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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그 온 드라군 3
STORY 2 파이브 - My Favorite Things
(원제 : ファイブ – my favorite things)
01P.
이 세상에는 내가 갖고 싶은 것과 엄청 갖고 싶은 것으로 만들어졌어.
라는, 말은 투 언니 흉내를 낸 건데.
“이 세상은 말이야, 내가 좋아하는 것과, 엄청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어졌다고.”
언제였더라, 투 언니는 그런 말씀을 하셨으니까.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 이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진 걸까? 나는 투 언니만큼 상냥하지 못하니까, 세계의 모든 것을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 싫은 거라면 얼마든지 있어. 맛없는 음식, 안 예쁜 옷, 하찮은 말만 하는 사람들.
그렇지만 싫다고 해서 갖고 싶지 않다는 건 아니라고요. 맛없는 음식도 잘못된 요리 방법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르잖아? 투 언니가 말이죠, 샌드웜의 위장을 푹 삶아서, 그건 그거대로 맛있는 수프를 차려주셨다니까요. 소금에 절이거나 말려서 며칠씩 푹 삶거나...... 아무튼, 무척 손이 많이 간다 하더군요.
안 예쁜 옷이라도 장신구를 많이 달고 입어 보니 생각보다 어울릴지도 모르고, 하찮은 말만 하는 사람이라도 부하로 부릴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우선은 내 것을 만들고, 이런저런 시험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 안 그래?
그러니까 이 세상에 내가 갖고 싶지 않은 것 따위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닐까. 있다고 한다면 아주 조금 갖고 싶다든지, 너무나도 갖고 싶다든지, 그런 차이일 뿐.
02P.
엄청나게 갖고 싶은 것은, 물론, 예쁜 장신구와 옷, 신발. 장신구는 은보다는 금이 좋아. 그다음에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잔뜩. 호두알 크기의 사파이어에 자그마한 아쿠아마린과 다이아몬드가 잔뜩 박힌 브로치라든지, 에메랄드가 가득 박힌 금세공 목걸이라든지.
옷은 레이스가 달린 것이 좋아. 레이스 천으로 만들어진 로브라면, 걸치기만 해도 실신할 정도로 좋아! 물론 레이스가 달린 옷깃도 숄도 손수건도 너무나 좋아.
레이스는 말이야, 짜는데 수고와 시간이 오래 걸린대. 레이스를 가장자리 장식으로 아주 조금만 써도 가격이 말도 안 되게 훌쩍 뛴다고, 포 언니가 말씀하셨어.
“이 옷 한 벌 가격이면 가난한 가족이 몇 날 며칠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고? 그걸 알고도, 넌 아직 옷을 장식하고 싶은 거니?”
포 언니는 언제나 무척 올바른 분이시지요. 그래서 나는 이런 답을 드렸어요.
“네에. 언니가 말씀이 옳아요. 이 드레스는 처분하도록 하겠습니다.”
게다가, 그 레이스 장식된 드레스, 이미 질려버렸으니까요.
그것보다도 지금은 리본이 잔뜩 달린 드레스가 좋으니까. 얇고 섬세한 실크 나비매듭과 여러 겹의 장식이 소매에도 허리에도 잔뜩! 귀엽지 않아? 리본과 같은 색으로 장식된 허리띠를 약간 세게 묶어 발육이 좋은 내 가슴을 강조하면. 넋을 잃을 정도로 멋지겠지?
분명, 이 리본 장식을 한 옷도 고가겠지만 말이야. 가난한 가족이 며칠이나 먹고 살 수 있는 걸까?
03P.
하지만 내가 옷에 붙이는 장식을 그만둔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거든. 그렇잖아, 내 옷장에 있는 드레스는 돈을 내고 산 것도 아니고. 이전의 소유자를 쓰러뜨렸더니 내 것이 되었을 뿐.
백성들에게 돈을 착취한 다음 낭비했던 건 내가 아니라 영주라고.
