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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2017년 10월 19일

by blacksnowbox 2017. 10. 20.

그는 운동화를 벗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인공적인 달콤한 향기가 감돌았다.

뒤의 장면만, 기억은 생생한 색을 갖고 있다.

잔주름이 불빛이 흔들리는 6 공간에는 벽에도, 창문에도 세워져 있는 다다미에도 검붉은 꽃이 흩어져 있었다. 유치원생쯤 되는 여자아이의 애처로운 몸이 하나, 다다미를 걷어낸 바닥 위에 누워있었고, 양손바닥과 무릎을 세운 양발이 바닥에 못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아마도 알몸이었던 여자아이는 납처럼 새하얗고, 목에서 복부까지 증식한 새까만 , 뭐가 뭔지 수가 없었지만, 죽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해부한 거야……

마음속에 자리잡은 무서운 단어를 그는 곧바로 머리에서 죽였다.

죄도 없는 여자이이의, 공포에 크게 눈동자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속의 수분을 짜낸 듯이 눈물에 뺨이 젖어 있었고, 벌어진 입에는 많은 양의 사탕이 가득채져 가느다란 목은 먹이를 통째로 삼킨 뱀처럼 불룩했다. 내장에 꽃에서 파리가 마리 날아올랐고, 그것이 그의 뺨에 붙었다.

순간 머릿속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어디선가 무시무시한 비명이 들려왔다. 낡은 아파트 천정을 뚫고 하늘마저 무너뜨릴 정도의 포효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그것이 뭔가 터무니없는 숭고한 목적을 위해 신이 허락한 행위라고 해도 나는 용서하지 않아. 외침은, 목소리는, 울부짖는 것조차 허락되지 못한 아이의 비명이 자신의 목을 통해 뿜어져나왔던 순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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