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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2023년 01월 18일

by blacksnowbox 2023. 1. 18.

“뭐, 그렇다 치고.”


파이프 의자에 앉아서 책상 위의 메모를 손으로 구겼다. 뒤에서 취조기록을 작성 중인 후배의 시선이 느껴졌다. 진지하게 하라며 핀잔을 주는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이렇다 할 감정의 움직임은 없었다.

“그럼, 스즈키 씨. 술에 취해 술집 자판기를 발로 차고, 멈추려던 점원을 때린 사실이 있습니까?”
“예에, 그것도 사실입니다. 천지신명에게 맹세코 진실입니다. 면목 없습니다만.”
“때린 점원의 나이는 기억하시고?”
“네. 나이는 저랑 비슷해 보였고, 저보다 마른 체형에 폴로티를 입었고, 그리고 머리카락 이 저보다 많았습니다.”

스즈키는 수염은 없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방금 형사부 사무실에서 대면했던 술집 점주의 부족하지 않은 소개였다.

“그러면 스즈키 씨, 오늘은 왜 그렇게 취한 건지?”
“집에서 탄산주를 세 개 마셨습니다. 형사님, 페넌트레이스는 보셨습니까? 야구말입니다. 주간 경기요. 저는 드래곤즈 팬인데, 거인이 진짜 싫거든요.”


도쿄 돔의, 절대로 지면 안 되는 중요한 시합에서 플레이볼부터 TV에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막상 결과는 자이언트에게 5대 1 대패한 거죠. 5대 1이라니까? 백보 양보해서 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6번이나 히트를 기록하고도 한 점밖에 못 딴 건 말이 되는 일인가 하는 거죠. 뭐 익숙한 일이지만서도, 어쩐지 오늘은 이상하게 뚜껑이 열려서. 한심하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끝난 뒤에도 점점 열이 뻗어서 말이죠. 편의점의 탄산주로는 성에 차지 않을 정도가 됐고. 그래서 근처의 술집에서 비싼 술을 마시자, 뻗친 열을 발산하자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런데 술집 앞까지 와서, 그제야 알아차린 겁니다. 돈이 없다는 걸 말입니다. 주머니에 지갑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갑에 돈이 없었던 겁니다. 천 엔 지폐 한 장도, 백 엔 동전 하나도. 참 난감한 상황 아닌가요. 부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어서. 그런데 그만 눈앞에 있던 자판기에게 화풀이를 하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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