그것보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리본 드레스? 다마스크 직물로 만든 드레스도 나쁘지 않아. 금실과 은실로 짠 무늬가 내 머리 색과 잘 어울리니까. 아니면 소맷부리와 옷자락 주위를 검은담비 모피로 장식한 드레스가 좋을까. 아니면.....
“으음? 파이브, 벌써...... 일어난 거야?”
바로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나의 사도다. 너무나도 귀여운 종. 내 마음에 쏙 드는 아이. 하지만 어째서 졸린 목소리인 걸까.
“디토는 좀 더 자도록 해.”
어린아이는 충분히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렇지 않아도 디토는 밤늦게까지 잠들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파이브가 부스럭거리고 있잖아.”
“어머, 미안하구나.”
“뭐 괜찮아.”
크게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켜는 모습도 사랑스러워. 난 이 아이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어요. 인형처럼 얼굴이 너무 예쁘거든.
04P.
아, 쓰리 언니가 만들고 계신 인형 군대가 아니고. 더 평범한 제대로 된 귀여운 여자아이 인형 말이야.
아니지, 인형보다도 디토가 훨씬 귀여워. 피부는 눈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데다 두 눈동자는 마치 빛나는 별 같아. 약간 곱슬에 솜털같이 푹신푹신한 머리카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언제까지라도 쓰다듬고 싶어질 정도야. 내게 있어, 디토는 가장 마음에 드는...... 으뜸가는 장난감.
“또, 드레스로 고민? 아침부터? 파이브는 유별나다니까.”
이 버릇없는 말투도 좋아. 이런 사랑스러운 아이가 이렇게 얄미운 말을 하다니, 의외성이 있어 즐겁기도 하고.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의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침대 속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이 없으면 안 되겠죠.
뭐, 이런 것들은 제쳐놓고.
“하루가 너무 짧은걸. 조금이라도 빨리 일어나지 않으면.”
“그야 물론, 매일매일 세 번이고 네 번이고 옷을 갈아입으면,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잖아. 저녁때까지 같은 옷을 입고 있으면 되는데 말이지.”
“안 돼, 그건! 이렇게나 많은 드레스가 있는데, 하루에 한 벌이라니!”
달리 입을 옷이 없다든지, 여행 중이라든지, 이런저런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게 아니라면, 온종일 똑같은 차림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05P.
“있지, 디토. 어떤 드레스가 좋을까?”
리본이 가득 달린 드레스에, 금실과 은실로 만든 드레스, 모피 장식이 달린 드레스, 늘어놓고 보여줘도, 디토는 하품만 할 뿐.
“파이브가 좋아하는 걸로 하지?”
전혀 상관없다는 말투잖아. 귀찮다는 표정이나 짓고. 모처럼 귀여운 얼굴이 아까워.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아아, 알겠다!
“혹시, 드레스는 벗기기 어려워서 싫은 거야?”
“이니, 그건......”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는 게 편하다고, 둘러서 말하는 거구나?”
“그게 아니라......”
“나는 그다지 옷 입은 채로도 상관없는데?”
“아니라니까!”
“내가 위로 올라가면 그만인걸. 아니면 선 채로 뒤에서?”
“아-니-라-니-까!”
“지금 혹시 사양하려는 거야? 꼬시려는 거야?”
사양하려는 것인지도 몰라. 디토는 사도니까. 사도는 가희의 노예이자, 가희의 말을 거부하지 못해. 오로지 가희를 섬기는 존재. 낮이고 밤이고.
06P.
“있지, 사양할 필요는 전혀 없어.”
“드레스! 어떤 드레스가 좋은지 말만 하면 되는 거야!?”
어머. 디토도 참,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부끄러워서 그러는 걸까. 귀여워. 꼭 안아주고, 그대로 넘어뜨리고 싶을 만큼.
“저거, 그 가운데 있는 게 좋아! 번쩍번쩍한 거!”
“드레스는 이제 됐어. 그것보다 디토......”
“아-, 그럼, 다른 거! 자, 자수가 잔뜩 된 드레스! 파란 꽃무늬! 저건 아직 안 입어 본거지!?”
