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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BORDER(프롤로그)

by blacksnowbox 2017. 10. 18.

 주의해 주세요 (WARNING)


 이 포스팅의 내용은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미리보기로 제공되는 소설의 일부를 번역한 것입니다. 연습용으로 제가 직접 번역한 내용으로 해당
 저작권자에게 모든 권리가 있습니다. 무단으로 배포하거나 권리에 침해되는 행위는 당사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습니다.

 그저 어떤 내용의 소설인지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읽어보시고 오탈자나 의미불명, 오역 등의 지적은 환영합니다.



출처 - http://www.kadokawa.co.jp/product/321309000137/


- 프롤로그 -

 
히가 미카는 눈앞에 있는 여성의 얼굴을 살피려고  자리에 웅크리고 앉았다.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공허한 눈동자는 어디를 보는 것인지 초점이 없었다앉은키로 보아 신장은 히가와 비슷해 보였다머리카락은 가슴 언저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었고약간 갈색이 섞여있었다가지런히 정돈된 머리끝과 염색 상태로 판단한 건데, 아마도 지난 주말 미용실에 다녀왔을 거라고 추측할  있었다.


 <머리 색이 예쁘네사실 나도 염색이라도 해볼까 하던 참이야.>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히가의 머리카락은 귀가 간신히 가려질 정도의 길이로 태어나서  번도 물들인 적이 없다새까만 머리카락은 할머니를 닮은 거라고 엄마는 틈만 나면 "미카는 할머니를  많이 닮았어"라고  했다기억 속의 할머니는 흰머리가 섞인 까무잡잡한 노파였고인사치레라도 닮았다고 말하기 어려웠다다만할머니와 닮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뻤다.
옆에 떨어져 있던 그녀의 교통카드 케이스를 집어 들었다. 면허증과 보험증사원증정기권이 들어 있었다토미타 아야메, 26신흥 IT기업의 사원인 듯하다면허증 사진과 도미타의 얼굴을 비교했다사진보다도 실물이 월등히 귀여웠다.

 <사진이   받네, 신경 쓰였던 걸까.>
 
히가는 다시 속으로 말을 걸었다.


"이거 심하구만"


아는 목소리가 들렸다히가는 한숨을 쉬며 돌아보았다수사 1과의 타치바나 유마다히가는 다시 눈앞의 토미타에게 시선을 되돌렸다.
목에서 배까지  벌어져 있었다상처 사이로 검붉은 장기가 보였다그녀가 앉은 자리 일대는 피바다였다호흡을 하면 비릿한 피 냄새가 콧속을 가득 들어찼다하지만히가는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살인 현장은 이미 일상의  장면일 뿐이다검시관이라는 일에 익숙해졌다고 기뻐해야 할지인간으로서 중요한 것을 잃었다고 슬퍼해야 할지히가는  물음에 제대로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히가는 현장을 찾을 때마다 상대하는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했다현장유류품사체의 상태를 조사하고 결과에서 사건의 내막을 밝혀낸다죽음에 이른 과정에서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떠올렸으며무엇 때문에 살해당한 것인지그것이 알고 싶었다히가는 비유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시도했다좋아하는 할머니가 무당이었던 것이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른다.
히가의 할머니는 현역 무당으로 의뢰를 받으면 죽은 자의 영혼을 자신의 몸으로 불러와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 생업이었다외가인 오키나와에 귀성했을 여러   광경을 목격했다친딸인 엄마는 그것을 '의식 같은 거야의식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이라며 반쯤 질린 표정으로 히가에게 설명했다하지만히가는 그런 할머니를 동경했고언젠가는 자신도 죽은 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있게 되지 않을까라며 어린 시절부터 계속 꿈꿨다.
 
무당이란 오키나와와 아마미 제도에 전해오는 샤먼영매사이며영을 자신의 몸에 빙의시키거나 신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영적인 조언을 하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자들의 총칭이다물론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할머니를 보면서 완전히 거짓이 아니라는 것은   있었다.
할머니에게 지역의 유지나 정치가때로는 해외에서  길을 마다하지 않고 조언을 구하려고 찾아왔던 유명인도 많았다할머니는  누구에게도 평등하게 응대하고누구도 차별하는  없이 의뢰를 받은 순서대로 신의 계시를 전했다.


 "이봐듣고 있는 거야 들은 척하지 마."


하나오카가 사체를 보면서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나한테 말한 거야혼잣말인  알았어."


히가는 어깨너머로 그렇게 말하자하아라며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하나오카 유마, 31신장은 180cm 중반정장을 입었지만 몸을 단련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있었다 튀어나온 두툼한 입술윤곽이 뚜렷한 얼굴에 맹금류처럼 예리한 안광을 갖고 있었다.
하나오카는 틈만 나면 히가에게 시비를 걸었다여성이면서 나이도 어린 히가가 자기보다 계급이 높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하나오카는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위에 할아버지도 경찰관인 골수 경찰 집안 출신이다히가에게는 믿기지 않는 집안에서 태어난 경찰계의 명문이었다.
 
