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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2023년 03월 06일

by blacksnowbox 2023. 3. 7.

사카키는 커피를 단숨에 비우고 온 힘을 다해서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남은 일을 끝냈다.


“끝났습니다!”


기지개를 켜며 보고를 하는 사카키에게 카시와기는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그만 퇴근해요’라고 말했다.


“카시와기 씨는?”


“메일을 세 통만 보내면 끝이야.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간다면.”


“그러면, 저도 남겠습니다.”


“됐어. 우리 회사는 야근 수당이 잘 나오는 곳이 아니니까, 어서 들어가.”


“그러면, 퇴근 카드 찍겠습니다.”


옹고집인 사카키에게 카시와기는 미심쩍은 시선을 보냈다. 괜한 의심을 샀다는 듯이 사카키는 허둥댔다.

“그게, 이미 밤도 늦었고, 여성분 혼자 사무실에 남는 건 좀 그런 것 같아서요. 저도 이칙가야역을 이용하니까, 배웅하겠습니다.”


“고풍스러운 신사였네요. 마음은 고맙지만, 일단 탕비실 불부터 끄고 와.”


“히익!”


사카키는 무심코 비명을 흘렸다. 탕비실 조명은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야스쿠니 신사 앞을 혼자서 지나가는 게 무서워서 그런 거잖아?”


툭 내뱉는 카시와기의 말은 사카키의 속마음을 꿰뚫었다.
회사에서 이치가야역으로 가려면 야스쿠니 길을 지나가야 한다. 그 옆으로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로 둘러싸인 야스쿠니 신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야스쿠니 신사의 시작은 메이지 2년(1869)에 세워진 쇼콘사다. 이후 그곳에는 국가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모시는 곳이다.


“거, 거기서 하얀 그림자를 봤다고, 우리 빌딩에 입주한 회사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하는 말을......”


“나왔다고 해도, 힘든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혼령이잖아. 평온하게 쉴 수 있도록 기도나 해.”


“......네.”


합리적이면서도 인도적인 카시와기의 조언에 사카키는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터들터들 탕비실로 걸음을 옮기고, 마음속으로 염불을 외우면서 조명 스위치를 내렸다

 

<-야스쿠니는 귀신 나올만 하지 식민지 청년들 강제로 끌고가서 죽어서도 조국 땅으로 반환을 안 하는데 원한이 안 생기겠어. 일본애들도 야스쿠니의 실체를 모르니까 이런 내용을 아무렇지 않게 소설에 쓰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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