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작 정보/소설번역(미리보기)

야만왕의 낙인 단편 옛 모험자와 쫓겨난 공주기사

by blacksnowbox 2020. 7. 23.

서적화 기념 단편

 

원제 : ソード・ワールド 蛮王の烙印

古の冒険者と捨てられた姫騎士

(소드 월드 야만왕의 낙인 옛 모험자와 내쫓긴 공주 기사)

姫騎士と、魔王と呼ばれし冒険者

 

저자 : 北沢慶(키타자와 케이)/グループ(그룹) SNE/DRAGON NOVELS

 

문명을 파괴한 야만족의 대침공 <대파국>에 대항하며, 온몸을 바쳐 세계를 구하려 했던 모험자 에르윈. 후세에 "파계의 마왕"이라고 불리는 그가 소국의 공주에 의해 부활한다.

문명은 쇠퇴하고 여전히 야만족과 싸우는 세상.

가족에게 버림받고 마왕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그녀를 위해 옛 영웅은 웃는다.

 

"자, 모험을 시작하자고"

 

최고최강의 모험자는 그 힘으로 세상을 평정한다.

지금이야 말로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

 

 

제1화 공주 기사와 마왕이라 불리는 모험자

 

 

姫騎士と、魔王と呼ばれし冒険者 - 【書籍化記念SS】ソード・ワールド 蛮王の烙印 古の冒険

世界を救って300年。目覚めたら戦乱の世でした――なので、ぶっ潰します

kakuyomu.jp

숲에서 두 명의 소녀가 작은 괴물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고블린이란 추악한 모습을 한 인간형 괴물이다.

녹색 피부와 큰 귀와 눈이 특징인 고블린은 치열이 들쭉날쭉한 입가는 추잡하고 사악한 웃음을 띠우고 있었다.

알프레임 대륙의 거의 모든 곳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야만족이자, 성격은 사악하면서도 잔인하고, 비겁하면서 교활하다.

자신들이 우세하면 호전적이 되며, 열세하면 바로 도망치는 비열한 생물이다.

 

"키키키킥"

 

고블린들은 잔학한 웃음을 띠우고 손에 든 조악한 무기를 들고 점차 포위망을 좁혔다. 그 모습에 평범한 마을 소녀가 목의 깊은 곳에서 작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앞을 막아선 또 다른 소녀는 달랐다.

 

"덤벼, 비열하고 왜소한 고블린 놈들아. 나, 헤드위커 데넬라가 네놈들이 멋대로 날뛰게 그냥 두지 않겠다"

 

작다고는 하나 무장을 한 고블린 집단을 앞에 두고 헤드위커라는 소녀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입은 것은 전신을 알맞게 가린 금속 갑옷에, 대형 방패.

 

오른손에는 강철 곤봉을 쥐고, 당당하게 버티는 모습과 아름다운 금발, 그리고 강한 의지가 담긴 에메랄드그린의 눈동자는 어떤 품격마저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데넬라 왕국의 왕위 계승권을 가진 진정한 공주이다.

 

"끼얏!!"

 

그러나 그런 소녀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블린들이 일제히 덤벼들었다.

움직임이 의외로 빠르고 헤드위커는 선수를 빼앗겼다. 고블린은 입 밖으로 혀와 침을 흘리며 갑옷의 소녀를 덮쳤다.

 

"고작 이 정도냐!"

 

얼굴과 갑옷의 빈틈을 노리는 고블린 들의 칼을 더비커는 아주 살짝만 움직여 갑옷으로 튕겨내고, 대형 방패로 막았다.

10마리에 가까운 고블린 중에는 헤드위커를 무시하고 떨고 있는 마을 소녀를 노리는 놈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고블린도 헤드위커는 손에 든 방패로 물리치거나 사이를 가로막고 몸으로 칼을 받아내며 철벽처럼 지켰다.

 

"인도의 성신 할라시여 사악한 자에게 성스러운 심판을!"