파란 꽃무늬, 좀 독특한 자수. 그래 맞아. 듣고 보니, 저 드레스, 아직 입어 보지 않았었어.
“파이브는 여기에 있어! 드레스, 내가 가지고 올 테니까!”
내 품에서 스르륵 빠져나가는 모습은 마치 고양이 같아. 저렇게 허둥지둥 침대에서 나가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드레스를 가지러 가는 것이 느리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주인은 아니니까.
옷 방에서 한숨이 들린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이겠지. 디토가 내게 있어 나무랄 데 없는 사도인 것처럼, 디토에게 있어 나는 나무랄 데 없는 가희니까.
07P.
디토가 조심스럽게 받쳐 들고 온 푸른 드레스를 펼치고 거울 앞으로. 광택이 있는 옷감에 섬세한 자수, 몸에 착 달라붙게 만들어진 이국풍의.
아아, 이것도 아름다워. 옷단 양옆이 크게 파여 있어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가 드러나는 대담한 드레스. 포 언니는 분명 탐탁잖게 여기시겠지. 품위 없는 옷 따윈 관둬라며 혼내실 것 같아.
“이 드레스도 예쁘네. 그렇다고 다른 게 예쁘지 않은가 하면, 꼭 그렇지 않단 말이지. 곤란하다니까.”
리본 드레스, 다마스크 직물 드레스, 모피 장식 드레스, 이 세 벌도 포기하기 어렵고. 거기에 파란 꽃무늬 자수 드레스까지 더해지면, 못 고르겠어. 어떻게 할까요?
“차라리 몸이 세 개나 네 개쯤 있으면 좋겠어. 그러면, 전부 한 번에 입을 수 있을 텐데!”
“몸이 세 개나 네 개!? 지금, 진심으로 하는 얘기야?”
“물론이지.”
“......악몽이야.”
디토도 참, 이 세상이 끝난 듯한 얼굴을 하고서는, 도대체 어떤 상상을 한 걸까?
“나는 좋은 생각이라고 보는데. 몸을 세 개로 만드는 마법이 없는지 어떤지, 원 언니에게 물어보자.”
원 언니는 항상 교회 지하에 있는 서고에서 어려운 책만 읽고 계시니까. 어쩌면, 그런 마법도 알고 계실지 몰라.
“몸이 세 개면, 어떤 드레스를 입을지 고민할 일도 없고, 맛있는 것들도 말이지 세 배로 먹을 수 있게 되잖아.”
08P.
“지금도 이미 보통 사람 세 배 정도 먹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거든요.”
확실히, 나는 잘 먹는 편에 속한다고 생각해. 아무래도, 공복감은 좋아지지가 않아. 왠지 쓸쓸한 기분이 되니까요. 그게 싫어서 배가 고파지기 전에 뭔가 입에 넣고 싶어진다니까.
그렇다고 해서 보통 사람의 세 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런데도 디토는 심술궂은 웃음만 짓고 있을 뿐. 아아, 하지만 저 심술궂은 표정도 무척이나 좋아.
“요리사가 오늘은 고기와 생선 어느 쪽으로 할 거냐고 물으면, 절대로, 양쪽 다라고 대답하면서.”
“디토, 그건 세 배가 아니고 두 배잖아?”
게다가, 어느 쪽을 하겠냐는 것은, 어느 쪽도 준비되어 있다는 것. 그렇지 않다면, 그런 질문을 안 할 테니. 그렇다면, 둘 다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아?
“그래도, 혹시, 구운 고기랑 삶은 고기랑 찐 고기, 어느 쪽으로 하겠냐고 물으면, 역시 전부라고 대답하잖아?”
“그렇지. 그런 질문이라면.”
“그러면, 생선구이랑 생선찜이랑 생선 튀김이랑 생선 조림, 어느 쪽으로 하겠냐고 물으면?”
“전부라고 하겠지? 아 싫어. 어쩐지 갑자기 배가 고파졌어. 아침 식사는 아직인가.”
“보통 사람 세 배 정도가 아니잖아, 파이브의 식욕은.”
