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번역 작업 일지

2023년 03월 07일

by blacksnowbox 2023. 3. 7.

곧바로 주변이 조용해졌다. 어둠에 둘러싸인 공간, 카시와기의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멀리서 들여왔다.
사카키는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 타이밍에 카시와기는 마지막 메일을 보낸 순간이었다.


“끝났어.”


“돌아가죠!”


사카키는 급하게 타임카드를 찍었다. 카시와기 역시 재빨리 타임카드를 찍었다.
카시와기가 사무실 조명 스위치를 내리자, 모든 구역이 드디어 어둠이 잠겼다. 비상등만 흐릿하게 복도를 비추고, 엘리베이터 패널이 무척 밝게 보인다.


“카, 카시와시 씨, 뒤는 제가 맡겨 주세요......!”


“등 뒤로 달라붙지 마. 더워.”


카시와기는 키가 크고, 생김새도 시원시원했다. 게다가 3센티미터 정도의 낮은 힐을 신고 있어서, 듬직함은 흡사 여성 가극의 남자 역할을 맡은 배우 같았다.
그에 반해 사카키는 연약한 남성이다. 좋게 말하면 착하고, 나쁘게 말하면 의지가 안 되는 생김새가 대조적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마자, 사카키는 어둠에서 도망치듯이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카시와기에게 달라붙듯이 선 상태다.


“하아, 빛이다......”


“너 의외로 겁이 많구나.”


카시와기는 사카키를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공포 내성은 보통 이상이라니까요......! 카시와시 씨야 말로, 무섭지 않으세요. 이런 사무실에서!”


“무섭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관두지. 나는 관두지 않았지. 그뿐이야.”


“강철의 심장......”


사카키는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카시와기를 바라보았다. 반대로 카시와기는 전혀 관심 없다는 태도였다.
때때로 사무실에서는 기묘한 일이 일어난다.
계속 켜 두었던 조명이 꺼지거나 탕비실에서 물이 저절로 끓어오르고, 방법 카메라에 수상한 흰색 안개가 비치기도 하고, 잔업을 하고 있으면 누가 말을 걸기도 한다.
그 탓에 인원을 보충해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줄줄이 그만두었다. 그래서 본래라면 잔업이 필요 없을 유능한 카시와기도 잔업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일이 맡은 상황이다.


“너도 못 견디겠으면 그만둔다는 선택지도 있어. 우리 입장에서는 미래의 전력이 없어지는 건 아프지만, 건강을 해치면서 일을 계속할 필요는 없으니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카시와기는 또각또각 발소리를 내면서 빌딩을 나섰다.


“저, 저는 그만두지 않을 겁니다! 카시와기 씨가 있으니까요!”


“그 마음은 고맙지만, 사원 기숙사가 있어서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지 않나?”


바짝 뒤따르던 사카키에게 카시와기가 거침없는 말을 한다. 또다시 정곡을 찔리고 말았다.


“어어...... 그것도 있지만......”


“면접 때, 사원 기숙사를 열렬하게 희망했다고 인사과에서 들었어. 직접 집을 구할 생각은 없었던 거야?”


“도쿄 집세가 너무 비싸잖아요. 야마노테선 구역은 특히. 야마노테선을 벗어나면 이치가야에서 약간 먼 느낌도 있고요.”


이치가야는 야마노테선 구역에서도 중심에 가깝다. 여하튼 도보로 황궁에 갈 수 있는 위치다.
사카키의 의견에 카시와기는 무심코 ‘흐-음’하는 소리는 냈다.


“그것보다 제가 회사 기숙사가 있는 장소가 이케부쿠로잖아요! 이치가야역에서 도쿄 메트로 유락초선으로 바로! 통근이 편리하고, 회사에서 너무 가깝지 않으니까 휴일은 느긋하게 보낼 수 있고, 게다가 이케부쿠로잖아요!”


사카키는 이케부쿠로를 강조한다.
이케부쿠로라고 하면, 지방 사람에게는 동경의 장소다. 백화점부터 젊은 층 대상의 상업시설까지 있고, 큰 가전양판점도 있고, 오락 시설도 풍부하다.
옛날에는 치안이 나쁘다는 평가였지만, 최근에는 가족 대상의 공원도 많아졌고,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 다양한 의미로 유명한 이케부쿠로 서쪽 출구 공원도 지금은 멋진 이벤트 스폿이다.

반응형

'번역 작업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년 04월 07일  (0) 2023.04.07
2023년 04월 06일  (0) 2023.04.06
2023년 03월 06일  (1) 2023.03.07
2023년 03월 04일  (0) 2023.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