"감식이면 경시청 점퍼는 제대로 입어그렇게 멋이 중요하냐"
 
하나오카는 등에 '경시청'이라는 흰 문자가 쓰인 파란색 점퍼를 들고 있었다히가는 어처구나가 없어 말도 나오지 않았다지금 생각해야 하는 것은 눈앞에 있는 그녀에 대해서다 복장 따위는 대수롭지 않은 사소한 일이다.
 
"그러니까매번 말하잖아그다지 멋을 부리려고  파란 점퍼를  입는  아니라고촌스러워서 입고 싶지 않은 거야그런  입을 바에는 일을 때려치우고 말지."


히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답했다.


"와아……"


하나오카는 두툼한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언제 봐도 사이가 좋아"


주위 감식반원들이 히가와 하나오카의 대화를 멍하게 쳐다보는 와중에 이시카와 안고가 하나오카의 말을 가로채며 나타났다하나오카와 같은 경시청 수사 1과의 형사다신장은 하나오카와 비슷하고 이목구비가 반듯하지만무슨 생각을 하는지   없었다이시카와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보인 다음 곧바로 토미타의 사체로 시선을 옮겼다. 순식간에  험악한 표정으로 변했다.
 
이시카와는 4개월쯤 전에 어떤 사건에 휘말려 관자놀이에 총을 맞았다  5일 동안 생사의 경계를 헤매다불과 1개월 전에 현장에 복귀했다한번은 담당의에게 말해 이시카와의 X레이 사진을 본 적이 있지만탄환은 기적적으로 뇌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중심부의 뇌기저동맥에 멈춘 상태였다수술로 살아남을 가능성은 아마도 10% 정도,  그러나 수술을 하지 않으면 탄환이 녹아 납중독이  가능성이 있다그렇게 된다면 남은 수명은 1 정도일 것이다결과적으로 이시가와는  적출 수술을 하지 않고 현장에 복귀했다
그 후 여러 번 현장에서 함께 하지만, 다른 형사에게는 없는 무언가를 그는 갖고 있었다. 분위기, 기운, 존재감. 말로 표현하면 그저 그런 흔해빠진 것이 되겠지만,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것은 이시카와가 본래 갖고 있던 것인지도 모르고, 말 그대로 사선을 넘은 자만이 갖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항상 죽음과 마주하는 히가지만, 이시카와는 죽음에 직면했다. 이 차이는 크다. 사람은 죽으면 도대체 어디로 가는가. 육체는 혼을 담는 용기이며, 혼은 육체를 떠난 뒤에 하늘의 부름을 받는다. 하늘로 올라간 혼은 다시금 현세로 되돌아오는 일이 있을까.
문득 이시카와라면 답을 알고 있을 것만 같아서, 몇 번이나 물어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항상 결심이 서지 않았다.
히가는 온기가 전혀 없는 사체에 닿을 때마다 죽음과 자신과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차츰, 서서히 다가왔다. 경계가 모호해지고 자신이 서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 모를 때가 있었다. 다만, 그 선은 명확하게 존재하며, 히가는 결코 그 경계선을 넘을 수 없다. 경계선 너머의  풍경을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이시카와는 틀림없이 경계선 너머의 풍경을 보고 있을 것이다.
 
이시카와는 쭈그려앉아 토미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코끝이 닿을 듯 말듯한 거리까지 얼굴을 가져가, 지긋이 눈동자를 응시했다. 히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40평방미터 정도되는 횅한 공원 한편에 있는 공중화장실 뒤편이다. 분뇨 냄새와 젊은 여성의 피 냄새가 뒤엉킨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고생 많다."


경례를 하면서 체격 좋은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나타났다. 이시카와와 하나오카의 상사이자 계장인 이치쿠라 타쿠지다. 뱀 같은 눈매에 인상은 험악하지만, 언행은 부드럽고 형사로서도 우수한 남자다. 히가는 그가 싫지 않았다.


"수고하십니다."


하나오카와 이시카와가 경례를 했다. 이 두 사람도 이치쿠라에게는 어쩌지 못했다.


"미카짱, 설명  부탁해"


수사 1과 형사라고 해도 히가를 이름으로 애칭을 붙여 부르는 것은 이치쿠라뿐이다.


"피해자는 토미타 아야메, 26. IT기업의 기술자인 듯합니다주머니 속에 교통카드 케이스에 면허증과 사원증이 들어 있었습니다사인은 출혈성 쇼크시반과 사후경직혈액 응고 정도로 보아사망 추정 시각은 심야 1시에서 2 사이로 예상됩니다치명상은 흉부의 자절창(刺切創)으로 상처의 형태로 보건대, 흉기는 칼날 길이가 대략 30센티가량인 대형 나이프입니다."
 