하지만 그것은 내 식욕 탓이 아니라고. 맛있는 음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원인일 거야. 아무리 나라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들까지 먹고 싶다 하지는 않으니까.
09P.
그렇지만 예를 들어 눈앞에 없어도,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세상 끝까지라도 찾아가겠지만.
아아. 맛있는 것을 찾으러 가는 게 너무 좋아. 나쁜 놈을 쓰러뜨리러 가거나 마물을 퇴치하러 가던가, 그런 여행보다 훨씬 즐겁고, 두근두근하니까.
“봄이 무척 기다려져. 봄이 되면, 또 맛있는 것을 찾으러 갈 수 있는데.”
“유별난 것을 찾는 여행, 을 잘못 얘기한 거겠지?”
“어머. 투 언니에게 맡기면 어떤 유별난 재료라도 특별한 별미로 만들어 주니까.”
“유별난 거라는 건 부정하지 않는구나?”
“그렇지만, 그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고블린의 골수로 맛있는 패티를 만들다니, 투 언니니까 가능한 일이야. 전기 도마뱀 조림이라든지, 눈 6개 달린 메기의 기름 절임이라든지, 다른 곳에서는 절대로 먹을 수 없으니까.”
“뭐, 진미이기는 하지.”
“그렇지?”
“목숨을 걸고 맛보는 요리라니,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고 말이야. 나는 사양하고 싶지만.”
디토도 참, 저런 건방진 표정을 짓다니. 너무 매력적이잖아, 저건. 어깨를 움츠리는 몸짓도. 몹쓸 아이야. 날 이런 기분이 되게 만들다니.
10P.
“그 왜 있잖아, 파이브?”
그 망설이는 얼굴도 좋아. 곤란해하는 얼굴도 좋아. 좀 더 당황하게 해서, 좀 더 곤란하게 만들고 싶어져.
“뭔가, 위험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위험한 일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아요.”
주뼛거리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모습은 정말이지, 겁에 질린 어린 토끼 같아. 그러고 보니 어린 토끼 고기도 맛있지. 몇 시간이나 녹을 정도로 푹 삶은 다음 달콤한 과일 소스를 곁들여서.
“아, 아침은? 배, 배고프다고 했잖아?”
“으음. 지금부터 먹을 거야.”
“파이브, 잠깐 있......”
“싫어. 못 기다려. 알고 있잖아?
아직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지만, 디토의 의견은 모두 기각. 지금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으니까. 아아, 못 참겠어. 내 귀여운 사도. 귀엽고 귀여운 어린 토끼야. 오늘은 어디부터 먹어 볼까나?
“도대체, 아침부터 왜 이렇게 되는 거지?”
“그러네. 분명 디토가 졸린 얼굴을 하고 있어서야.”
“말하는 거랑, 행동하는 게 완전히 반대인 것 같은데?”
“왜냐하면, 내 커다란 가슴에서 잠드는 게 제일 좋잖아, 그렇지.”
11P.
들려오는 한숨도, 무척 귀여워. 한숨이지? 탄식이 아니고.
이만큼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데도 불만을 말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상대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으니까.
어째서 불만을 말하기 전에 우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책을 조사하거나,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물론 여러 사람을 상대해 보는 것도 방법이기도 하고. 자신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도, 어쩌면 궁합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다행스럽게도, 상대에 얼마든지 있으니까. 남자든, 여자든, 얼마든지 고를 수 있어. 하룻밤에 몇 명이라도.
아아, 이런 짓도 하고, 저런 짓도.
무엇보다 궁합이 맞는 상대는 찾기 어려우니까. 이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상대를 좀체 만나지 못했지.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어. 사실은 이렇지 않고, 훨씬 더 좋은 게 분명하니까.
맞아, 훨씬 더 좋은 것을 배운다면 디토에게도 가르쳐 줄 거야. 왜냐하면 디토는 내 사도니까.
“아. 안 돼, 아직......!”
안 돼. 나도 참, 그만 딴생각을 하다니. 미안해, 디토. 어머, 한숨을 쉴 것까지는 없는데. 난 조금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
“귀엽고 귀여운 디토. 그런 얼굴 하지 말아 줄래.”
