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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2023년 6월 30일

by blacksnowbox 2023. 6. 30.

토쇼 아이가 그 무시무시한 체험을 한 것은 10살 되던 해 여름의 해질 무렵이었다.
간사이에서 나고 자란 아이는 당시 여름방학을 맞이해 세도우치 토리노우라의 나미토리쵸에 있는 외할머니 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문제의 그날 오후 늦게 함께 놀던 이소가이 무츠코와 헤어지고, 곧바로 향토 사학자인 소다의 집에 방문했다. 가지고 왔던 책을 다 읽고 외할머니의 지인이자 장서가인 그에게 읽을 만한 책을 빌릴 생각이었다. 중요한 용건을 바로 마쳤지만, 수다스러운 소다에게 붙들였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6시 반이었다. 해가 긴 여름이라고 해도, 벌써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한 탓에 아이는 상당히 조급해졌다.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할머니가 걱정할 거야.

소다의 집은 해변에 있었다. 빠르게 돌아가려면, 옛날에는 ‘망자의 길’라고 불렀단다 하고 할머니에게 들었던 바다와 맞닿아 있을 길을 지나야 했다. 복잡하게 얽힌 마을의 길은 헤매기 쉽고, 어릴 때부터 매년 이곳을 찾는 아이조차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 헤매는 시간을 생각하면, 길이 하나뿐인 망자의 길을 선택하는 편이 확실히 빨리 돌아갈 수 있다.
이 길을 지나왔다는 사실을 들키면 할머니에게 꾸중을 들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혹시라도 이상한 것이 보이면 어떻게 하지......
아이와 한참 고민했지만, 괜히 늦어서 꼼꼼하게 보살펴주시는 할머니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은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빨리 걸어서 바로 마을로 들어가면......
아이는 분명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미신이 살아있는 이곳에서 여름을 몇 번이나 보냈지만, 지금까지 특별히 그런 일을 보지 못했다.
아이는 결심을 하고 망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 순간 해질 무렵이라고 해도 한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오싹하고 닭살이 돋는 찬바람을 맞자, 저절로 몸이 떨렸다.
눈앞에 펼쳐진 반짝이는 적동색 해변의 오른쪽을 보자 나미토리쵸의 서쪽 가장자리에 있는 절벽 위에는 이 마을의 가장 큰 선주인 쿠지라다니 집안의 서양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왼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마을 동쪽 가장자리에 있는 절벽 위에는 지금 위치에서 겨우 알아볼 정도로 에비스님의 이 작게 보였다.
이 마을 서쪽 끝에서 동쪽 끝에 이르는 해변길이 전부 망자의 길은 아니라고 했다. 옛날에는 대강의 범위가 있었던 모양이지만, 지금은 완전히 알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외할머니조차도 모른다고 할 정도라면 누구에게 물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아이는 망자의 길에 들어서서 쿠지라다니의 집을 힐끔 올려다보고 나서, 곁눈질도 하지 않고 빠른 발걸음으로 동쪽으로 걸었다. 마을을 미로처럼 지나는 좁은 골목길에 비해, 거의 직선이다. 마을의 골목길처럼 폭은 넓지 않지만, 한결 걷기가 수월한 길이다.
그런데도 가슴이 답답하고, 왜 이렇게 불안해지는 걸까. 이 길을 계속 걸을수록 가옥이 밀집된 마을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던 압박감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역시, 안 되겠어.

아이가 막 들어선 망자의 길에서 지금이라고 마을 쪽으로 빠지려고 했다. 그때 뒤늦게 전방의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검은 사람 그림자를 알아차렸다.

저...... 사람은, 쿠지라다니 쇼지 아저씨?

무츠코의 말에 따르면 올봄부터 당주의 조카가 머물고 있다고 했다. 이런 어촌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체구에 하얀 피부의 병약한 이미지의 예쁘장한 남자지만, 용모가 배우 같다는 이유로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최근 쇼지는 습관처럼 매일 저녁 쿠지라다니의 집에서 에비스님의 사당 근처까지 산책을 한다고 들었다. 까맣게 보이는 이유는 걸치고 있는 특별하게 만든 얇은 외투일 것이다. 여름이라도 밤바람은 차갑기 때문에, 집안의 누군가가 몸이 아픈 그를 배려해서 입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과보호 아닌가.

익히 들었던 모습을 보고 아이의 머릿속에서 평범한 10살 아이답지 않은 비판적인 감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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