"악랄하군"


하나오카가 무심코 내뱉었다이치쿠라와 이시카와는 조용히 히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범인은 정면에서 찌르고튀어 오르는 피를 뒤집어쓰면서 나이프를 위로 올렸다"


히가는 손에  나이프를 앞으로 내민 다음손목을 젖혀서 왼손을 칼자루로 가져가 위로 올리는 시늉을 했다.


"범인은 피해자에게 꽤나 원한이 있었거나아니면"


"-아니면?"


히가가 말을 잇지 못하자이치쿠라가 재촉한다히가는 나이프를 위로 올린 자세에서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그저 단순하게 젊은 여자를 죽이고 싶었을 "


히가는 토미타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피를 보고 싶었다여성의 가슴을 찌르고 흐르는 피를 보고 싶었다무척 예뻤으니까뒤집어써보자.  피를 뿜어져 나오게 하자그래 가르면  거야"


이시카와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히가의 등줄기를 차가운 냉기가 흝고 지나갔다.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나오카가 뒷걸음질 쳤다. 이치쿠라는 가만히 이시카와를 바라보았다.


"아니범인이 피를 보고 싶었다고 한다면그런 심정이었지 않았을까 해서"


공기의 변화를 느꼈는지이시카와는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인다.


"섬뜩하네"


하나오카가 한마디 내뱉는다이치쿠라는 시선을 도미타 쪽으로 옮겼다.


"지금부터 지문과 족적을 조사하겠습니다자세한 검증 내용은 수사 회의 때까지 분석해서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히가는 그렇게 말고는 뒤꿈치를 붙이고 경례를 했다.


"수고했어미카짱"


이치쿠라가 웃는 얼굴로 경례를 받는다하나오카도 방금까지의 나쁜 태도는 사라지고경례만큼은 제대로 했다이시카와는 사체 옆에 우두커니  채로 벽을 바라보고 낮은 소리로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듯했다히가는 그대로 발길을 돌려 현장을 떠났다.
현장 보존용 '출입 금지' 테이프를 그대로 밀어버렸다.


"아이-" 현장을 경비하는 제복 경관이 탄식했다. "대체뭐 하시는 겁니까"


겉모습은 대단히 착실해 보이는 경관이지만말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히가는 사과의 뜻을 담아 가볍게 손을 올렸다.
히가는 '출입 금지'라는 말이 싫었다사람은 뭐든지 선을 긋고 싶어 한다. 선을 그어서 자신의 영역과 다른 영역을 구별한다자신은  영역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할  있다하지만진실은 언제나 자신이 속한 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자신의 범주 밖에 있을 때가 많다다만 자신이 접근할  없는 영역 따위 있을  없었다있다면 그것을 넘어갈 뿐이다.
히가는 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해 뜰 무렵 가장 어둠이 깊은 시간대겨울의 찬 공기는 두툼한 구름에 덮여 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오구리 슌 주연으로 제작된 서스펜스 수사 드라마가 심야 방송 치고는 이례적으로 시청률이 높았고, 개인적으로도 대단히 좋아하는 분위기와 스타일의 작품이라서 기억에 남는다. 특히나 충격적인 결말을 선사하면서 끝맺었다. 이달 29일에 1편 짜리 후속작을 방송한다고 해서 소설도 찾아보았다.

우선 미리보기 부분만 읽었는데. 드라마 영상이 강렬했던 탓인지 읽는 내내 배우들의 얼굴과 말투가 떠올라서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 소설만 읽었으면 좀 밋밋했을 것 같긴 하다(프롤로그 부분만 번역해서 포스팅할 예정).


이 작품은 처음부터 카네시로 카즈키(대표작 GO)의 원안을 바탕으로 드라마, 만화, 소설을 동시에 제작하는 프로젝트였다. 내용도 각각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있다. 등장인물은 같지만, 사건이 다르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만화는 평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드라마의 스토리 흐름을 대강 설명하면, '주인공 총상을 입고 생사를 오감-새로운 능력에 눈 뜬다-경찰로서의 원칙을 지키던 주인공이 변모한다-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범인으로 인해 선을 넘는다'로 결말을 맺는다.


주인공이 변화되는 원인은, 범죄 희생자들의 영혼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범인이 누군지는 분명하지만, 현실적으로 증거가 필요하고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하는 한계에 자꾸 부딪힌다.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선을 넘어버린다. 결국엔 선한 행위를 위한 악은 선인가, 악인가? 이런 원론적인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다보니 드라마 얘기를 너무 많이 했는데 소설 내용은 책이 도착하면 그때 다시...


SP, BORDER, CRISIS까지 카네시로 카즈키의 원안(기획)으로 제작된 TV 드라마는 기존 수사물에서 탈피한 내용이고, 무엇보다 재밌다. 물론 흑백이 명확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취향에 안 맞을수도 있다.

아무튼 카네시로 카즈키를 소설가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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