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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정보/소설번역(미리보기)

영감 소녀는 상자 속

by blacksnowbox 2020. 3. 29.

 

 

영감 소녀는 상자 속

원제 / 霊感少女は箱の中 저자 / 코우다 가쿠토(甲田学人) 일러스트 / 후유노 하루아키(ふゆの春秋) 정가 / 本体650円+税 발매 2017년 1월 10일 ISBN 978-4-04-892541-9 내용 소개 귀재・코우다 가쿠토가 그리는..

booklog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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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친구에게.

우정 릴레이. 이것은 우정 릴레이입니다. 당신은 저의 소중한 친구이므로, 당신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당신과 이 우정은 계속 이어집니다. 축하합니다.

단......

 

이곳 유리타니시는 내륙에 위치한 인구 9만 명의 큰 도시다.

전쟁 전에 빠르게 철도와 공업 자본을 받아들여, 그대로 전쟁 중부터 전쟁이 끝날 때까지 대형 공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발전했다. 지금도 이름난 대기업의 근대적인 여러 개의 대규모 공장이 교외에 자리 잡고 있다.

 

메이지 시대의 귀중한 벽돌 건축이 여러 개 남아 있는 구시가지와 근대적인 신시가지, 그리고 교외의 주택지와 공업단지, 이것들을 연결하는 노면전차가 유리다니시를 구성하고 있다. 공업도시로 유명하다. 하지만 교과서에 실릴 것은 아니다. 유리다니시는 그런 도시다.

특산품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거의 없다. 굳이 말하자면 교외에 소규모로 명품 야채가 생산되고 있어 청과 판매자라면 누구라 아는 정도. 그리고....... 어째서인지 유리다니시라고 하면 유명한 것이 '점술'이다. 때때로 TV의 예능 방송 등에서 소개되기도 해서, 점술가 개업을 일본에서 가장 많이 하는 도시다. 점술가의 메카처럼 되었다고 한다.

또, 그리고.......

 

"......아, 저기, 전학 온 야나기 토오카입니다. 잘 부탁해"

 

그리고 고등학교.

사립 긴레이 학원 고등학교. 그곳 3층에 있는 1학년 B반 교실에서 지금 막 교사가 자신의 이름을 쓴 칠판 앞에 서 있는 야나기 토오카는 오늘부터 같은 반이 될 모두를 향해 깊이 머리를 숙였다.

긴레이 학원 교등학교는 아마 유리다니시의 이름은 몰라도 이 학교의 이름은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을 정도로 진학률이 높은 학교다. 1913년 개교. 미션 스클 개열로 팸플릿에 따르면 개신교라고 하지만, 토우카는 가톨릭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는 잘 모른다. 그저 더할 나위 없이 넓은 학교 부지와 예쁜 회백색 건물, 충실한 설비. 또한 개교 당시의 건물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지만, 신기할 정도로 멋진 벽돌로 만든 문화재급인 학교 건물과 예배당은 낡아 보이기는 커녕 위엄과 조화가 자아내는 존재감을 내뿜고 있고, 토오카도 눈으로 직접 보았다.

 

".........."

 

그런 학교에서 토오카는 허리를 숙인 자세 그대로.

교실 바닥과 새로운 교복을 입은 자신의 몸, 시야 가장자리에 걸친 어깨를 벗어날 정도로 기른 자신의 머리카락을 보면서, 어째서 자신이 이런 훌륭한 학교에 오게 된 것인지 여전히 명확하게 실감할 수 없었다.

지금은 9월의 초. 이른바 개학식이 있는 2학기의 첫날이다.

1학년 2학기. 이런 미묘한 시기에 전학을 온 이유는 흔한 부모의 전근 같은 것은 아니다. 그다지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지만 이전 학교에서 퇴학당했다.

토오카는 흔히 말하는 품행이 나쁜 소녀는 아니다.

긴 머리카락을 클립과 머리핀으로 고정하고, 꾸미는 스타일은 약간 어른스럽다. 친절한 부잣집 아가씨 같다는 말을 들을 때가 많다. 그리고 그 겉모습대로 이성교제나 폭력 이외의 범죄행위와도 전혀 인연이 없다. 전학 갈 학교는 물론이고 주소지도 예습할 정도로 착실한 하고, 성격이 좋은지는 알 수 없지만 귀가 얇은 성격이라는 것은 자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퇴학되었냐 하면, 학교에서 사소한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 사건이 일어났고, 사건에 휘말린 끝에 중심인물로 지목된 탓이다. 토오카에게는 불가항력 같은 일이었지만, 애써 들어간 고등학교를 한 학기도 보내지 못하고 퇴학된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토오카는 퇴학 처분을 받은 문제아 취급을 받으며, 어떻게든 전학 가능한 고등학교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없을 공산이 높고 실제로 학교를 찾는 데 난항을 겪었다.

특별히 성적이 우수하다면 또 몰라도 학력은 고작 중상, 운동은 하 중에 상. 난항을 거듭한 끝에 이제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바로 그 순간에 갑자기 간단히 받아줄 가능성이 있다고 타진해 온 곳이 어떤 연유인지 하필이면 이 명문고, 긴레이 학원 고등학교였다.

 

그리고 간단하지는 않지만 특별히 어렵다고 하기 힘든 학력 테스트와 그것과는 반대로 무척이나 간단했던 면접을 하고, 순조롭게 전학 허가가 나왔다. 집은 멀고, 부모는 맞벌이이므로 기숙사 생활. 역시 좁기는 하지만 모든 학생에게 개인실인 멋진 기숙사고, 듣자 하니 전국에서 긴레이에 수험을 하는 먼 지방 출신 학생이 생활 중이라고 한다.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것도 좀 그런 기분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토오카는 결코 자신이 이곳의 구성원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모처럼 운 좋게 전학할 수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확실하게 졸업까지 학교 생활을 하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진심으로. 사실대로 말하면 토오카는 긴장했다.

