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술
"술 미지근, 연하고, 맛없어"
밤도 깊어진 어느 술집에서 한 남자가 구석 자리에서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 남자는 실내인데도 불구하고 수수한 회색 후드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그의 신장과 비슷한 크기의 지팡이를 벽에 세워두고,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때우려고 주문한 싼 술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러나,
"맛없다, 한 잔 더 하자"
맛없다. 진짜 맛없다.
요즘 시골에 어떤 싸구려 술집을 가더라도 이것보다 맛없는 술이 나오는 곳은 거의 없겠지. 이 정도로 맛없는 술은 찾는 편이 어려울 정도로 맛이 없었다.
시원하게 얼린 술잔에 가득 채운 맥주와 비교하는 것도 우스울 만큼 이 에일(홉을 넣지 않은 영국산 맥주)은 맛이 없었다. 자동판매기에서 파는 술이 이것보다도 과장 없이 몇 십 배 맛있겠지.
좀 더 비싼 술을 주문하면 또 다를 것이다. 다만 남자는 다른 술을 마실 생각이 없었다.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맛없는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맛이 없다는 느낌 이상으로, 그립다는 감정이 몇 배나 컸기 때문이다.
점점 취기도 돌아 한층 더 소란스러워진 주위의 손님과는 반대로 남자는 혼자서 홀짝홀짝 조용히 맛없는술을 마셨다. 하지만 자신이 주문한 요리가 오는 것을 보고 상기되면서 동시에 같은 술을 주문했다.
주문한 요리는 닭고기에 소금을 쳐, 속까지 잘 익도록 직화로 오래 구운 꼬치구이라는 심플한 요리였다.
조미료가 귀중해서일까 소금 이외에는 어떤 양념도 하지 않고, 고기도 늙은 닭이라서 무척 질겼지만, 뚝뚝 떨어지는 육즙과 살짝 눌을 때까지 잘 구운 고기의 향은 낮 동안의 운동으로 텅 빈 배로는 도저히 참아낼 수 없는 것이었다.
빨리 먹고 싶다. 그 본능을 거스르지 못하고 그대로 손으로 집어서 덥석 물었다. 역시 좀처럼 끊기지 않고 약간 질기지만, 풍미와 식감 덕분에 진짜 고기를 먹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막 구워 아직 뜨거운 닭고기에 혀를 데지 않으려는 듯이 방금 주문한 미지근한 에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물어뜯고, 그것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옛 기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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