낸 것이라고 보면 되는 걸까요.” “중앙에 분홍색 천은 뭐냐.” “식기용 아닐까요. 왼쪽 봉에 아무것도 없잖아요. 범인이 사용한 타월은 본래 저기에 있던 손을 닦는 타월이 아니었을까요. 자취를 하지 않더라도 이 정도는 누구라도 알 텐데.” 싱크대 아래의 문을 열었다. 부엌칼 꽂이가 문 안쪽에 붙어 있었다. 구멍은 4개. 끝에서 두 번째 구멍에 작은 부엌칼이 하나 꽂혀 있었다. 남은 구멍은 비어 있었다. 가장 앞쪽에 꺼내기 가장 쉬운 구멍에는 부엌칼이 없었다. 작은 부엌은 바로 옆이었다. 싱크대 가장자리에 플라스틱 재질의 거름망이 있고, 접시와 밥그릇, 컵이 들어 있었다. 완전히 마른 상태였다. 역시 부엌칼은 보이지 않았다. 감.. 2022. 12. 24.
2022년 12월 23일 책장 반대편, 동쪽 서랍장을 열었다. 상단에는 이불과 의류 케이스, 하단에는 중간 크기의 박스가 2개 들어 있었다. 모두 박스 테이프가 붙어 있지 않았다. 앞쪽 박스를 열었다. 만화책과 CD케이스가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안쪽 상자를 들여다보았다. 검은색 바탕에 ‘3rd LIVE TOUR 2018’라는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토트백이다. 로고 아래에는 투어 일정으로 보이는 ‘01/20~04/01’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애니메이션 관계의 주년 라이브 투어 굿즈인 듯하다. 토트백 밑에는 같은 작품의 굿즈를 증명하듯이 ‘2nd LIVE 2017 02/11~12’라는 로고가 찍힌 가방과 캐릭터가 프린트된 티셔츠, 경광봉과 아주 흡사한 짧은 플라스틱 봉이 들어 있었다. 손잡이 부분의 스위치를 누르자, 위쪽 .. 2022. 12. 23.
2022년 12월 22일 츠쿠바 시내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대학생 타카하시 호나미가 자택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것은 오늘 아침, 5월 16일 7시 30분경이었다. 첫 번째 발견자는 피해자의 친구. SNS, 전화로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 피해자의 집을 찾았지만,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었다. 문 손잡이를 돌려보았는데 잠겨있지 않았다. 큰일이 났다는 예감에 문을 열었더니 피웅덩이 속에 쓰러져있는 피해자를 발견했다고 한다. 타살이었다. 감식의 소견으로는 흉기는 부엌칼. 피해자의 사망 추정 시각은 사체 발견보다 반나절 전인 5월 15일 밤 이전이다. 현관에 들어서자 오픈 키친이 붙어 있는 3평 정도의 단칸방이었다. 남쪽으로는 1평 반 정도의 작은 방. 모두 바닥은 플로링이다. 공간을 나누는 문이 활짝 열려 있었.. 2022. 12. 22.
2022년 12월 17일 제1화 연회가 끝나고 핸드폰, 확인. 경찰수첩, 확인. 스마트 글래스, 확인. 몸가짐도...... 아마, 문제없음. ‘출입금지’를 나타내는 노란색 테이프 밑을 지나서 녹슨 계단으로 2층으로 올라갔다. 통로의 손잡이를 따라 걸으면서 ‘입주자 모집 중’이라고 붙여 놓은 종이 앞을 지나, 문 정면에 서서 야부우치 유이호는 숄더백에서 스마트 글래스를 꺼냈다. 스마트 글래스라고 해도 외견은 버튼이 달린 고글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수사기관에 보급되고 있다고 들었지만, 일본에서는 겨우 시범운영이 막 시작되었다. 유이호는 숨을 가다듬고,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했다. 오른쪽 관자놀이 부근에 있는 녹화버튼을 눌렀다. “2022년 5월 16일, 11시 15분. 나카죠, 야부우치반, 검증을 시작합니다.” 무사히 버벅거리지 않고.. 2022. 12. 17.
