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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트리니티 블러드 ROM 제1권 한탄의 별

by blacksnowbox 2017. 6. 15.

주의해 주세요(WARNING)

 포스팅 된 내용은 해당 저작권자에게 모든 권리가 있습니다. 배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연습으로 출판사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내용을 번역한 것입니다. 따라서 무단 전제에 대한 문제는 당사자에게 있습니다. 읽어보시고 오탈자나 의미불명, 오역 등이 있다면 지적 부탁드리겠습니다.


트리니티 블러드 ROM 01권 한탄의 별

(원제 : [吉田直] トリニティブラッド ROM 01 きの)


 

서장 : 사냥꾼의 밤

 

그대들의 피를 탐하는 자, 내 반드시 멸하리. (창세기 9 5)

 

무거운 문을 밀어젖힌 순간 농밀한 피 냄새가 밀려왔다.

예배당 내부에서 불어오는 비릿한 바람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사샤는 손에 든 은제 촛대를 잊지 않고 다시 한번 고쳐 잡았다. 손바닥은 땀에 젖어 기분 나쁠 정도로 축축했다.

힘없이 흔들리는 촛불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사악한 어둠이 드러나게 했으며, 짙은 기운과 흡사한 그림자는 의지가 있는 존재처럼 용감한 소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곳은 사샤가 세례를 받은 후로 15살이 될 때까지 거의 매주 찾았던 장소다. 그럼에도 오늘 밤 어둠 속에 잠겨 있는 예배당은 소녀가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성모님, 저를 보호하소서. 보호하소서, 성모님......"

사샤는 오빠를 제외하면 마을에서 제일 가는 용사였다.

겁쟁이 마을 사람들은놈들이 나타나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문을 잠그고 숨기 바빴다. 촌장인 아빠도 주변에 마늘과 산사나무를 뿌려둔 집 안

으로 들어가 숨을 죽였다. "놈들"에게 잡혀간 약혼녀를 되찾으려던 오빠에게 힘을 보태려는 사람은 없었다.

 사흘 전, 사샤도 오빠와 함께 "놈들"이 눌러앉은 교회로 뛰어들려고 했다. 하지만 오빠는 그것을 조용히 거절했다. 자신을 대신해 부모님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단독으로 들어가 -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주여, 저를 보호하소서. 성모님, 저를 지켜주소서......"

예배당의 어둠을 차분히 뚫어지게 주시하면서, 한걸음씩 나아갔다. 불길한 상상으로부터 뻗어 나온 차가운 손이 어깨를 두드렸다. 깜빡이는 것조차 잊어버린 눈이 아프게 따끔거렸다.

사샤가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훑자마자 마룻바닥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려왔다.

", 누구야......!?"

들이댄 촛대의 흔들리는 불빛에 드러난 거대한 여자의 그림자에 사샤는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자기도 모르게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나서야 그 여자의 품에 어린아이가 안겨있다는 것과 부드러운 미소 띤 얼굴이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샤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 깜짝이야...... 놀라게 하지 마세요, 성모님."

심장은 여전히 격렬하게 고동쳤지만 무릎이 떨리는 것은 참아내는 데 성공한 사샤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훔쳤다. 마을을 보호하는 신이기도 한 성모상에게 너스레를 떨고는 문득 등을 돌렸다. 이번에야말로 사샤는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벤치에 두 개의 그림자가 앉아있었다.

"어머나 누가 왔나 봐, 미리스."

"그래, 마리스 귀여운 작은 새 날아들었어."

두 명의 여자가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었다.

여자들은 완전히 동일인물로 보였다. 설화석고처럼 하얗고 아름다운 얼굴도, 허리까지 자란 긴 금발도 완전히 같다. 이제 곧 눈이 내리기 시작할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둘 다 얇은 실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차이라면 입술에 칠한 립스틱 색깔 정도로, 한쪽은 옅은 분홍색인데 반해 다른 한쪽은 어두운 남색이었다.

호박색 눈동자를 번뜩이며 옅은 분홍색 입술이 속삭였다.

"미리스, 기운이 없어 보여. 모처럼 손님이 왔는데 차라도 대접해야지. 1)사모바르(러시아의 가정용 주전자)가 어디 있더라?"

킥킥거리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하는 여자를 향해, 사샤는 휙 소리가 날 정도로 촛대를 휘둘렀다.

", , 오빠를 어떻게 한 거야. 이 괴물들아!"

