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번역 작업 일지

2017년 10월 13일

by blacksnowbox 2017. 10. 13.

 이시카와는 사체 옆에 우두커니 채로 벽을 바라보고 낮은 소리로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듯했다. 히가는 그대로 발길을 돌려 현장을 떠났다.

현장 보존용 '출입금지' 테이프를 그대로 밀어버렸다.

"아이, , -" 현장을 경비하는 제복경관이 탄식했다. "대체, 뭐하시는 겁니까"

겉모습은 대단히 착실해보이는 경관이지만, 말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히가는 사과의 뜻을 담아 가볍게 손을 올렸다.

히가는 '출입금지'라는 말이 싫었다. 사람은 뭐든지 선을 긋고 싶어한다. 선을 그어서 자신의 영역과 다른 영역을 구별한다. 자신은 영역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할 있다. 하지만, 진실은 언제나 자신이 속한 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범주 밖에 있을 때가 많다. 다만 자신이 접근할 없는 영역 따위 있을 없었다. 있다면 그것을 넘어갈 뿐이다.

히가는 문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뜰 무렵 가장 어둠이 깊은 시간대. 겨울의 찬공기는 두툼한 구름에 덮혀 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반응형

'번역 작업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년 10월 15일  (0) 2017.10.16
2017년 10월 14일  (0) 2017.10.15
2017년 10월 12일  (0) 2017.10.13
2017년 10월 11일  (0) 2017.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