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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낙인의 문장(烙印の紋章) 1권 (9)

by blacksnowbox 2012. 10. 19.


* 해당 번역물에 대한 안내

아래의 내용은 개인적으로 번역 공부를 위한 포스팅임을 우선 알려드립니다.

저작권 관계로 인해 국내 정식 출판된 작품은 다루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최대한 검색을 통해서 확인 이후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라이트노벨의 출판 정보를 빠짐없이 체크하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관련 업계 종사자분이나 라이트노벨 팬분들께서는 혹시라도 이미 출판된 작품일 경우 알려주시면

바로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내용을 무단으로 옮기거나 이용할 경우 모든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음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54P.

너는 도대체 누구와 싸우고 있는 거냐? 다른 검투노예냐, 자기자신이냐, 그것도 아니면 뭔가 다른 목적이라도 있는 거냐?

그런 거 없어.”

오르바는 소년처럼 내뱉으며 외면했다. 그야말로 어린아이처럼 동요하고 있는 마음속을 간파당하고 싶지 않았다.

 식사를 끝내고 오르바는 재빨리 식당을 빠져나왔다. 수용소에서 검투노예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장소는 식당과 침실 정도뿐이다. 침실이라고 해도, 가축에게나 어울리는 마구간과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그 한구석에 드러누워, 오르바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로부터 2. 오늘은 어쩐지 자꾸 떠올리고 말았다. 스스로 확인하지 않으면, 2년 이라는 숫자에 실감이 없었다. ‘2동안, 오르바는 피와 내장과 강철냄새에 뒤엉켜,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러나, 죽이고, 살아남고, 이런 일상의 반복, 그리고 그 앞에 무엇이 있는지.

 오르바는  바닥에 닿는 가면의 딱딱한 감촉에도 익숙해 있었다. 타르카스가 말한 그대로였다. 노예의 신분에서 해방되었다고 해도, 자신에게 지금 이상의 현명하게사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리도 없고, 구웬은 뭔가 착각을 하고 있지만 나는 미래에 대한 희망 따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있다고 한다면 - .


 55P.

엄니를 드러낸 모양을 한 가면 아래에, 오르바는 이를 악묾었다.

(살아남은 뒤에 무엇을 할거냐, 라고?)

말할 필요도 없지. 이 투기장에서 질릴 정도로 반복해온, 살육, , 싸움. 지금까지 그만두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이제 다 포기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분노로, 가면 너머로 보이는 두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되찾을 것도, 다시 빼앗을 것도 없었다.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을 빼앗은 녀석들에게, 지난 2년간 내 손에 죽은 녀석들의 단발마 전부를 합쳐도, 부족할 정도의 고통을, 듬뿍 맛보도록 해주겠어.)

 



여기 있었던 거냐, 오르바.”

로안이 갑자기 나타났다.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오르바는, 휙 시선을 돌렸다. 노는데 정신이 팔려, 가축 돌보는 일을 내팽개친 벌로, 엄마에게 저녁밥을 빼앗겨, 혼자서 토라져 헛간 밖에 있었다. 얼굴도, 그 얼굴을 묻은 무릎도,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또 싸운거야


56P.

몰라

성격이 급한 오르바는, 주위에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과 자주 싸움을 했다. 목검 한 자루 손에 들고, 옆 마을까지 싸움을 하러 갈 정도로, 마을의 논길 앞의 내달리는 그의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오오, 오르바가 또 공을 세우러 가고 있잖아.”

라고, 농담반으로 손을 흔들며, 그가 달려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싸움을 한 뒤에는, 언제나, 엄마에게 혼이 났다. “형을 좀 본받아.” 라고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들었다. 형은 뭐든 할 수 있었다. 오래 전, 아버지가 수도에서 무슨 변덕인지 가지고 온 책 한 권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는 것 만으로도 읽고 쓰는 법을 깨우칠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 어릴 때부터 계산도 잘했다. 10살이 될 때에는, 도시상인의 요청에 견습생으로 따라갈 정도로, 가난한 집안 형편을 지탱해 주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오르바는, 그런 형에게 글을 읽고 쓰는 법은 배웠지만, 계산은 서툴었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뜨겁게 솟구치는 혈기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매일밤, 쉬이 잠들지 못해 밤하늘을 노려보았다. 항상 피가 들끓고 있었던 것이다. 치고 박고 싸운 뒤에도, 따끔거리는 상처보다 깊은 곳에서, 뜨겁게, 고통과 함께 검고 끈적한 피가 넘쳐흐르는 같아, 언젠가는 벌어진 상처에서 뿜어져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57P.

그럴 때면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헛간에 둔 목검을 손에 들었다. 몇 번이고 엄마에게 빼앗겨도, 그 때마다 똑같은 것을 다시 만들었다. 날이 밝을 때까지, 그저 그 검을 휘두른 적도 드물지 않았다.