 

그리고 소녀가 손에 든 곤봉을 들어 올리고 신에게 기도를 올린 직후.

무수한 <<기탄(氣彈)>>이 방출되어 고블린들을 차례로 날려버렸다.

 

"기캬앗!?"

 

다섯 마리의 고블린이 숲의 대지를 뒹굴었고, 그중 세 마리는 목숨이 끊어졌다.

멀쩡한 고블린도 여럿 있었지만, 방금까지의 기세를 급속하게 잃고, 허둥대기 시작했다.

 

"자, 신의 위광을 맛보고 싶은 놈은 앞으로 나와라!"

 

헤드위커가 소리치자마자 숲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느릿느릿 모습을 나타냈다.

덩치가 소녀의 두 배는 될 듯하다. 기골이 장대한 육체를 과시하며 손에는 사람은 들지 못할 거대한 도끼를 쥐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징은 머리 부분이다.

소,  그것도 커다란 뿔을 가진 수소의 머리. 입가에는 그냥 소라면 있을 수 없는 잔인한 웃음을 띠우고 있었다.

 

"미노타우르스......"

 

헤드위커는 그 모습에 숨을 삼켰다.

야만족 중에서도 전사로 분류되는 괴물.

잡병인 고블린과 비교가 되지 않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신의 위광이 뭔지, 맛 좀 보도록 할까"

"!?"

 

게다가 사람의 말도 할 수 있었다.

본래 지능이 낮다고 알려진 미노타우르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만...... 형편없다면, 대신에 너를 맛보게 될 테지만"

 

미묘하게 정중한 말투로 소머리 괴물은 말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내용은 비열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마음껏 맛보아라!"

 

헤드위커가 다시 신에게 기도를 올려, 미노타우르스를 노리고 <기탄>을 쏘았다.

일격은 소머리 괴물을 직격 했지만, 살짝 비틀거릴 뿐 도저히 쓰러뜨릴 위력은 아니었다.

소머리 괴물은 잔학한 미소를 띠우고,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공격 마법 사용법이 엉망이군. 제대로 사력을 다해서 쏘아야지"

 

놀랍게도 미노타우르스는 그렇게 말하더니, 공중에 마법 문자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공격적인 마법이 많은 진어 마법(真語魔法)을 사용할 때의 동작이다.

 

"미노타우르스가 마법을.......!?"

"진, 제8계위 공격. 섬광, 순섬, 열선- 빛의 창!!"

 

경쾌한 주문 영창.

직후, 미노타우르스의 손가락 끝에서 발사된 눈부신 마나의 창이 헤드위커의 가슴을 관통했다.

 

"크악......!?"

 

마법의 힘은 갑옷이 가진 물리적인 방어를 무시하고 그녀의 육체에 그대로 명중했다.

무지막지한 충격과 열량이 가슴을 태우며 소녀의 몸을 날려버렸다.

비틀비틀 후퇴하고 어떻게든 버틴다.

하지만 마치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듯한 고통에 전신에 비지땀이 샘솟았다.

 

"호오....... 일격으로 죽지 않다니, 제법인데. 먹는 보람이 있겠어"

 

더욱 가학적인 웃음을 띄우는 소머리 괴물은 큰 도끼를 들어 올렸다.

 

"우선은 발을 잘라서 도망가지 못하게 해 볼까. 아니면 두 팔을 뜯어내는 쪽이 재미있으려나?"

 

입맛을 다시면서 거한의 괴물은 간격을 좁혀왔다.

철벽의 수비를 자랑하는 헤드위커였지만, 저 거대한 도끼의 일격을 받는다면 무사할 수는 없다.

 

"이 괴물......"

 

돌아보니 완전히 겁에 질린 소녀가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헤드위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운명도 이 싸움에 달려 있었다. 따라서 절대로 질 수 없다.