다시 하면 될 뿐인데. 몇 번이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12P.
“파이브의 물욕과 식욕은 보통 사람 세 배 이상이지만, 성욕은 30배 정도 되지 않아?”
“뭐, 칭찬해 줘서 고마워.”
“......칭찬한 게 아닌데.”
“착한 아이네. 상이라도 줄까. 어디가 좋아?
“그건 상이 아니라, 벌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머? 디토는 거기가 좋은 거야?”
몰랐어. 사람 취향은 여러 가지라는 것을. 그래서 지금까지 시시하다는 반응을 할 때가 많았던 거야. 빨리 가르쳐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난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겠지만, 쓸데없는 과정은 피하는 게 현명한 것이겠지?
그렇지 않아도 이 세계는 내가 갖고 싶은 것들뿐이니까.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부족해. 예쁜 옷에, 맛있는 음식. 몇 번이라도 갈아입고, 좀 더 좀 더 맛보고. 잠자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야.
“파이브는 왜 그렇게 탐욕스러운 거야?”
“탐욕? 내가?”
그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 내가 뭘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의 힘을 실감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역시 뭔가 손에 넣는 순간이란, 한순간에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행복한 거니까. 우월감이나 전능함 같은 그런 것들이 모두 단번에 몸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야. 아아, 내게는 갖고 싶은 것을 손에 넣을 힘이 있었어.
13P.
혹시라도 내게 그런 힘이 없었다면, 뭔가를 갖고 싶다는 생각 따위 하지 않았을 거야. 손에 넣을 수 없는데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고...... 슬픈 일이에요.
아아, 아무리 소원해도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원하다니.
알아. 하지만......
내게도 아무리 원해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그런 것이 있다고 한다면? 상상도 할 수 없지만 하나 정도 있을지도 몰라.
가슴에 손을 얹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왠지 그런 기분이 드는군요.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작고 작은 뭔가. 갖고 싶은지 어떤지 조차 모를 정도로 사소한 것.
도대체 그건 뭘까?
먹을 것은 아니야. 보석이나 드레스 따위도 아니고. 둘 다 마음먹으면 손에 넣을 수 있는걸.
그러면 사람일까? 부하나 하녀는 얼마든지 있어. 나를 위해서 목숨을 던져서 싸우는 병사들도 있어. 남자?
그거야말로 얼마든지. 나의 유혹을 거절할 남자는 온 세상을 뒤져도 없어. 그럴 거야, 친아버지가 아닌 다음. 아빠? 아버지......?
“파이브, 왜 그래?”
“아......”
14P.
사라지고 말았어. 뭔가 떠올랐었는데.
“드문 일이네. 파이브가 침대에서 멍하게 있다니 말이야.”
“실례잖아. 아무리 나라도 생각 정도는 한다고.”
“화났어?”
“아니.”
머릿속에서 내쫓아주어서 잘 된 건지도 몰라. 아주 잠깐, 떠오르다 사라진...... 얼굴.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지. 아버님은 내가 태어나고 곧 돌아가셨으니까. 무리하게 생각해 내려는 건, 확실하게 말해서 시간 낭비.
그러니까 생각은 이제 그만. 손에 넣을 수 없는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내 마음에 드는 것들만 생각하고 싶으니까. 사파이어 브로치, 에메랄드와 금세공 목걸이, 리본 드레스에, 자수 드레스. 레이스 천 로브에, 숄에, 장식된 옷깃
“그러면, 한 번 더 할까.”
그리고 내 귀여운 종은.
“뭐-!? 또!?”
“농담이야.”
15P.
배가 고프다. 이번에야말로, 아침을 먹도록 하자. 노릇하게 구운 빵에 반숙 계란을 얹고, 훈제 생선에, 초절임 야채. 꿀에 절인 말린 과일도. 그래 맞아, 그전에 오늘 입을 옷을 고르고. 그러고 보니, 소매를 길게 늘어뜨린 드레스도 있었지. 새빨간 모직 드레스도.
