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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2023년 07월 05일

by blacksnowbox 2023. 7. 5.

“다녀오겠습니다!”

위폐를 모신 불단의 종을 재빠르게 두드려서 울린 뒤에 나는 바닥에 놓인 가방을 집었다.
이른 아침이었다. 낡은 커튼의 빈틈으로 서광이 쏟아지며 다다미 위의 먼지를 비췄다. 하룻밤 창을 닫아두었던 다다미방을 가득 채운 열기 탓에 빈말이라도 상쾌한 아침공기라고는 말하기 어려웠다. 커튼 밖으로 들리는 더운 여름날의 매미 소리. 오늘도 폭염인 걸까.

“오늘도 빠르네.”

현관으로 움직이려는 순간 잠옷 차림의 어머니가 방에서 나왔다.

“아아, 응.”


“지금, 몇 시? 아직 6시잖아. 괜찮은 거니? 어제도 한참 늦게 돌아왔지?”


“괜찮아요. 푹 잤어요.”


거짓말이었다. 어젯밤도 거의 막차를 탔고, 집에 왔을 때는 이미 다음 날이었다. 지금도 수면 부족으로 몽롱했지만, 부족한 잠은 출근길 전철에서 보충하면 충분했다. 어차피 통근 시간은 편도 2시간 이상 걸린다.
구두를 신으려고 현관 앞에 앉은 순간, 뒤에서 어머니의 시선이 느껴졌다.

“...... 하루오.”


“왜요?”


“하지 그러니?”


“뭘?”


“독립. 도쿄까지 매일 힘들잖아? 더는 날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


나는 임을 다물었다. 형의 사고 후에 어머니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한동안 병원을 다녔고, 겨우 평범한 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은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다.
그때는 어머니도 회복했다고 안심했지만, 병은 상상 이상으로 깊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대학생 때 장기 아르바이트를 집을 비웠을 때였다. 돌아와서 쓰레기장으로 변한 집을 보고는 두 번 다시 집을 비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아니, 괜찮아요. 도쿄는 집세도 비싸고. 빌려도 어차피 잠만 잘 텐데.”


“회사에서 주택수당 같은 건 안 나오니?”


“나오기는 하는데..... 어디까지나 보조니까요. 통근 수당까지 계산하면, 정기권이 더 싸요. 게다가 지금은 원격 근무도 가능하고.”


“그러니? 그러면 다행이다만.......”

정기권이 더 싸다는 말은 물론 거짓말이다. 내가 소속된 부서는 대인 업무나 외근이 중심이라서 원격 근무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애초에 취급하는 ‘상품’ 자체는 어떤 의미로 원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새로운 걱정거리를 안겨드릴 필요는 없다.


“하루오.”


안쪽으로 말려들 구두의 혀를 바로잡고 있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이름을 불렀다.


“무리는, 하지 마.”


순간 내 손이 멈췄다.
머릿속에서 동굴로 거친 파도가 들이치던 광경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바로 지우고 빠르게 구두를 싣고 일어서서 어깨를 추켜올렸다.


“무리라니, 뭐가?”


시치미를 떼고 현관 손잡이를 잡았다.


“다녀오겠습니다.”


문을 열었다. 후덥지근한 여름 공기가 확 하고 얼굴을 덮쳤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눈을 찌르는 아침 햇살을 손으로 가리면서 마음속으로 반론했다.

무리라고 생각하면 거기가 한계예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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