 

"역시 팔로 할까...... 두 팔을 잃고 울면서 도망가는 당신을 뒤쫓다니 무척 멋져"

 

미노타우르스는 유쾌한 표정으로 큰 도끼를 내려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어디선가 재빠른 주문 영창 소리가 들렸다.

 

"진, 제9계위 속박! 강철, 예인, 포박-칼날 그물!!"

 

은색 반짝임이 미노타우르스 주위를 감싸며 순식간에 쇠줄이 몸을 휘감았다.

 

"으엇......!?"

 

헤드위커에게 다가가던 거한의 괴물은 온몸을 꼭 죄인 날카로운 쇠줄에 베이며 선혈을 뿌렸다.

 

"이것은 칼날 그물!?"

 

움직일 때마다 몸으로 파고드는 마법 그물을 보며 미노타우르스는 분노에 차 울부짖었다.

그리고 이 정도로 고도한 마법을 쓰는 적이 어디에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공주님이 죽으면 내 목숨도 위태롭다. 괴롭히는 것은 그 정도로 하지"

 

어디에 나타난 것인지.

지면을 살며시 밟는 소리와 함께, 그 남자는 괴물 앞으로 걸어갔다.

낡은 외투를 걸쳤을 뿐인 소박한 모습.

후드를 깊게 내려쓴 탓에 표정이나 생김새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방어구 종류는 전혀 착용하지는 않은 듯했고, 올려다보는 상태의 미노타우르스를 막아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술사인 동료가 있었었지...... 하지만, 이 정도로 막을 수 없다고요!"

 

꽉 조이는 쇠줄이 피부에 파고들어 피가 나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미노타우르스는 큰 도끼를 들고 전진했다.

 

"고블린 몸들아! 저 마법사를 찢어 죽여라!"

 

명령에 싸움의 지켜보던 고블린들이 일제히 외투를 두른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캬아"

 

무리 짓지 않으면 싸우지 못하는 왜소하고 빈약한 고블린이지만, 오히려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괴롭히는 짓은 무척 즐긴다.

그리고 마법사는 강적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찌르면 반격은 하지 못하리라 생각한 것인지, 고블린들은 즐거워하면서 달려들었다.

 

"뭔가 착각을 했나 보군?"

 

그러나 다음 순간 남자는 외투를 걷어올리며 허리에 걸린 바스타드 소드를 뽑았다.

아주 짧은 한순간의 동작으로 다섯 마리의 고블린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아니......!?"

"막 잠에서 깨서 장비가 이거뿐이야. 오해하게 해서 미안하군"

 

남자의 손에 있는 검은 상당히 날카로운 데다가 마력을 띠고 있는지 회색으로 반짝였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명검이라고 해도 한순간에 고블린 다섯 마리를 베어 넘기기는 쉽지 않다.

 

"마법 전사......!?"

 

놀라운 검 실력.

그리고 미노타우르스는 후드가 벗겨지고 외투가 벌어지자 나타난 남자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남자의 몸에서는 뿜어지는 불길한 독기와 이마에는 뾰족하고 큰 뿔이 하나 솟아있었다.

독기 속에서 붉게 반짝이는 안광은 평범한 인간의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날카롭고, 뺨에서 목까지 넓게 퍼진 자국은 사악한 문양을 그렸다.

 

"그, 그것은 야만왕의 낙인!?"

 

경악하는 소머리 괴물에게 남자는 재빨리 다가갔다.

 

"설마, 벌써 부활했다니!?"

 

미노타우르스는 바로 큰 도끼를 휘둘러 남자를 반토막 내려고 했다.

 

"에르빈!"

 

헤드위커는 무심코 이름을 외쳤다.

하지만 독기를 내뿜는 남자는 간단히 큰 도끼의 일격을 막고, 마법의 칼날 그물로 구속된 괴물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이놈......!?"

"늦었다"

 

"진, 제4계위 공격"

"저, 저럴 수가......!?"

 

미노타우르스보다 한참 빠른 속도로 에르빈은 주문을 영창 했다.

그리고 왼손을 내민 순간 완성되었다.