싸우고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로안이, 오르바의 옆에 앉으면서 말했다. “재대로 어머니를 도와드리고 난 다음에. 여자 혼자서는 힘들다는 것 정도는, 오르바도 알고 있잖아.”

 메피우스제조, 남쪽 국경선 일대에 있는 통칭 메마른 계곡’. 강이 말라버린 계곡 따위 메피우스에서는 극히 흔한 지형이었지만, 요컨대 이름조차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은, 척박한 토지의 한촌이, 오르바가 태어난 고향이다.

 오르바에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었다. 그가 두 살인가 세 살일 때 죽었다. 마을 남쪽, 국경을 수호하는 아프타요새의 증축공사에 종사하고 있을 때, 절벽이 파내던 작업을 하던 아버지는 운 나쁘게 붕괴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계곡의 암벽을 파고, 주거용 건물을 대신하는 것은 메피우스에서는 자주 있는 일로, 아버지는 그런 토목작업자였다.

 “니 아버지는, 어두운 땅굴을 파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 같았어

 언젠가, 불평도 한탄도 아닌 말투로 어머니가 그렇게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따지면, 어머니도,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일만 하는 사람이었다. 척박한 밭을 일구어, 매달 한번 아프타에 팔러 가는 민족의상의 무늬를 이용한 손수건을 만들었고,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스튜를 어린 형제를 위해서 지겨울 정도로 매일 만들었다.


58P.

오르바는, 변화도 감흥도 없는 생활을 보내던 중,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것이, 이렇게, 달에 두세번 쉬는 날에 형이 집에 돌아올 때, 가지고 오는 책도 여러가지였다.

그 옛날 인류가 보금자리를 떠나 여행을 나섰다고 하는 구세계에 대해 쓰여진 책, 마법왕 조디아스의 서, 그리고 무엇보다 색채가 풍부한 삽화가 그려진 역사이야기, 영웅이야기에, 오르바는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검 한 자루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낸 용감한 전사, 높은 탑에 붙잡혀있는 얇은 옷의 미희, 고대의 유적에서 되살아난 사악한 용 평생 경험해 볼일 없을, 그런 세계의 아찔한 모험들에, 빠져든 오르바는, 책을 덮을 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작고 보잘것없는 현실이 그를 절망케 했다.

 장검 한 자루로 야만인이 왕이 될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먼 옛날. 태어난 순간부터 오르바는 흙탕물에서 뒹구는 삶이 정해져 있었고, 미래에 대한 많은 바램을 이루는 것은,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것보다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나는 말이야, 양손으로 감싸 쥔 무릎에, 머리를 묻은 채 오르바는 말했다. “자신이, 왠지 엄청 나이든 노인 같은 느낌이 들어.”

 “넌 아직 10살이잖아. 그런 식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도 어울리지 않을 정도라니까.”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 거야. 여기에 있는 어른들을 봐. 나 역시, 앞으로 몇 년 뒤에는 저렇게 되는구나. 매일매일, 일하고, 일해도 전혀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그러다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나처럼 지기 싫어하고 말도 안 듣고 말이야, , 언젠가 반드시 도시로가서, 메피우스의 전사나, 가베라의 비공정 조종수가 될 꺼야, 누가 뭐래도, 아마, 아버지도 옛날에는 이런 꿈이 있었지, 라고, , 차라도 마시면서 다른 어른들과 웃으면서 말이야.”


59P.

누구라도, 그럴꺼야

푸르스름한 달빛을 맞으며 로안은 웃었다. 논두렁길 너머, 건넛집에서는 이 시간이 되면 언제나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있다. 술 취한 남자의 기분 좋은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누구라도, 거친 파도를 배를 타고 넘어온 사람들도, 1000권이 넘는 책에 담겨있는 늙은 철학자도, 많은 신자들에게 진리를 전하려는 바다인 승려들도, 용석선으로 하늘을 날으는 이름없는 많은 장군들, 그리고 많은 영토를 지배하는 한나라의 주인조차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은 대단히 다르겠지만, 그렇다 해도 검을 피로 물들이고, 지식을 탐닉해도, 신의 이름을 외친다고 해도, 그들이 그 해답에 도달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우리를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소용없어. 왕이라는 것은, 내가 평생 손에 넣을 수 없을 정도의 돈을 들여서 사치품을 사 모으고, 매일 밤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잖아. 가끔은 대군을 이끌고 원정을 가고, 때로는 배신에 불안해 하면서 살아가고 있어. 그런 생활은 나에게는 상상도 안 돼.  할 수 있을 리 없어. 왕이나 귀족이 우리들의 생활 따위 꿈 속에서도 상상 할 수 없는 것처럼. 그런 녀석들이, 그래, 만약에 오늘 같은 밤, 나와 같은 달을 올려다보고 있을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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