2022년 12월 15일 “이 C도 모방범이라는 건가요.” 장년의 수사관이 지적하자, 카라스마는 고개를 흔들었다. “사인인 자창의 형태가 다른 세 건과 동일한 점을 보면, 별건인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오히려 치치부의 사건과 관련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최초의 세 건은 사체 발견 일자의 간격이 1주일에서 1개월에 가깝게 비지만, 세 번째인 야시오와 네 번째인 치치부는 불과 2일입니다. 게다가 치치부는 사후 경과 기간이 사체 발견 일자에서 ‘1일 이상’. 호수에 잠겨 있었기 때문이지만, 각인의 순서를 무시하면 어느 쪽 피해자가 먼저 살해되었는지 확정할 수 있는 물증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치치부의 피해자가 야시오의 피해자 다음에 살해되었다고 생각할 이유도.”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방금 전의 소.. 2022. 12. 15.
2022년 12월 14일 하마터면 수사의 방향을 잃기 직전에, 두 건의 C에 주력하시죠라고 제안한 것이 과장 보좌인 카라스마였다. “규칙성이 없는 부분에는 반드시 무언가 있을 것입니다. 우선은 그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라스마의 방침에 따라 분산되어 있던 수사 정보를 집중시킨 결과, 후추의 C 사건 피의자가 어제 체포되었다. 그리고 지금 모방범이라고 확정 지었다. 합동 수사본부가 설립된 초기에는 카라스마에 대해 ‘임시직 따까리가 건방지게’라는 쌀쌀맞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탈선 직전의 수사가 그런대로 궤도가 수정된 지금은 반대로, 베테랑 수사관의 감탄과 경외의 시선이 쏟아졌다. 주목의 인물은 강경한 태도의 수사관들 앞에서 엉뚱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빼어 용모의 청년은.. 2022. 12. 14.
2022년 12월 13일 ‘안녕하십니까 두 분의 혼약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반 사정으로 오랫동안 소식을 파악하지 못해, 축하의 마음을 너무 늦게 전해드려 면목없습니다. 사죄의 의미로 약혼자분인 우라가미 아야네 님의 사진을 동봉합니다. 왼쪽 입가에 점이 사랑스러운 분인 듯합니다. 자화자찬이오나, 분명 ----님의 마음에 드는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래 직접 전해드려야 마땅하오나, 다망한 와중에 이런 식으로 인사를 드리게 되어 거듭 사죄드립니다. 근일 중으로 축하 선물을 준비하겠습니다. 대리인을 통해 전하오니, 부디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이것으로 축하 인사를 마치겠습니다. 언제까지나 행복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20xx년 xx월 xx일 Nevermore -–-님’ “후추의 C 피의자는 최초 A와 B 두 건에 대한 알리바이가 확.. 2022. 12. 13.
2022년 12월 11일 무심히 말하는 엄마의 얼굴은 어딘가 딱딱하고, 아빠의 영정을 보고 있던 나를 원망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 바로 갈게.” 아무렇지 않은 척 돌아보니, 엄마의 얼굴은 건너편으로 사라졌다. 책망하는 듯한 눈빛을 느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엄마는 옛날부터 계속 나를 그날의 눈빛으로 보았으니까. 정확히 아빠가 사고를 당한 무렵부터다. 점심을 먹고 나는 2층에 있는 내 방으로 갔다. 방 안은 약간 먼지가 앉은 정도였지만, 오래 사용한 책상, 싱글 침대, 위에서 두 번째 칸이 무거워서 열기 힘든 옷장 등, 익숙한 광경을 보니 역시 마음이 차분해지는 듯했다. 짐을 두고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았다. 돌아가기 전에 모처럼 중학교와 고등학교 동급생과 연락을 하려고 했는데, 막상 하려니 주저하고 말았다. 일.. 2022. 12. 11.
