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번역 작업 일지

2023년 07월 04일

by blacksnowbox 2023. 7. 4.

맑고 파란 지중해의 수면 위로 안개를 뚫고 쏟아지는 태양이 베이루트 서쪽 해안선을 오렌지색으로 물들였다. 관중 주위에 흩어져 있는 고위협 대응 무장 경호원인 15명의 미국인 대부분이 쓰고 있는 고급 선글라스가 석양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팀의 운전수 세 사람을 제외한 경호반 전원이 해변을 향하고 있는 고층 밀집 주택가와 넓은 대로를 가로막는 요트장 옆의 주차장에서 말굽 모양의 방어 진형을 전개하고 있었다. 경호 대상은 연설 내용에 감동하거나 되짚어가면서,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후퇴하는 오백여 명의 군중 앞에 설치된 무대의 연단에 서 있었다. 움직이는 군중의 변화는 요트장의 계류 공간으로 밀려오는 지중해의 온화한 파도 같았다.
말굽 모양의 방어진 서쪽 가장자리에는 주차장과 선창을 가로지르는 낮은 벽 위에 경호원 두 사람 몇 미터 떨어진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은 완전히 같은 복장이었고, 다른 팀원들도 거의 같은 모습이었다. 속건성, 고통기성 소재의 긴소매 셔츠, 방탄조끼, 야구 모자, 청바지. 군용 워커, <G쇼크> 손목시계, <오클리> 선글라스, <펠터> 헤드셋.
방탄조끼 가슴에 걸고 있는 M4 카빈, 탄약 파우치, 구급용품 파우치, 무선기용 파우치, 살상력이 뛰어난 총기와 그에 가까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을 포함한 예비 무기와 기타 장비의 파우치.
폭력에 더 우세한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이며,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낮은 벽 위의 두 사람에게는 한 사람이 40대 중반, 다른 한 사람이 20대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두 사람의 책임 범위에는 집회와 배후에 있는 요트계류장에 정박 중인 배의 감시가 포함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감시를 지속하면서 집회 주변에서 가까운 수상쩍은 해변 호텔의 주차장에 서 있는 집단이 발산하는 활기를 감지했다.
선거 연설이므로 후보자를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있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15~20명 가까운 남자들이 악의를 발산하고 있는 것은 명확했다.
시야에 있는 이 남자들이 경호반의 임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군중 너머에는 밀집된 주택가의 어두운 창문, 골목길, 교통량이 많은 대로가 있고, 요트장과 바다에도 배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위험이 어느 방향에서 들이닥쳐도 이상하지 않다. 미국인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나이 많은 경호원은 무선을 사용하지 않고 곁에 있는 남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빈틈 투성이잖아?”
“이런 일은 항상 빈틈 투성이잖아요, 보스.”
“현장의 안전을 유지하려면 20명의 전투원이 필요해. 팬서는 총알을 맞아도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젊은 경호원이 마이크를 사용해 아랍어로 열심히 연설하고 있는 경호 대상을 힐끗 보았다. 그런 다음 집회 주변의 눈매가 음험한 남자들 쪽으로 시선을 되돌렸다.

“저들 중에 누군가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도록 빌 수밖에요.”
현장을 둘러보면서 나이 많은 경호원이 큭 하고 웃었다. 습격은 이전에도 있었으니, 언제 습격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다른 요인 경호반의 생존자와 교대하려고 3주 전에 레바논에 왔다. 처음 팀은 현지인으로 구성되었고, 각종 위협에 대처하는 훈련을 충분히 받았지만, 사이다(베이루트 남쪽으로 40km 떨어진 도시)에서 조우했던 숙련된 전투원 부대를 상대할 만큼 기량에 도달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후보자의 경호원 4명이 살해되고, 5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후보자와 항상 동행하는 부인은 아무런 상처 없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후보자는 선거 기간 동안의 경호를 미국 기업에 의뢰한다는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는 결단을 내렸다. 이후로는 어쨌든  아직까지 습격은 없었다.

반응형

'번역 작업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년 08월 02일  (0) 2023.08.02
2023년 07월 05일  (0) 2023.07.05
2023년 6월 30일  (0) 2023.06.30
2023년 06월 29일  (0) 2023.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