흔들리는 촛불의 움직임을 따라 세 개의 그림자가 기괴한 생명체처럼 춤췄다. 속으로는 그 움직임을 두려워하면서도 소녀는 혼신의 힘으로 휘두르며 소리쳤다.

", 나는 코나브리 마을의 무사인 스파레크의 딸 사샤다! 오빠의 복수다. 어서 덤벼!"

"오빠? 혹시 이 작은 새가 말하는 게 그 용감한 수탉 일까, 마리스?"

속삭이는 연분홍색 입술이 고혹적으로 꿈틀거렸다.

", 기억 안 나? 요전에 우리들에게 성서를 읽어줬던 그 수탉."

", 성서는 여기 있어! 십자가도!"

사샤는 왼손에 든 성전과 목에 걸린 로사리오를 내보이며 소리쳤다. 그런 와중에도 격렬한 공포에 무릎이 떨리고 - 무서워. 심장이 얼어붙을 것처럼 무서워.

정숙한 웃음을 띤 채 노래하듯이 대화를 나누는 여자들의 모습이 어둠의 정령처럼 아름다웠지만, 사샤은 그 모습에 현혹되지 않았다. 그 아름다운 여자들은 "놈들"이다.

아마겟돈 일어났던 이 세계에 돌연 나타난 인류의 천적. 그림자 일족, 밤의 권족, 어둠의 주인 등 다수의 별칭으로 알려진 역겨운 마물. 그 중에서도 가장 알려진 이름은......

"각오해라, 흡혈귀 놈들아! 어서 나와, 정정당당하게 싸우자!"

""네 오빠는 무척 맛이 좋았단다, 작은 새야.""

달콤한 목소리는 양쪽 귓전으로 동시에 흘러 들었다.

두 개의 손에 양쪽 어깨를 붙잡힌 사샤의 얼굴은 서리가 내린 것처럼 창백해졌다. 분명히 벤치에 앉아있던 그림자가 눈 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했는지 두 괴물은 용감한 소녀의 등 뒤에 서 있었다.

"사력을 다해 성서를 읽고는......"

"십자가를 들이대고......"

"그런 다음 울면서 목숨을 구걸했지......"

"결국 우리들의 밥이 됐어."

번갈아 가며 들려오는 목소리에 사샤는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얼어붙은 듯이 서있는 소녀에 손에 얼음처럼 차가운 손가락이 들러붙자, 은제 촛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이 작은 새는 오빠보다 똑똑한데, 미리스. 준비성도 있어."

"맞아, 마리스. 끔찍한 은...... 우리 장생종이 적외선 다음으로 싫어하지."

어두운 남색 입술의 여자는 역겨운 표정으로 떨어진 촛대를 예배당 구석으로 걷어찼다.

바닥에 쓰러져 촛불이 꺼지고, 주위는 다시 어두워졌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단다, 작은 새야. 너도 사랑하는 오빠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될 테니까."

갈라진 연분홍색 입술 사이로 덧니라고 하기엔 너무 긴 반짝임과 끈적이는 달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작은 새는 어떤 맛일까?"

창으로 쏟아지는 희미한 달빛 속에 어두운 남색 입술이 살며시 소녀의 목덜미와 겹쳐졌다. 순백으로 반짝이는 송곳니가 때묻지 않은 부드러운 피부에 서서히 파고들려는 찰라 얼음 같은 빛이 어둠을 가로질렀다.

"!"

어두운 남색 입술의 흡혈귀가 비현실적인 비명 소리와 함께 상체가 뒤로 젖혀졌다. 그녀의 손에 깊숙이 꽂혀있는 것은 평범한 로사리오다. 얼마나 강한 힘으로 던진 것인지 그다지 날카롭지도 않는 십자가가 손등을 관통해 손바닥으로 뚫고 나왔다.

", 미리스!"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여동생을 껴안은 채 연분홍 입술의 흡혈귀 - 마리스가 표독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부릅뜬 눈동자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악의를 담아 노려보았다.

"거기 누구지? 우리 식사를 방해하는 어리석은 자가 아직 마을에 있었다니......"

천장의 채광창 너머로 푸르스름한 밤하늘이 보인다. 남쪽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두 개의 달 - 은색으로 원을 그리던 "첫 번째 달". 그리고 피처럼 붉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떠있는 "두 번째 달"의 불길한 달빛 아래 키가 큰 그림자가 홀연히 서 있었다.

"......공교롭게도 저는 마을 사람이 아닙니다."