2022년 12월 09일 첫날 “저 왔어요.” 현관문을 열고 인사를 하니 어머니가 놀란 얼굴로 거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어머나, 고토미니? 상당히 빨리 왔네.” “때마침 시간이 맞는 버스가 있었으니까.” 짐을 내리고 거실 끄트머리에 걸터앉았다. 엄마는 앞치마에 손을 닦으면서 터벅터벅 슬리퍼 소리를 내면서 다가왔다. “아아- 피곤하다. 엄마, 나 차 좀 줘요.” “뭐야, 오자마자. 짐, 이쪽으로 옮겨 놔.” 나는 가방을 들고 거실로 향하는 엄마의 어깨너머를 보고 나서 힘들게 일어섰다. 역에서 버스를 타면 수십 분 정도의 거리지만, 오랜만에 본가로 가는 길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고, 지친 몸은 무척이나 무거웠다. 익숙한 거실로 들어서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열린 창문을 지나온 기분 좋은 바람은 땀에 젖은 피부를 식혀주는 듯했.. 2022. 12. 9.
2022년 12월 07일 트렁크를 닫고 운전석으로 가서 차에 올라타고,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시동을 걸었다. 잠든 듯이 멈춰 있던 차는 몸을 떨기 시작하더니, 주위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발산했다. 두 개의 헤드라이트가 밝은 빛을 내뿜으며 차는 천천히 발진했다. 배후의 경치는 지나치자마자 깊은 어둠에 먹혔다. 깊은 숲의 산림에 다시 빗소리만 들리는 정숙이 찾아왔다. 이날, 이 시간, 여기서 일어난 일은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8월 20일 오후 3시 32분 시도(市道) 나라오사카 미나미타와라선] 어딘가 먼 곳에서 자동차 클랙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리의 소란을 관통하듯이 울리는 경관의 호루라기 소리. 개 짖는 소리와 비슷하지만, 더 크고, 길고, 날카롭다. 예고 없이 울리더니 어느새 귀까지 다가온 소리에 항상 놀라서 몸을 떤.. 2022. 12. 7.
2022년 12월 06일 이윽고 충분한 크기의 구덩이가 되자, 옆에 쌓아두었던 흙더미에 삽을 꽂았다. 그리고 빈 손으로 발밑의 쓰레기봉투를 하나 끌어다가 묶인 입구를 풀고 들어 올리고는 내용물을 구멍 속으로 떨어뜨렸다. 구토를 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검은 액체와 고형물이 쏟아졌다. 마지막에 봉투를 뒤집어서 물기를 털어내고, 다시 뒤집어서 작게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남은 두 개의 쓰레기봉투도 마찬가지로 입구를 풀었다. 세 개의 쓰레기봉투를 전부 비워내고는 다시 삽을 들어서 쌓아둔 흙을 구덩이로 밀어 넣었다. 구덩이를 팔 때처럼 묵묵히 익숙한 동작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비를 빨아들여 무거워진 흙이 절반쯤 액체로 채워진 구멍 바닥에 잠겼다. 짙은 흙냄새와 숲 냄새, 강렬한 썩은 냄새가 주위를 가득 매웠다. 그때 갑자기 비옷의 손이 .. 2022. 12. 6.
2022년 12월 05일 울창하게 우거진 산림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의 도로. 아스팔트로 포장된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는 검은 뱀이 기어가듯이 산간을 지나 멀리 숲까지 이어져 있다. 국도도 치고는 정비 부족이 눈에 띌 정도로 노면 상태가 좋지 못했지만, 부근에는 다른 도로가 없고, 인근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귀중한 생활 도로 역할을 했다. 거친 빗줄기가 쏟아지는 여름밤. 산자락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차도 가운데 한 대의 승용차가 정차 중이었다. 완만한 커브에서 다음 커브까지 이어지는 살짝 높은 오르막길 중간 지점. 차양처럼 도로 위로 밀고 나온 나무 아래에서 비를 싫어하는 짐승처럼 차가 몸을 숨기고 있었다. 헤드라이트도 브레이크 램프도 꺼져 있었고, 엔진도 멈춘 상태였다. 민가는커녕 가로등도 존재하지 않는 이 도로에서는 위험.. 2022.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