아아, 어쩜 이렇게 행복할까! 네에, 전 행복해요. 갖고 싶은 것도, 엄청 갖고 싶은 것. ......그것들을 제외하고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라는, 말은 투 언니 흉내를 낸 건데.
“이 세상은 말이야, 내가 좋아하는 것과, 엄청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어졌다고.”
언제였더라, 투 언니는 그런 말씀을 하셨으니까.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 이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진 걸까? 나는 투 언니만큼 상냥하지 못하니까, 세계의 모든 것을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 싫은 거라면 얼마든지 있어. 맛없는 음식, 안 예쁜 옷, 하찮은 말만 하는 사람들.
그렇지만 싫다고 해서 갖고 싶지 않다는 건 아니라고요. 맛없는 음식도 잘못된 요리 방법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르잖아? 투 언니가 말이죠, 샌드웜의 위장을 푹 삶아서, 그건 그거대로 맛있는 수프를 차려주셨다니까요. 소금에 절이거나 말려서 며칠씩 푹 삶거나...... 아무튼, 무척 손이 많이 간다 하더군요.
안 예쁜 옷이라도 장신구를 많이 달고 입어 보니 생각보다 어울릴지도 모르고, 하찮은 말만 하는 사람이라도 부하로 부릴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우선은 내 것을 만들고, 이런저런 시험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 안 그래?
그러니까 이 세상에 내가 갖고 싶지 않은 것 따위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닐까. 있다고 한다면 아주 조금 갖고 싶다든지, 너무나도 갖고 싶다든지, 그런 차이일 뿐.
02P.
엄청나게 갖고 싶은 것은, 물론, 예쁜 장신구와 옷, 신발. 장신구는 은보다는 금이 좋아. 그다음에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잔뜩. 호두알 크기의 사파이어에 자그마한 아쿠아마린과 다이아몬드가 잔뜩 박힌 브로치라든지, 에메랄드가 가득 박힌 금세공 목걸이라든지.
옷은 레이스가 달린 것이 좋아. 레이스 천으로 만들어진 로브라면, 걸치기만 해도 실신할 정도로 좋아! 물론 레이스가 달린 옷깃도 숄도 손수건도 너무나 좋아.
레이스는 말이야, 짜는데 수고와 시간이 오래 걸린대. 레이스를 가장자리 장식으로 아주 조금만 써도 가격이 말도 안 되게 훌쩍 뛴다고, 포 언니가 말씀하셨어.
“이 옷 한 벌 가격이면 가난한 가족이 몇 날 며칠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고? 그걸 알고도, 넌 아직 옷을 장식하고 싶은 거니?”
포 언니는 언제나 무척 올바른 분이시지요. 그래서 나는 이런 답을 드렸어요.
“네에. 언니가 말씀이 옳아요. 이 드레스는 처분하도록 하겠습니다.”
게다가, 그 레이스 장식된 드레스, 이미 질려버렸으니까요.
그것보다도 지금은 리본이 잔뜩 달린 드레스가 좋으니까. 얇고 섬세한 실크 나비매듭과 여러 겹의 장식이 소매에도 허리에도 잔뜩! 귀엽지 않아? 리본과 같은 색으로 장식된 허리띠를 약간 세게 묶어 발육이 좋은 내 가슴을 강조하면. 넋을 잃을 정도로 멋지겠지?
분명, 이 리본 장식을 한 옷도 고가겠지만 말이야. 가난한 가족이 며칠이나 먹고 살 수 있는 걸까?
03P.
하지만 내가 옷에 붙이는 장식을 그만둔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거든. 그렇잖아, 내 옷장에 있는 드레스는 돈을 내고 산 것도 아니고. 이전의 소유자를 쓰러뜨렸더니 내 것이 되었을 뿐.
백성들에게 돈을 착취한 다음 낭비했던 건 내가 아니라 영주라고.
그것보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리본 드레스? 다마스크 직물로 만든 드레스도 나쁘지 않아. 금실과 은실로 짠 무늬가 내 머리 색과 잘 어울리니까. 아니면 소맷부리와 옷자락 주위를 검은담비 모피로 장식한 드레스가 좋을까. 아니면.....
