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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2018년 8월 30일

by blacksnowbox 2018. 8. 30.

등을 돌리고 하얀 브래지어의 고리를 채우는 소녀를 남자는 운전석에서 바라보았다. 보여주는 것도, 보여지는 것조차 아직 미숙한 등에는 꾸밈없는 성적이 매력 그대로 느껴졌다. 시선을 앞으로 옮기자 신록 위로 새파란 하늘이 펼쳐져있었다. 나른함에 몸을 맡긴 채로 남자는 그녀가 준비를 끝내면 메밀국수라도 먹으러 가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녀는 스웨터를 내리고 흐트러진 앞머리를 쓸어올리고는 진지한 얼굴로 이쪽을 보았다.

"야마가미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요…… 미술교사라는 거짓말이죠?"

이마에 여드름이 한창인 소녀의 어른스러운 말투가 우스꽝스러웠다.

"거짓말이라니"

시선을 피하자, 소녀는 시트를 뒤로 완전히 젖혀 눕힌 몸을 덮었다.

"거짓말. 시인이라는 말도 거짓말이죠."

남자는 사이드 레버로 손을 뻗어 시트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키를 돌려 시동을 걸었다.

"거짓말아냐. 시를 써서 선물했잖아? 게다가 스케치로 그려서…… 스케치 주지 않아나? 스타킹 사준 날에."

소녀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입술을 깨물고, 변속레버에 걸친 손을 감쌌다.

남자는 혀를 차고, 시동을 껐다. 철부지가 어엿한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와 만나는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무거운 학생용 가방을 들고, 터들터들 상점가 변두리를 걷는 모습을 보고 말을 걸어, 카페로 데려간 것이 시작이였다. 데이트에서 드라이브를 하고, 교외 모텔에서 관계를 가졌다. 헤어질 다음 약속을 잡고 밀회를 즐기며 오늘은 여기까지 왔다. 만날 때마다 조금씩 대담해진 소녀는 안에서의 관계도 거부하지 않았다.

" 말이죠, 그저께 역앞에서 야마가미 씨를 봤어요. 모르는 여자랑 카페에서 나오는 걸요. 나랑 똑같은 시집과 스케치북을 갖고 있었어요."

"아아,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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