 

"그러면 저기 뒤에 자리야"

"아, 네에"

 

아직 젊은 남성 담임교사인 카와데가 말하는 대로 다른 학생들의 모습을 볼 여유도 없이 약간 어색하게 가장 뒤에 빈자리로 걸어가서 앉았다.

자리에서 보이는 것이 미션 스쿨이라고 듣고 떠올리고 말았던 책에서 읽을 듯한 엄격한 부잣집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가 아니라 평범한 남녀 공학의 풍경이라는 것에 토오카는 아주 약간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런 토오카의 시선이 문득 옆자리의 학생과 마주쳤다.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은 참으로 사교적인 표정이 인상에 남는 그 소녀는 호기심에 반짝이는 눈으로 토오카를 보며, 눈이 마주치자 호감 가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리고 학급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곧바로 다가왔다.

 

"저기, 난, 학급 임원인 나다 미히로야. 잘 부탁해"

"아, 그렇구나. 미히로도. 잘 부탁해......"

자기소개에 대한 토오카의 대응에 미히로라고 밝힌 소녀는 빙그레 웃었다.

 

"오, 처음부터 이름으로 불러주는구나. 좋다"

 

"아...... 미안, 너무 친한 척했지?"

 

"으응? 너무 얌전하면 말 붙이기 어렵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슈퍼 안심했어"

 

미히로는 미묘한 말투로 말하면서 과장되게 미소 지었다.

 

"익숙해질 때까지 여러 가지 좀 가르쳐 주고 하라고 선생님이 부탁하셔서, 모르는 게 있으면 뭐든 물어봐"

 

"진짜? 고마워. 부탁할게"

 

학급 임원과 선생님의 배려에 토오카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솔직하게 마음속으로 감사의 말을 건넸다. 실제로 아직 긴장한 상태고, 새로운 학교에서 잘 지내고 싶다는 생각 자체는 강했지만, 어떻게 계기를 만들면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했던 토오카에게는 미히로의 제의는 구세주처럼 고마웠고, 솔직히 기대고 싶다고 생각했다.

 

"곤란한 일 같은 것도 부담 갖지 말고 의논해. 뭐 번거로운 일이면 나도 선생님이나 학년 대표에게 전달할 뿐이지만"

 

하하하 하고 웃는 미히로.

토오카는 미히로의 말속에 낯선 단어를 듣고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학년 대표?"

 

"응. 그러니까...... 뭐라고 설명하지. 학년별 학생회장 같은 거겠지......?"

 

미히로도 설명하기 곤란한지 말끝을 살짝 흐렸다.

 

"분명 다른 곳에서는 거의 듣지 못한 직책 같아. 아무튼 1학년, 2학년, 3학년 각각 한 명씩 있어서, 상담하면 학생회나 학년 주임 선생님과 대신 이야기를 하는가 봐. 학생회장처럼 특별히 선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선택하는 건지? 역시 성적일까?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어."

 

"아. 하긴 이전 학교에서 들은 적이 없어. 가르쳐 줘서 고마워"

 

곧바로 학교가 다르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학교 조직의 차이를 전해 듣고, 토오카는 자신이 다른 곳에서 왔다는 현실을 새삼 떠올렸다.

평소, 그리고 이전의 토오카라면 약간 설렐 참이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계기로 이야기를 나눈 첫 번째 같은 반 학생인 미히로와 조금 더 이야기를 하려고 주제와 질문을 머릿속으로 찾았다. 사람과 사귀는 것은 좋아하는 편이다. 약간 울렁증은 있지만, 인간관계에서 곤란했던 적은 없었다. 다만. 이때의 토오카는 깨닫지 못했지만, 약간 평범한 상태가 아니었다.

 

자각하지는 못했지만, 토오카는 두려웠다.

그것은 또 같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학교에서 매겨진 평가는 어찌 되었든 간에, 실제 생활에서는 비행과는 인연이 없는 학생이었던 토오카에게 퇴학이라는 무거운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충격이 큰 사건이었다. 그래서 지난 일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마음먹었지만, 다시 똑같은 일은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역시 토오카가 생각하는 것보다 몇십 배 무거운 것이었다.

 

그때 토오카의 머릿속에는.

퇴학이 정해지기까지 경위와 처분 결정까지의 근신 기간, 처분이 정해지고 난 뒤에 학교와 부모와의 이런저런, 위가 아파 오는 몇 가지 일이 순식간에 되살아나 토오카의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아무튼, 그래서 있지......"

 

"응?"

 

응? 하고 거기까지 말했을 때, 토오카는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왜?"

 

"아....... 그게......"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당황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한순간 알 수 없게 되었다.

적어도 지금, 여기서 미히로에게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실패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이상하리만큼 강하게 끓어오르고,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말을 끊는 선택지가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새하얀 상태였다.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무슨 말이든 하지 않으면, 묻지 않으면.

경직된 토오카 앞에서 미히로는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갑자기 왜 그래?"

 

"그게......."

 

어떻게 해야 할까. 빨리. 머릿속이 공전한다.

 

뭔가...... 아, 그래......!

 

"그, 그러니까, 어....... 혹시 영감이 강한 사람이 있어?"

 

"어?"

 

물어보고 나서 멍하게 쳐다보는 미히로의 표정을 본 순간.

토오카는 겨우 마음을 다잡고 자기가 너무 긴장하고 두려워한 나머지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자,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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