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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2023년 08월 02일

by blacksnowbox 2023. 8. 2.

“타카기. 아침은, 그게 다야?”

업무 시작 전에 책상에서 어제 남은 일을 정리하면서 프로틴바를 씹고 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보라색 숄을 걸친 여성이 의아하다는 듯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하나무라 카요코. 내 신입 교육을 담당했었다. 1살 아이의 엄마인 30대. 소탈한 성격으로 아이를 낳을 때 깔끔하게 잘랐다고 하는 쇼트커트가 잘 어울린다.

“아아. 지금 바로 외근 나가야 해서요.”
“타치가와 비행장 강습이잖아. 그러면 오히려 더 잘 먹어야지. 교관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나면, 꼴불견이잖아.”

눈앞에 랩에 싸인 삼각형 물체가 놓였다. 옛날이야기에나 등장할 법한 커다란 주먹밥이다. 당황했지만, 이론은 받지 않겠다는 상사의 단호한 태도에 못 이겨 머뭇거리다 주먹밥을 집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회사의 건강 진단이 있었는데, 불건전한 생활을 보내는 부하의 건강 관리도 좀 하라고 위에서 독려하기라도 한 걸까.

오랜만의 편의점이 아닌 주먹밥은 가정의 맛이었다. 알맹이는 후레이크가 아니라 제대로 구운 연어가 들어 있었다. 은근한 짠맛에는 가족의 건강을 염려하는 하나무라 씨의 모습이 담긴 듯했다. 이것이 엄마의 손맛이라는 건가.

“애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가.”

하나무라 씨는 내가 먹는 모습을 지긋이 관찰하면서 설교 모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젊은 친구가 잘 안 먹으면 괜히 걱정되고 그래.”

“...... 잘 안 먹는 젊은 남자라면 저기에도 있는데요.”

나만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려고 외근으로 드문드문 자리가 비어있는 사무실을 둘러보다가 근처의 책상 섬에 홀로 고독하게 앉아 있는 사람을 가리켰다. 가몬 요이치. 나보다 2기 위의 선배 사원으로 부서는 다르지만, 인턴 시절에 신세를 진 인연으로 안면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종업원이 50명도 안 되는 벤처기업에서는 대부분의 사원이 안면이 있는 사이나 마찬가지다. 너무 말라서, 해골이 안경을 쓴 듯한 모습의 선배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노골적으로 모른 척을 하며, 무심한 얼굴로 노트북을 만지기 시작한다. 온몸으로 ‘신경 꺼’ 아우라를 발산했다. 선배와는 거리끼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사이지만, 이 사람은 결코 세심한 성격도 아니고, 사교적이지도 않다.

“가몬 씨.”

하지만 하나무라 씨는 그런 아우라를 무시하고 성큼성큼 선배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아침밥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멈췄다.

“먹었습니다.”

“뭘?”

“그게...... 히비키야의, 카레.”

“호오. 그런데, 거기 오픈이 11시였지 않나?”

뚝하고 대답이 끊겼다. 마무리가 아쉬워. 선배가 내게 구원을 기대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방금의 태도를 보면 너무 염치가 없다. 나도 무시했다.

“그러면, 이거. 할당량이야.”

선배의 책상에도 쌀덩어리가 놓였다.

“아침에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하루 종일 머리가 안 돌아간다고요......”

선배는 원망하는 듯이 중얼거리면서 마지못해 배급품으로 손을 뻗었다.

“자, 이걸로 두 사람 모두, 일단 칼로리는 섭취했는데.”

하나무라 씨는 선배의 무시하고 계속했다.

“영양 밸런스는 엉망이니까. 밤에 각자 야채를 꼭 먹을 것. 아만은 혼자 살지? 가끔은 해 먹기도 해? 타카기는.”

하나무라 씨의 말이 멈췄다. 그녀에게는 우리 집 사정을 어느 정도 말해두었으니 어떻게 물어야 할지 망설이는 투다. 내가 먼저 대답했다.

“합니다, 요리.”

“어머니가?”

“아니요, 제가요. 평일에는 만들 여유가 없어서 주말에 일주일 분을 만들어 용기에 나눠서 냉동시켜 둡니다. 그러면 어머니도 편하게 드실 수 있거든요.”

그렇구나, 라며 하나무라 씨는 신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집이 시즈오카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요즘은 반찬가게도 제법 먹을만하니까.”

전혀 무리하고 있지 않다고 반론을 하려는 순간, 가몬 선배가 ‘시즈오카?’라며 쉰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시즈오카라니. 너 그렇게 멀리서 통근하는 거였냐? 왜?”

하나무라 씨가 선배를 보고, 그걸 이제 안 거야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선배와 사이가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게 서로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 내가 집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상대의 개인 사정에 서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 회사, 주택 수당이 그럭저럭 나오잖아? 시즈오카면 정기권 가격도 만만치 않을 테고, 세이부신주쿠센 근처면 집세도 그렇게는.”

“요즘은 시즈오카에서 통근하는 사람도 제법 있지 않나?”

사정을 아는 하나무라 씨가 말을 돌리듯이 나에게 부드럽게 물었다.

“게다가 본가에서 살면 편하잖아...... 그렇지?”

나는 모호한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선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입을 다물더니, 안경을 고쳐 쓰고 손에 든 쌀덩어리를 부모의 원수처럼 노려본 뒤에 덥석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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