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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2023년 04월 06일

by blacksnowbox 2023. 4. 6.

오늘 아침은 파란색 호랑이가 들어왔단다, 하고 카에데의 조부가 말했다.


“손잡이를 어떻게 돌렸을까. 참 재주도 좋다.”

 

조부는 호랑이가 서재로 들어왔다는 것보다도, 몸이 파란색 체모에 뒤덮인 것보다도 호랑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던 쪽에 더 놀란 듯했다.

 

“물리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카에데는 일부러 우습다는 듯이 말했다.
속으로는 모처럼 일어났는데 또 그런 이야기야, 하며 살짝 낙담한다.
주 1회 정도 방문하지만, 조부는 거의 누워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게다가 가끔 일어나 있어도 환시로 본 이야기뿐이다.
그리고 카에데가 돌아갈 때까지 그런 이야기만 하다가 제대로 된 대화가 성립되지 못했다.
그래도 카에데는 솔직하게 “파란색 호랑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여러 번 맞장구를 쳤다.
본가이기도 한 조부의 집에서 보내는 한 때가 카에데에게 소중한 시간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랑이가 말이야”

 

조부는 앞다리를 교차시켜서 걷는 모습을 흉내냈다.

 

“떠나갈 때, 행복해 보이는 웃는 얼굴을 보여주었단다”

“호랑이가 웃었다고요?” 


아아...... 또야.

카에데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환시인데도, 또 진심으로 주의 깊게 듣고 있잖아.

처음에는 열심히 듣고 있는 “척”을 하는 데도 불구하고, 조부의 이야기 솜씨가 너무나 나  뛰어난 탓인지, 항상 나도 모르게 그 세계로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서재 어딘가에 있는 책의 삽화에서 진짜로 파란색 호랑이가 튀어나온 듯한 착각마저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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