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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2023년 01월 20일

by blacksnowbox 2023. 1. 20.

얼빠진 대답이 돌아왔다.

“형사님, 좀 빌려주실 수 있습니까?”


어이없는 한숨이 나왔다. 스즈키는 뼛속까지 쓰레기인 모양이다. 뒤에서 젊은 순경인 이세가 조바심이 난 채로 노트북을 거칠게 타이핑했다.

“그러면, 이런 건 어떻습니까? 제가, 형사님에게 도움이 될 테니까, 그걸로 피해자분을 설득해 주시는 건.”
“도움이 돼......”


비웃음이 올라왔다.

 

“교통정리라도 해 줄 건가?”
“말도 안 됩니다. 괜히 사고나 칠게 뻔합니다. 저란 놈은 재주도 없고, 장점이 하나도 없는 남자거든요.”


한 차례 심호흡을 했다.


“다만 제가, 옛날부터, 신끼가 좀 있어서 말입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뭔가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미리 예지 해서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술이 덜 깼나?

토도로키는 다시 스즈키를 보았지만, 그의 볼에는 홍조도 없었고, 말투가 위험한 느낌도 없었다. 오히려 진짜 술에 취해서 날뛰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말짱하고, 비웃음이 사그라들었다.


“어디 믿는 구석은 있고? 우연히 절도 계획을 들었다거나 마약 거래를 안다거나.”
“아니요, 설마요. 그런 무서운 세계에 발을 들이밀 배짱이 있을 리가 없죠. 머리털 난 이후로 하찮을 정도로 소심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래도, 아...... 그런데 지금 몇 십니까?”
“어디 보자, 10시네. 5분 뒤면.”
“그렇습니까. 으음, 잠깐 뭔가가, 번뜩이는 듯합니다. 뭐지. 사건이 일어날 조짐입니다. 아아, 어디지, 아키하바라 주변인가. 아마도, 그렇게 심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봐, 뭐 하는 거야?”
“10시 정각, 아키하바라 쪽에서, 분명 뭔가 있을 겁니다.”
“적당히 좀 하자고. 농담으로 넘길 일이 아니잖아.”
“하지만 형사님, 십만 엔, 안 빌려주실 거잖아요?”
“쉽게 말하지 마. 형사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저는 계속 월급 같은 건 구경도 못했습니다.”


스즈키가 어깨를 움츠렸다.


“살아도 산 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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