“으음? 파이브, 벌써...... 일어난 거야?”
바로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나의 사도다. 너무나도 귀여운 종. 내 마음에 쏙 드는 아이. 하지만 어째서 졸린 목소리인 걸까.
“디토는 좀 더 자도록 해.”
어린아이는 충분히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렇지 않아도 디토는 밤늦게까지 잠들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파이브가 부스럭거리고 있잖아.”
“어머, 미안하구나.”
“뭐 괜찮아.”
크게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켜는 모습도 사랑스러워. 난 이 아이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어요. 인형처럼 얼굴이 너무 예쁘거든.
04P.
아, 쓰리 언니가 만들고 계신 인형 군대가 아니고. 더 평범한 제대로 된 귀여운 여자아이 인형 말이야.
아니지, 인형보다도 디토가 훨씬 귀여워. 피부는 눈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데다 두 눈동자는 마치 빛나는 별 같아. 약간 곱슬에 솜털같이 푹신푹신한 머리카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언제까지라도 쓰다듬고 싶어질 정도야. 내게 있어, 디토는 가장 마음에 드는...... 으뜸가는 장난감.
“또, 드레스로 고민? 아침부터? 파이브는 유별나다니까.”
이 버릇없는 말투도 좋아. 이런 사랑스러운 아이가 이렇게 얄미운 말을 하다니, 의외성이 있어 즐겁기도 하고.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의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침대 속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이 없으면 안 되겠죠.
뭐, 이런 것들은 제쳐놓고.
“하루가 너무 짧은걸. 조금이라도 빨리 일어나지 않으면.”
“그야 물론, 매일매일 세 번이고 네 번이고 옷을 갈아입으면,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잖아. 저녁때까지 같은 옷을 입고 있으면 되는데 말이지.”
“안 돼, 그건! 이렇게나 많은 드레스가 있는데, 하루에 한 벌이라니!”
달리 입을 옷이 없다든지, 여행 중이라든지, 이런저런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게 아니라면, 온종일 똑같은 차림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05P.
“있지, 디토. 어떤 드레스가 좋을까?”
리본이 가득 달린 드레스에, 금실과 은실로 만든 드레스, 모피 장식이 달린 드레스, 늘어놓고 보여줘도, 디토는 하품만 할 뿐.
“파이브가 좋아하는 걸로 하지?”
전혀 상관없다는 말투잖아. 귀찮다는 표정이나 짓고. 모처럼 귀여운 얼굴이 아까워.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아아, 알겠다!
“혹시, 드레스는 벗기기 어려워서 싫은 거야?”
“이니, 그건......”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는 게 편하다고, 둘러서 말하는 거구나?”
“그게 아니라......”
“나는 그다지 옷 입은 채로도 상관없는데?”
“아니라니까!”
“내가 위로 올라가면 그만인걸. 아니면 선 채로 뒤에서?”
“아-니-라-니-까!”
“지금 혹시 사양하려는 거야? 꼬시려는 거야?”
사양하려는 것인지도 몰라. 디토는 사도니까. 사도는 가희의 노예이자, 가희의 말을 거부하지 못해. 오로지 가희를 섬기는 존재. 낮이고 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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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사양할 필요는 전혀 없어.”
“드레스! 어떤 드레스가 좋은지 말만 하면 되는 거야!?”
어머. 디토도 참,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부끄러워서 그러는 걸까. 귀여워. 꼭 안아주고, 그대로 넘어뜨리고 싶을 만큼.
“저거, 그 가운데 있는 게 좋아! 번쩍번쩍한 거!”
“드레스는 이제 됐어. 그것보다 디토......”
“아-, 그럼, 다른 거! 자, 자수가 잔뜩 된 드레스! 파란 꽃무늬! 저건 아직 안 입어 본거지!?”
파란 꽃무늬, 좀 독특한 자수. 그래 맞아. 듣고 보니, 저 드레스, 아직 입어 보지 않았었어.
