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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2023년 01월 14일

by blacksnowbox 2023. 1. 14.

일요일 아키바하라는 왜 이렇게나 붐비는지, 호소노 유카리는 우울해졌다. JR소부센의 홈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에도 피부가 닿은 거리에 누군가가 있는 상태였다. 지상에 도착해 야마노테센 이용객과 합류하자, 인구밀도는 숨이 막힐 정도로 높아졌다. 추월해서 앞서가려는 남성과 어깨가 부딪쳐 멈춰 설 뻔하다가 등 뒤로 다른 누군가와 충돌했다. 그 사람은 허둥대며 사과하는 유카리를 보지도 않고 멀어졌다. 개찰구를 빠져나오자 코스프레를 하는 소녀들이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남자도 있었다. 이야기로는 들었지만, 실물을 보니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다.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지만, 땀에 젖은 겨드랑이가 눈에 들어왔다.
9월치고는 푹푹 찌는 날씨였다. 유카리는 기온보다 도시가 발산하는 열기 탓이라고 생각했다. 일부 거리가 보행자 천국이 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이 분주히 오가며, 저마다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 느껴져서 묘하게 불편했다. 사이좋은 그룹의 이벤트에 끼어든 외부자 같은 기분이었다.
저런 하늘하늘 스커트가 아니라, 분장용 안대 따위 하지 않아도, 평범한 화장에 평범한 옷을 평범하게 입어도 귀여울 텐데.......
유카리는 그것이야 말로 ‘평범’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이 거리에서는 열등감으로 작용했다.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 지도앱을 확인하면서 움직였다. 석양이 혼잡한 빌딩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문득 멈춰 서서 돌아보니, 보행자 천국은 빌딩 골짜기에 자리 잡은 노점 같았다. 안쪽에 고가도로가 있고, 빠르게 지나치는 전차의 창문이 석양을 반사했다. 축제의 끝을 아쉬워하는 듯한 분위기가 밤을 기다리는 기대와 어우러져 신비한 열을 발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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