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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2023년 6월 16일

by blacksnowbox 2023. 6. 16.

산 자와 죽은 자

‘너, 사체는 좋아해?’
질문은 받은 마코토는 말문이 막혔다.
11월의 옅은 햇살이 쏟아지는 법의학 교실에서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받은 첫 번째 질문이었다. 게다가 눈앞에 앉은 빨강머리와 파란 눈동자의 질문자가 내뱉은 일본어는 참으로 유창했다.

“아, 이런. 자기소개도 아직이었네요. 전 법의학 교실 교수인 캐시 펜들턴.”
“여, 연수의 츠가노 마코토입니다.”

불쑥 내민 손은 허겁지겁 붙잡았다. 거칠었지만 손가락이 길고 호리호리한 손이었다. 의사보다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다만 빈말이라도 미인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굵은 눈썹과 하관이 도드라진 얼굴. 짓궂게 표현하자면, 이름과 예쁜 손가락만이 그녀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래서, 아가씨는, 사체 좋아해?”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어, 그러면 싫어해.”

“아니, 저 그게...... 사체는 좋아하냐 싫어하냐를 따질만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러자 캐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사체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법의학 교실에 온 겁니까? 그쪽은 해부의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건가요.”

꼭 집어서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고 있다. 자신뿐 아니라 학생이든, 연수의든 전부 그렇다.
임상학에 비해 해부학의 수입은 낮다. 게다가 민간과 대학 근무의의 수입도 제법 큰 차이가 있다. 대학에서 근무하는 해부의는 이중으로 조건이 나쁘다.

“지망은 내과였습니다만, 그, 임상연수장님 지시로.”

“임상연수장. 아아, 내과에 츠쿠바 교수님이죠. 그런데 왜 여기에 왔어요.”

“츠쿠바 교수님이 제게 부족한 것은 광범위한 지식이라고...... 법의학 교실에서 연수받은 내용을 가미해 전체 성적을 평가하실 모양입니다.”

일본에서는 의대에서 6년간 교육을 한 이후에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의사 면허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의사 면허를 받지 못한 학생 신분으로는 법률상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는 탓에, 의사 면허를 획득한 시점에는 경험은 전혀 없다. 즉, 의료 경험이 없는 의사가 일거에 무수히 탄생한다는 무척 좋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면허를 획득하면 임상 연수라는 명목으로 상급의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경험을 쌓는 제도가 의과에서는 2004년도부터, 치과에서는 2006년도부터 의무화되었다.
이 임상연수제도에서는 반드시 의과에서 2년 이상 연수를 이수해야 하지만, 이곳 우라와 의대에서는 추가로 평점제를 도입했다. 즉, 그저 임상 연수만 거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담당 교수의 평가가 <가능> 이상이 되지 않으면 점수를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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