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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마법재료 있습니다 1권 - (2) 1장 게으른 점장 - 1

by blacksnowbox 2011.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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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게으른 점주

 석벽에 둘러싸인 지하창고의 공기는, 흔들리는 램프의 그을음과 먼지와 곰팡이, 가게에서 취급하는 여러 가지 마법재료의 냄새가 뒤섞여있었다.
 작은 서랍장이 종횡으로 늘어선 선반 사이에, 묶은 밤색머리칼을 보닛(해설 : 여자나 어린아이들이 쓰는 모자의 하나)에서 풍성한 가슴팍까지 늘어뜨린 소녀가 있었다. 두툼한 장부의 페이지를 넘기며, 짙은 남색 눈동자로 문자를 더듬고 있다.
 음침한 지하창고에서, 소녀가 서있는 자리만 화사해보였다. 눈부신 미모를 가진 소녀의 기분이 오늘 아침은 특히 좋았다.
 나래지치, 카밀레, 갯버들, 오이풀, 스코폴리아뿌리
 “아, 이건 팔렸구나.”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표정의 소녀는 장부에 정성스럽게 기록했다.
 재고와 장부를 비교하는 것이 밤색 털옷의 소녀 - 사샤가 맡은 일이었다. 그보다는 가게에 달리 할 사람이 없었다.
 가게주인님 이란 사람은 물건을 들여오거나 판매할 때 장부에 기록한다는, 상인이라면 당연한 일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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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한 점원인 사샤가 장부정리를 안하면, 아무도 재고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다. 다행히도 상인의 딸인 사샤가 장부정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아침은 장부작업인 특별히 즐거웠다. 어제는 최근 2년간 최고 매상을 기록했던 것이다. 대략 금화 20매. 보통 사람이 2년간 놀고먹을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다.
 무엇을 얼마나 팔았는지 주인님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재고를 확인해보면 자연히 알게 될 일. 때문에 사샤는 즐기고 있었다.
 박쥐날개, 늑대 대퇴골, 사슴뿔, 단지에 든 두꺼비 독-
 “주인님도 참, 또 물건 위치를 틀리셨네.”
 쓴 웃음을 지으며 사샤는 상품을 원래 있던 장소로 옮겼다. 선반에 품명을 써 두어도, 매번 엉뚱한 곳에 물건을 놓는 주인님이었다.
 2년 전, 15살의 사샤가 고용되었을 때, 이 가게는 문을 닫기 일보직전이었다. 아무튼 재고 관리가 재대로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비소나 수은등의 독극물이, 부들꽃가루나 컴푸리 뿌리 같은 약초와 같이 진열되어 있거나, 흔한 질경이나 아킬레아가 품절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았다.
 성가신 일은 질색인 주인님에게 끈기 있게 상품의 성질을 배우면서, 하나하나 분류와 정리를 끝내기까지 1년이나 걸렸다.
 흑요석, 유황, 철분, 무연탄, 초석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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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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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혹시 주인님, 또 시작하신건가요?”
 사샤의 미소가 굳어졌다. 때때로 주인님이 써버리는 마법재료가 또 줄어있었다.
 원래라면 이런 마법재료는 마법사들에 의해서 조합되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마법약이 될 예정이지만. 주인님이라는 사람은 애들처럼 장난으로 상품에 손을 대는 버릇이 있었다.
 혹시라도, 대량으로 팔린 날이라면 눈치 채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나중에 추궁해봐야겠어.
 화가 난 기분을 가라앉히려고, 사샤는 양피지로 된 무거운 장부를 덮었다. 목에 걸린 은으로 된 로켓(해설 : 조그만 사진 따위를 넣어서, 가는 사슬로 목에 거는 금속제 장신구)을 손에 쥐었다. 그 속에 조그만 호박이 반짝였다.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했다.
 “이런 일로 화를 내서는 안 돼. 나는 지금, 충분히 행복한 걸. 이름도 모르는 마법사님, 그때는 정말 감사 했습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10살 때, 지나가던 마법사가 준 호박의 일부다.
 납치법의 손에서 구해준 것뿐만 아니라, 잠시 동안의 생활비로 터무니없을 정도로 고가의 물건을 받았다. 투병중이던 부모을 잃은 소녀에게는 사막의 물과 같았다. 조금씩 아껴서 사용해서, 지금도 소중히 남겨두고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이 버팀목인 것이다. 혹시나 할 경우에는 호박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어떤 고난도 헤쳐 왔다.
 그것은 지금도 변함없다. 이것이 있는 한, 아무리 주인님이 귀차니즘에 절어있든 게으르든, 좌절하거나 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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