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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정보/소설번역(미리보기)

medium 영매 탐정 죠즈카이 히스이(medium 霊媒探偵城塚翡翠)

by blacksnowbox 2020. 3. 24.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이 다가온 것만 같았다.

 

"선생님께서,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든 부인의 눈을 보았을 때, 코게츠 지로는 운명과 닮은 그 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막을 수 없는 죽음이 발소리와 함께 코앞까지 왔다고.

부인의 눈빛에는 갈 곳을 잃은 슬픔과 분노의 기색이 깃들어 있었다.

단골 찻집 구석에 있는 칸막이 자리에서의 한 장면이었다. 책상 위에는 그녀가 직접 가능한 범위에서 수집했다고 하는 일련의 사건과 관련된 자료가 놓여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관동 지방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 사체 유기 사건과 관련된 자료다.

범인은 판명된 것만 이미 8명의 여성을 살해했다고 한다. 그는 일체의 증거를 남기지 않고, 경찰의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성실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모든 수사 관계자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마치 범인이 망령이나 사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투덜거렸다. 그렇다. 그것은 죽음을 나르는 망령이다. 실체가 없고, 교활하며,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죽음을 흩뿌리는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자.

 

그런 범죄자를 잡는 것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저는......"

 

말을 음미하면서 코게츠는 말한다.

 

"경찰 관계자도, 탐정도 아닙니다. 그저 보잘것없는 글쟁이입니다."

 

하지만 부인은 덤벼들 듯이 코게츠를 다시 바라보며 말했다.

 

"선생님께는 도움을 주는 영능력자 분의 계시잖아요"

 

그 말에 코게츠는 숨을 삼켰다.

 

"최근에는 그분과 함께 몇몇 사건을 해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며칠 전 뉴스로 시끄러웠던 여고생 연속 교살 사건도 코게츠 선생님께서 그분의 조언에 따라서 해결하셨다고..."

 

그 사건은 다양한 이유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 영향일 것이다. 코게츠가 영능력자와 함께 사건을 해결했다는 소문이 요즘 인터넷이나 주간지 등에서 확신된 모양이다.

그리고 그 소문은 정확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코게츠 시로는 죠즈카 히스이라는 여성 영매와 함께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왔다.

영매의 힘을 사용했다.

대부분의 기사에서은 정체불명의 영매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다뤘다. 당연하다. 영능력자가 그 힘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니, 허황된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눈앞의 부인은 그런 허황된 이야기에 매달리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행운인 것은 그것은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진실이다.

 

"조금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그녀에게도 가능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습니다."

 

죠즈카 히스이의 힘은 그렇게 편리한 것이 아니다. 많은 제한과 히스이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법칙이 숨겨져 있어, 그것을 분석하면서 수사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예를 들자면 히스이는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올 수는 있지만, 살해나 사고 등으로 비명에 죽음을 맞이한 자의 영혼은 그 사람이 죽은 장소가 판명되지 않는 이상 불러낼 수 없다. 히스이가 이 법칙을 깨달은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그전까지는 불러 낼 수 있는 영혼과 불러낼 수 없는 영혼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녀 자신도 몰랐다.

또한 영시(靈視)를 이용해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고 해도, 말할 것도 없이 증거능력은 전혀 없다. 범인이 알면서도 증거가 없어서 답답한 경험을 했던 사건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영시로 얻은 정보를 분석하고 과학수사에 도움될 수 있는 논리로 매개하는 것이 코게츠 지로가 지금까지 맡아왔던 역할이었다.

답변의 보류를 전하고 부인을 돌려보낸 뒤, 코게츠는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를 걸었다.

 

이 의뢰를 수락할지 말지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선택을 하면 죠즈카 히스이가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얀 입김을 뿜으면서 코게츠는 죠즈카 히스이가 했던 말을 되내었다.

그것은 한 여름의 일이었다.

유원지의 소란 속에서 어린아이처럼 들떴던 그녀가 문득 웃음기를 지우며 말한 것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선생님, 저는 아마, 평범한 죽음을 맞이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인지 코게츠가 물었다.

 

"예감이 들어요. 이 저주받은 핏 때문일지도 몰라요.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 느껴져요."

 

영매 아가씨는 녹색 눈동자를 내리깔고 그렇게 말했다.

가냘픈 어깨가 공포를 참고 견디듯이 떨리는 것을 코게츠는 보았다.

그런 것은 기분 탓에 지나지 않아 하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히스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 예감은, 절대예요."

 

곤란한 듯이, 슬픈 표정으로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영매 아가씨는 웃었다.

아마도, 히스이가 예감했던 죽음이라는 것은 이번 일이 분명했다.

 

연쇄 살인귀를 상대한 탓에 맞이할 죽음.

만약 그것이 절대적이며, 뒤집을 수 없는 힘든 일이라고 해도, 피하려는 노력은 해야 하는 것이다. 불안과 공포를 억누르며 애써 웃으려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코게츠는 참을 수 없는 충동이 끓어올랐다.

아무도 없는 공원을 걸으면서 그렇게 되지 않을 선택지가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죠즈카 히스이는 영능력으로 살인귀에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이 핵심이다.

아무리 그녀가 능력이 있다고 해도 사건에 따라 적합한지 아닌지가 나뉜다. 예를 들어 이 연속 사체 유기 사건은 여전히 피해자의 살해 현장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래서는 히스이가 죽은 자를 불러올 수 없고, 피해자들에게 증언을 얻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경찰의 힘으로도 판명되지 않은 살해 현장을 스스로 특정할 수 있냐 하면, 그것은 힘들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살해 현장이 불명인 이상, 히스이에게도 까다로운 사건이 될 것이다.

범인의 특정이 불가능하면 히스이를 이 사건을 조사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다. 무관심한 척 안도하며, 두 사람의 관계를 지금처럼 이어가면 된다. 하지만 이 정도로 증거 인멸에 뛰어난 자의 위협이 되는 것은 이제 죠즈카 히스이가 가진 영능력뿐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히스이의 능력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까. 그것을 판단하려면 그녀의 능력이 가진 특성과 심령의 성질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능력으로는 어렵다고 해도, 여러 개를 조합하면 무언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범인을 특정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을 정리하려고 코게츠는 히스이와 만났던 최초의 사건을 떠올렸다.

 

책 소개 https://booklogs.tistory.com/18
 

medium 영매 탐정 죠즈카이 히스이

원제 medium 霊媒探偵城塚翡翠 저자 아이자와 사코(相沢沙呼) 가격 1,540 円 (1,400円+消費税140円) 발매일 2019년 09월 11일 페이지 456쪽 출판사 講談社 ISBN 978-4-06-517094-6 3관왕 획득! 「이 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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