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번역 작업 일지

2023년 01월 04일

by blacksnowbox 2023. 1. 3.


어느새 반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이야기에 들어온 상태였다. 저마다 유령은 존재하느니, 저주는 진짜라는 , 아시야 도겐이 최강의 영능력자라는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시야 도겐은 최근 심령 특집 방송에서 인기를 얻은 영능력자이자, 유명한 아베노 세이메이와 라이벌 관계였던 것으로 유명한 음양사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사람이다. 사토루도 방송을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흔한 속임수와 틀리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었다.
이 학교의 아이들은 그런 저속한 오락 방송을 특히 좋아해서, 심령 특집 방송이 방송된 다음날은 꼭 이런 식으로 반 전체가 어디서 들었는지도 모를 괴담 이야기뿐이었다.


―진짜, 한심하네.


사토루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책갈피를 끼워서 책을 덮은 뒤에 책상 속에 넣고 일어서자, 일부를 제외한 반 학생 대부분의 시선이 어쩐지 사토루에게 집중되었다.


“어, 뭐야 시노미야. 뭐 불만이라도 있어?”


곧바로 시비를 걸어온 것은 아라사와 타이치라는 반의 중심인물을 자처하는 녀석이었다.


“딱히 없는데.”
“거짓말하지 마. 너 지금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 쉬었잖아.” 


아라사와 타이치는 키는 작은 대신 목소리가 커서, 자신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어필하고 싶어 했다. 즉, 타인의 관심에 목을 매는 유형이다.


“자기는 안 믿는다고 우리를 바보 취급했잖아.”


어차피 틀린 말도 아니라서 사토루는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라사와의 말을 인정했다는 뜻이며, 그러면 당연히 다수의 빈축을 살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뭐, 기분 나빠.”
“자기도 항상 불길한 책이나 읽는 주제에......”


여기저기서 사토루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이런 반응에 일일이 부정하거나 핑계를 대는 것도 피곤하므로,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벗어나 교실을 빠져나왔다.
사토루는 유령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죽은 뒤에 인간이 어떤 방법으로 현세에 머무는 일은 있을 수 없고,  사토루도 책이든 영화든 호러 장르를 좋아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창작물이며, 현실에 유령이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는 일 따위는 애초에 일어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묘사라도 즐길 수 있고, 공포에서 도망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다. 그렇게 여기면 픽선보다도 훨씬 더 최악의 현실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사토루에게 호러라는 장르는 그런 존재였다.

방과 후 청소 당번을 끝마친 사토루가 하교하고 있는데, 뒤에서 이름을 불렀다. 돌아보자 같은 반의 오노다 나오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반응형

'번역 작업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년 01월 17일  (0) 2023.01.17
2023년 01월 14일  (0) 2023.01.14
2023년 01월 03일  (0) 2023.01.03
2022년 12월 29일  (0) 2022.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