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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노트(번역)/기타 소설 강좌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 소설 쓰는 법

by blacksnowbox 2020. 10. 22.

| 소설을 완성하는 것이 중요

소설을 쓸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인가? 일단 쓰기 시작한 이야기는 반드시 끝을 맺는 것입니다. 이것이 시작입니다. 모든 것은 그 뒤에 시작됩니다. 끝을 맺기 바랍니다.

 

| 반복해서 고쳐쓰기

자기표현에 대한 저의 조언은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1939-198882)가 대학의 창작 강좌에서 학생들에게 한 것과 같습니다. '반복해서 고쳐라', 이것이 전부입니다.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쓰지 말고 한 가지를 계속해서, 지겨워서 미칠 정도로 고쳐 쓰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반복되는 작업을 버티지 못하는 사람은 작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도와 충고를 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반복해서 고쳐 쓰고, 반복해서 충고(또는 비판)를 받으면서 문장을 쓰는 방법을 배워나갑니다.

 

| 이성을 유혹하듯이

문장을 쓰는 행위는 이성을 유혹하는 것과 같으며, 연습으로 어느 정도 능숙해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타고난 성향에 좌우됩니다.

자신이 이성을 유혹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에 이성이 나에게 다가온다면 어떤 식이었으면 좋을지,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 상상하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seduce입니다. 유혹해서 이쪽으로 끌어들여서 내 것으로 만듭니다. 기본적으로는 문장도 이런 식으로 쓰면 됩니다.

 

| 누군가의 흉내로 시작한다

문체는 사람의 인생과 같아서, 급하게 문체를 만들어 보려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경험을 쌓고, 지식을 축적하고,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실마리는 필요하겠군요. 먼저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좋습니다. 물론 따라 한다고 해서, 완전히 똑같이 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문장을 쓰는 작가한테서 힌트든 뭐든 얻어서, '그것에 가깝게' 쓰는 겁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남의 옷을 입은 것과 마찬가지라서 몸에 꼭 맞지 않아 불편합니다. 불편한 부분은 조금씩 수선해나가면, 언제가 자신의 문체 비슷한 것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 지금 쓸 수 있는 것만 쓴다

'아무튼 지금 쓸 수 있는 것만 써보자'라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지금 쓸 수 있는 것 말고는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점차 다양하게 쓸 수 있게 됩니다.

<-표현을 자꾸 갖다가 붙이지 말고 지금 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로 글을 쓰라는 뜻인 것 같아요.

 

| 쓰면서도 생각한다

저는 이야기를 생각한 뒤에 쓰지 않고 항상 문장을 쓰면서 생각합니다. 그리고 완성한 문장을 고치면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이것은 에세이를 쓸 때도, 소설을 쓸 때도, 이런 메일을 쓸 때도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쓰기 시작했을 때와 다 쓴 뒤에는 전혀 다른 내용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쓰는 일은 즐겁습니다. 저에게 문장이란 생각을 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 충실하게 살자

데뷔할 때까지 계속 사는 게 바빠서 소설을 쓸 여유 따윈 없었습니다. 어쩌다 시간이 날 때면 소설(비슷한 것)을 썼습니다. 쓰는 일도 중요하지만, 충실하게 사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이런 '저축'이 뒤늦게 의외로 도움이 됩니다. '저축'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은 잘 넘어가더라도 결국엔 시들어 버립니다.

 

|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확신

제 감각만으로 말하자면 '자신()'과는 약간 다른 것입니다. 오히려 확신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어떤 원천에 이어져 있다는 확신.

먼저 처음에는 '근거 없는 확신'이라도 필요합니다. 근거는 나중에 찾으면 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확신이 없으면 힘들 수도 있습니다.

<-'막연한 불안, 걱정에 휩싸여 고민할 바엔 근거 없는 확신이라도 있는 편이 더 낫다. 그러니까 써라'라는 말인 것 같네요.

 

| 소설을 쓸 때는 자신이 이야기 속에 있는 것처럼

영화를 본다는 것보다 자기가 그 이야기에 참가하고 있다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보다 리얼하고 입체적입니다. 이야기 속에 들어가면 이런 감각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세세한 부분은 자신이 이끌어가야 합니다. 모든 것이 자동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대강의 형태가 잡히면, 거기서부터 세세한 부분은 후다닥 나타납니다. 그러면 모습이 더 명확해집니다. 이런 작업을 매일 4, 5시간 정도 하다가 중단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중단한 곳에서 이어나갑니다. 말하자면 이어지는 꿈을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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