그림자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흡혈귀 마리스 자도로프슈카, 미리스 자도로프슈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들을 코나브리 마을에서 발생한 22건의 살인 및 혈액강탈 용의로 체포하겠습니다."

"너 그 옷은ㅡ!"

달빛에 드러난 모습에 미리스는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림자 - 키가 큰 남자가 걸친 것은

검은색 사제복과 같은 색의 망토. 그리고 가슴에 반짝이는 금색 로사리오.

"교황청!"

"이런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교황청 국무성성에서 파견되었습니다......"

상황에 맞지 않는 정중한 자기소개는, 뭔가 살을 파고드는 소리가 가로막았다.

남자의 등에 깊숙이 파고든 것은 방금 전 흡혈귀의 손을 관통했던 로사리오다. 어떻게 순식간에 이동했는지 등 뒤에 서 있던 미리스가 악랄한 분노를 담아 내뿜었다.

"단생종 주제에 잘도 내 몸에 상처를......목숨으로 속죄해라!"

불곰 이상의 괴력을 자랑하는 작고 여린 손이 우아하게 움직이자 로사리오는 완전히 파고 들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심장 근육이 찢어지는 섬뜩한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장신의 남자는 무릎을 꿇었다. 푸르스름한 달빛 속에 분출되는 핏줄기가 새하얀 미모로 튀어 오르자, 미리스는 만족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하찮은...... 이곳 사제도 그렇고, 이 녀석까지, 교황청의 개들이 점점 멍청해 지는 것같아,  마리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데, 이렇게 바닥을 더럽히지 말아 줄래, 미리스. 그쪽에 피는 네가 책임지고 처분해."

복수와 피의 향기에 취한 여동생에게 자연스럽게 뒷정리를 미룬 마리스의 시선은 품 안의 소녀에게 향했다. 용감한 작은 새는 눈 앞에 펼쳐진 참극에 충격을 받고 실신했다.

"그러면 난 이 작은 새를 맛보도록 할게."

새하얀 얼굴에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 마리스는 웃었다. 단생종 치고는 그럭저럭 예뻐. 분명 피도 맛있겠지.

 천정의 채광창 쪽에서도 송곳니가 살을 찢는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고, 감미로운 생명의 물이 여동생의 목을 통과하면서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냥감의 피가 얼마나 맛이 좋은지 뜨거운 입김이 새어 나왔다.

"절반은 내게 넘겨 줘야 해, 미리스."

이쪽도 소녀의 목덜미에 늘어진 머리카락을 걷어내면서, 마리스는 여동생에게 제안했다.

"이 작은 새의 피도 절반은 남겨 둘게. 공평하게 교환하자꾸나."

"......아아, 그건 힘들겠군요."

차분히 들려오는 목소리는 미리스가 아니었다.

"저는 편식을 해서 말이죠......그 아이의 피는 못 먹습니다."

"!?"

휙 돌아선 순간 마리스의 눈에 들어온 모습은 마치 단생종처럼 공포에 눈을 크게 뜬 여동생의 모습이었다. 비명 지를 것처럼 벌어진 어두운 남색 입술에서 가냘픈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고, 그렇지 않아도 하얀 얼굴이 종이처럼 새하얗게 변했다. 하지만 흡혈귀가 경악한 것은 여동생의 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의 목을 감싸고 있는 장신의 그림자는-

", 이럴 수가...... 뭐야, !?"

입맞춤을 하듯이 미리스의 목덜미에 포개진 녀석의 입술에서 실처럼 붉은 액체 자국이 늘어져 있었다. 그것은 마리스에게도 무척 흔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이 마시고 있는 건-

"말도 안돼! , 너 피를......우리 피를!"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으셨습니까?"

멈추지 않는 출혈과 공포로 힘을 잃은 미리스의 몸을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웃음짓는 그의 표정은 어쩐지 슬퍼 보였다. 하지만 입술을 비집고 나온 것은 분명 초승달 형태의 날카로운 송곳니다.

"소와 닭을 인간이 먹고. 그 인간의 피를 당신들이 마시고. 그렇다면 당신들을......"

"그렇군,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 교황청이, 우리들의 적이 터무니 없는 괴물을 기르고 있다는. 그 괴물이 하필이면 우리 피를......"

공포에 치를 떠는 흡혈귀를 향해 다가가면서 그것은 조금 슬픈 목소리로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저는.......... 흡혈귀의 피를 마시는 흡혈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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