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의 미술관에 어서 오세요
"실례합니다. 실례합니다. 저기요, 실-례-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작았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들리지 않는 것도 아닌데도 카운터에 앉은 직원은 잠이 깰 기색도 없었다.
등받이가 없는 작은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로 편안하게 새근거리며 잠든 이십 대 초중반의 남자.
몸이 뒤로 젖혀질 때마다 의자가 위험한 비명을 질렀지만, 그는 떨러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를 유지했다.
"지금 잠든 거 아니죠?"
근처의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소녀는 부아가 치밀어 카운터 위에 상반신을 기댔다.
반투명의 합성수지 재질의 반원형 카운터에는 멋진 글씨체로 인쇄된 'WMUA NITTOH 미술관'이라는 글자가 있고, 카운터 위에는 '일반 팔백엔, 학생 오백엔'이라는 간판이 있었다. 개관 시간 표시는 오후 5시까지.
간판 옆에 있는 미술관의 오리지널 시계는 오후 4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저기요, 타카스 씨."
"어-"
타카스라고 부르자, 직원은 겨우 눈을 살짝 뜬다.
그의 목에 걸린 직원증에 인쇄된 이름은 타카스 아키라다.
이름 옆에는 실물보다 제법 멀쑥하게 찍힌 사진이 있었다. 짧고 검은 머리카락에 일본인다운
말끔한 용모. 태평하게 웃는 그는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호감 가는 청년이다.
실제의 그는 멍하게 소녀를 본 줄 알았더니 곧바로 눈을 감으려고 했다.
"아- 또야"
"잠깐만요, 또야라니, 무슨 뜻이죠. 저기요, 전 고객이란 말이에요! 이런 보잘 것 없는 미술관에 연간 입장권을 사서 오는 고객이라고요! 중요한 손님!"
"음. 아니, 그게 아니라. 언제가 감사합니다…… 괜찮아"
"괜찮냐니, 뭐가요. 그거 완전 잠꼬대잖아요"
소녀는 점점 격앙되면서도 몸을 쭉 내밀고 아키라 쪽으로 귀를 갖다 댄다.
아키라는 꾸벅꾸벅 졸면서 조곤조곤 답했다.
"…... 들어가도 돼……"
"벌써 들어갔다 왔죠! 아까 왔다가 한번 돌아보고 가려던 참이에요. 이제 폐관 시간이잖아요. 일은 안 해도 되는 건가요, 타카스 씨"
"어"
곧바로 돌아온 대답에 소녀는 할 말을 잃었다.
될 리가 없잖아요, 누가 보면 혼난다고요라고 주의하려고 해도 주변에 다른 직원은 없다. 덧붙이자면 손님의 흔적조차 없었다.
두 사람이 있는 티켓 판매 부스는 투명 재질로 만든 작은 공간에서 입체 조형 전시실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1층 메인 전시실에 있는 입체 조형 전시실은 아름다운 홀이다. 전쟁 전 은행이었던 건물을 개축한 석조 건축은 참으로 중후하고, 바닥은 매끄러운 대리석, 벽에는 일본과 서양 양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스테인드글라스가 나열되어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음에도 탁 트인 넓은 공간의 전시실에는 국내 입체조형물만이 자리 잡고 있다. 살아있는 인간은 아키라와 소녀뿐이다.
"도대체 여긴, 올 때마다 사람이 전혀 없네요. 특별한 작품도 거의 없고. 기획전이라도 좀 열어보면 괜찮지 않을까요? 저는 조용한 것도 싫지는 않지만, 이 미술관이 망해버리면 곤란하다고나 할까. 그리고, 연간 이용권도 샀고."
마지막은 애매하게 말을 끊은 소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말을 해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옛날부터 항구도시로 이국의 정서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도시, 요코하마 사쿠라기쵸에 있으면서도 NITTOH 미술관은 한없이 수수하다. 요코하마에 태어나 계속 살아온 소녀조차 봄에 주어진 과제 때문에 인터넷을 검색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건물은 좋지만 속빈 강정이다. 운영도 직원도 의욕이 없다. 그런 곳에 귀중한 방과 후의 시간을 할애해 다니고 있다니, 솔직히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연간 이용권까지 사게 된 이유는 바로 항상 졸린 듯한 불량한 직원 때문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신경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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