 

"섬광, 전격-번개"

 

눈부신 빛과 함께 손에서 번개가 방출되었다.

지근거리에서 미노타우르스의 몸을 관통하고, 그 뒤에 도망치려던 고블린 무리를 휘감았다.

 

"크아아아아!?"

 

소머리 괴물의 온몸에 경련이 일어났고, 그 여파를 받은 고블린들은 순식간에 불타며 날아갔다.

 

"대단히......"

 

무지막지한 위력 앞에 헤드위커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고면을 면치 못했던 상대가 간단히 무력화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더 이상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크, 억............"

 

그러나 미노타우르스도 많은 야만족을 거느린 강자답게 긍지가 있는 것이다. 간단히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큰 도끼를 지팡이 삼아 쓰러지는 것을 거부하고, 심한 화상을 입은 얼굴로 독기를 감싸인 남자를 노려보았다.

 

"설마...... 이 정도였다니......"

 

거친 숨을 내쉬면서 거한의 괴물은 중얼거렸다.

 

"역시 '파계의 마왕'이라 불릴 정도는 되는군...... 하지만 어차피 나는 선발대. 내가 쓰러지더라도 본대가 도착한다면, 아무리 당신이라도 맥도 못 쓰고 패할 테니까...... 바로 내 뒤를 따르게 될 거야......"

 

 

미노타우르스는 힘겹게 거친 숨을 내쉬며 여전히 잔인한 웃음을 띄웠다.

하지만 그것을 본 에르빈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본대라는 건, 다크 트롤 부대를 말인가? 그거라면 방금 괴멸시켰어"

"뭐.........."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남자의 말에 미노타우르스의 표정이 경악으로 변했다.

 

"아무튼 그러니까, 안심하고 죽어"

 

그리고 그 표정으로 소머리는 몸에서 분리되어 공중으로 떠올랐다.

 

"괜찮은 거야, 공주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에르빈은 헤드위커를 돌아보았다.

 

"나, 나는 괜찮다"

"하여튼...... 피하지 못한 마을 사람을 구하러 가는 건 좋은데, 말은 좀 하고 움직이자고. 갑자기 없어지면 놀라잖아"

"어......"

 

불길한 문양이 새겨진 얼굴로 에르빈은 바른말을 했다.

때문에 헤드위커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공주도 그 아이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렇게 말한 에르윈은 주저앉아 있는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극한의 공포에 겁에 질린 마을 소녀는 에르윈의 흉악한 모습에 결국 정신적인 한계에 이르렀는지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아......"

 

그 모습에 상처 받은 듯한 표정의 에르윈을 보고 헤드위커는 무심코 "푸훗" 이라며 웃음이 터졌다.

 

"후후...... 아하하하하! 역시 '파계의 마왕'! 마을 소녀에게는 너무 자극이 너무 강했나 보군!"

"제길. 기억이 없다고 제멋대로 떠들고 말이야......"

 

에르윈은 검을 한번 휘둘러 피를 털고 칼집에 넣더니 기절한 소녀를 어깨에 짊어졌다..

 

"나는 마왕이니 야만왕이라 불린 기억도 자각도 없어! 빨리 이런 여행 끝내고, 너와 맺은 사기 같은 원정 계약도 얼른 완료시킬 거니까!"

"그것 참 믿음직하네요"

 

헤드위커는 주눅도 들지 않고 당당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 무사하십니까!?"

 

그 순간 또 다른 동료이자 측근인 소녀의 목소리가 들였다.

 

"거봐, 한나도 화가 났군. 너도 조금은 혼 좀 나야 해"

"에, 헴. 한나는 나한테 약하니까. 혼 날 일 없어"

 

말하던 공주의 표정은 약간 경직되었다.

 

"그러면...... 한 부대 더 해치워 볼까"

 

곁눈으로 다가온 동료의 기척을 확인한 에르윈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금까지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없었다는 듯이 나뭇가지 사이로 맑고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