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소설의 문장

읽기 괴로운 글

by blacksnowbox 2023. 8. 20.

이번 글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웹소설뿐 아니라 모든 장르의 소설에 다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또 취향에 따라서는 오히려 즐기는 독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소설은 의미 없는 90%와 의미 있는 10%로 이뤄진 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소설 쓰기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가 의미 90%라는 걸림돌을 넘지 못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합니다. 습작이랍시고 끄적여 보면 의미 있는 10% 밑에 깔아줘야 하는 90%가 너무 막막해요.

 

만약에 우리가 소설을 읽는데 100% 모든 문장에 힘이 팍 들어난 의미 있는 것들로만 채워졌다고 생각해 보자고요.

모든 문장에 미사여구나 온갖 비유가 다 들어가 있는 거죠.

디테일 과잉 혹은 정보의 과잉이라고 표현하면 될 것 같는데, 전 정말 피곤하더라고요.

장르 소설에도 그런 작품 있습니다. 드라마에 한 씬이라고 가정했을 때 롱테이크로 장면이 전환없이 2,30분씩 계속 이어지는 거죠. 그런 드라마가 재미있을까요? 이건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엄청난 거장이 죽여주는 시나리오로 연기에 미친 배우와 만나서 만들어낸 명작은 제외라고 생각하세요. 간혹 드물게 탄생하는 명작만 생각하고, '저 작품은 그래도 재밌던데요'하고 따지시면 곤란합니다ㅎㅎㅎ.

 

혹은 인물 소개를 하면서, 머리카락부터 이목구비를 전부 비유를 넣어가면서 일일이 설명해서 한 서너 페이지를 썼다고 가정해 보세요. 그걸 읽는 독자는 어떤 심정일지. 여기에 주인공이고 조연이고 구분하지 모든 캐릭터를 다 똑같은 분량으로 씁니다. 대부분의 독자는 이게 뭐냐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쉽게 설명하면 이런 겁니다.

총을 왜 쐈는지가 중요하지 총기의 제원은 중요하지 않다.

소설의 첫 장면에서 주인공이 총을 쐈다고 칩시다.

독자는 당연히 이 사람이 왜 총을 쐈는지가 궁금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몇 구경, 분당 몇 발을 쏠 수 있는 무슨 종의 총에 어떤 탄환을 장전하고, 모잠비크 드릴로 어디와 어디에 두 발을 쐈다. 이렇게 쓰면 이런 설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요. 차라리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주인공이 왜 굳이 그 총을 선택했을까? 그 속에 담긴 탄환은 어떤 의미인가(예를 들면 안중근 의사가 탄두에 십자선을 새긴 이유 같은 것들 있잖아요) 등을 스토리에 잘 녹여내면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요.

 

밀리터리 소설이면 나와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물으신다면, 적절한 타이밍에 나와야 하는 거죠.

예를 들면 마약 수사관이 화력 지원으로 참여한 특수 부대원과 막 문을 뚫고 들어가니 마니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부대원이 어떤 장비에 총기를 휴대했다느니 하는 구구절절한 설명이 과연 맞느냐 하는 거죠.

차라리 범인을 심문하면서 그들이 사용한 총기나 흉기에 대한 설명을 넣거나 교전이 발생한 이후에 전투 방식이나 양상을 이해하기 쉽도록 전투원이 가진 총기의 세부 설명으로 덧붙여 주는 편이 더 나은 판단 아닐까요.

 

웹소설이라면 한 회에서 한두 개의 핵심 문장,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특별한 몇 개의 에피소드가 있고 나머지는 그것들을 더 돋보이게 하는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뭉뚱그려서 한 단어로 표현하면 완급 조절인 셈이죠.

 

주제 넘게 이런 글을 쓰면서도,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합니다.

작가가 100명면 100가지 창작법이 있고, 모든 작품이 다 명작일 필요도 없고, 모든 작가가 다 명작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위에서 했듯이 누구나 의미 있는 10%는 쉽게 쓸 수 있고, 거기에 공감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거든요.

10명의 독자 중에 7,8 명이 싫다고 해도 1,2명은 또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소수일 때는 부끄러워서 굳이 밝히지 않을 뿐입니다. 저도 왜 나만 좋아하지 이런 느낌의 작품에는 굳이 평가를 남기지 않습니다ㅎㅎㅎ. 요새는 웹소설 중에 힐링물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작고 사소한 것들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왜 그렇게 귀여운 것인지.

 

결론은 과잉보다는 약간 부족한 정도가 좋고, 적재적소, 완급조절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나도 이렇게 써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내용을 정리해 본 글입니다.

반응형

'웹소설의 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장 수정 사례  (0) 2023.11.28
-적  (0) 2023.09.21
[바라다]의 저주?  (3) 2023.08.20
아버지와 아버님의 차이  (0) 202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