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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2023년 03월 03일

by blacksnowbox 2023. 3. 3.

코코노에 이오리가 눈을 뜨자, 낯선 천정이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온 아침 햇살이 거침없이 사무소를 비추었다. 반지하에 있는 탓에 특이하게도 창문의 위치가 높다.
아무래도 사무소 소파에서 잠든 모양이었다. 코코노에는 ‘업무’가 끝난 것이 새벽 무렵인 것을 떠올렸다.


“어이, 주술사! 돌아왔냐?”


난폭한 노크와 함께 근처에 사는 지인이 복도에서 소리쳤다.
코코노에는 ‘어어’라고 대답하면서도 꿈의 내용에 대해서 생각했다.
비린내서 콧구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눈꺼풀 안쪽에 몹시 살찐 물고기의 끈적한 비늘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무언가가 시작되었어.

그렇게 느낀 코코노에에게 밖에 있던 지인은 밥 먹으러 가자고 했다.
하지만 코코노에는 ‘됐어’라고 답했다.


“지금부터 ‘일’이다.”


코코노에는 일어서서 옷걸이에 걸어둔 새까만 상의를 걸쳤다.


급식실 형광등은 꼭 밤이 되면 깜빡였다.
인스턴트커피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서 사카키 마코토는 급식실 구석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렸다.
깜빡일 때, 짧은 순간 응어리진 어둠 속에 무언가 있는 듯한 느낌일 들었기 때문이다.


“하아, 오늘도 잔업인가......”


이치가야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오피스텔은 낡은 건물 속에 있다.
아무래도 회사 소유의 건물인 모양인지, 새로운 빌딩으로 이전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수도관은 여기저기 문제가 있고, 어제 수리업자가 다녀간 참이었다.
급식실 형광등조차 불과 지난주, 사카키가 직접 갈아 끼웠다.
그럼에도 깜빡이는 것은 형광등이 불량이었던가, 설비 쪽에 문제일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제3의 선택지는 의식해서 제외했다.
사카키는 잽싸게 인스턴트커피를 저었다. 그런 사카키의 등 뒤로 목소리가 들렸다.


“수고 많아. 잔업 힘들지.”


중년 남성의 목소리다.


“하하, 예에. 또 한 사람이 관둬서, 작업이 밀려서.”


사카키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어두운 복도가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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