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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2023년 01월 17일

by blacksnowbox 2023. 1. 17.

당신 참, 편안해 보이네.

토도로키 이사오가 말을 걸자 남자는 쑥스러운 듯한 얼굴로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검은 이끼가 낀 듯한 밤송이 같은 머리. 그 밑으로 넓은 이마가 번들거렸다. 굵은 눈썹, 지저분한 수염이 두드러지는 이중턱. 불룩한 볼이 탱탱했다.

처음 아닌가? 이런 곳은.
예에, 뭐, 면목 없습니다.

남자의 대답을 들으면서 현장에 있었던 제복경찰에게 받은 메모를 보았다. 또박또박한 글자로 남자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스즈키 타고사쿠, 49세.

“시간 끌지 말고 빨리 끝내자고”

토도로키는 일부러 난폭하게 메모를 철제 책상 위로 던졌다. 

“뭘 말입니까?”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뚱뚱한 몸에 땡그란 눈동자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어울렸다.

“이름 말이야. 진짜 이름을 말해야지.”

“아, 형사님. 아닙니다. 자주 의심을 받기는 하지만, 저는 진자로 스즈키가 맞습니다. 100% 진짜 스즈키 타고사쿠입니다.”
“거참.”

토도로키는 한숨을 쉬었다.

“조사하면 바로 나와, 그런 건. 거짓이라고 화날 생각도 없고, 죄가 무거워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다고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사이좋게 쉽게 가자는 말이지.”

남자가 동그란 눈을 부릅떴다. 사이좋게, 라고요. 감탄한 듯이 중얼거렸다. 형자에게도 취조실에도 동요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 채취한 지문이 데이터베이스에 걸릴 확률은 높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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