“파이브는 여기에 있어! 드레스, 내가 가지고 올 테니까!”
내 품에서 스르륵 빠져나가는 모습은 마치 고양이 같아. 저렇게 허둥지둥 침대에서 나가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드레스를 가지러 가는 것이 느리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주인은 아니니까.
옷 방에서 한숨이 들린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이겠지. 디토가 내게 있어 나무랄 데 없는 사도인 것처럼, 디토에게 있어 나는 나무랄 데 없는 가희니까.
07P.
디토가 조심스럽게 받쳐 들고 온 푸른 드레스를 펼치고 거울 앞으로. 광택이 있는 옷감에 섬세한 자수, 몸에 착 달라붙게 만들어진 이국풍의.
아아, 이것도 아름다워. 옷단 양옆이 크게 파여 있어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가 드러나는 대담한 드레스. 포 언니는 분명 탐탁잖게 여기시겠지. 품위 없는 옷 따윈 관둬라며 혼내실 것 같아.
“이 드레스도 예쁘네. 그렇다고 다른 게 예쁘지 않은가 하면, 꼭 그렇지 않단 말이지. 곤란하다니까.”
리본 드레스, 다마스크 직물 드레스, 모피 장식 드레스, 이 세 벌도 포기하기 어렵고. 거기에 파란 꽃무늬 자수 드레스까지 더해지면, 못 고르겠어. 어떻게 할까요?
“차라리 몸이 세 개나 네 개쯤 있으면 좋겠어. 그러면, 전부 한 번에 입을 수 있을 텐데!”
“몸이 세 개나 네 개!? 지금, 진심으로 하는 얘기야?”
“물론이지.”
“......악몽이야.”
디토도 참, 이 세상이 끝난 듯한 얼굴을 하고서는, 도대체 어떤 상상을 한 걸까?
“나는 좋은 생각이라고 보는데. 몸을 세 개로 만드는 마법이 없는지 어떤지, 원 언니에게 물어보자.”
원 언니는 항상 교회 지하에 있는 서고에서 어려운 책만 읽고 계시니까. 어쩌면, 그런 마법도 알고 계실지 몰라.
“몸이 세 개면, 어떤 드레스를 입을지 고민할 일도 없고, 맛있는 것들도 말이지 세 배로 먹을 수 있게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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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이미 보통 사람 세 배 정도 먹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거든요.”
확실히, 나는 잘 먹는 편에 속한다고 생각해. 아무래도, 공복감은 좋아지지가 않아. 왠지 쓸쓸한 기분이 되니까요. 그게 싫어서 배가 고파지기 전에 뭔가 입에 넣고 싶어진다니까.
그렇다고 해서 보통 사람의 세 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런데도 디토는 심술궂은 웃음만 짓고 있을 뿐. 아아, 하지만 저 심술궂은 표정도 무척이나 좋아.
“요리사가 오늘은 고기와 생선 어느 쪽으로 할 거냐고 물으면, 절대로, 양쪽 다라고 대답하면서.”
“디토, 그건 세 배가 아니고 두 배잖아?”
게다가, 어느 쪽을 하겠냐는 것은, 어느 쪽도 준비되어 있다는 것. 그렇지 않다면, 그런 질문을 안 할 테니. 그렇다면, 둘 다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아?
“그래도, 혹시, 구운 고기랑 삶은 고기랑 찐 고기, 어느 쪽으로 하겠냐고 물으면, 역시 전부라고 대답하잖아?”
“그렇지. 그런 질문이라면.”
“그러면, 생선구이랑 생선찜이랑 생선 튀김이랑 생선 조림, 어느 쪽으로 하겠냐고 물으면?”
“전부라고 하겠지? 아 싫어. 어쩐지 갑자기 배가 고파졌어. 아침 식사는 아직인가.”
“보통 사람 세 배 정도가 아니잖아, 파이브의 식욕은.”
하지만 그것은 내 식욕 탓이 아니라고. 맛있는 음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원인일 거야. 아무리 나라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들까지 먹고 싶다 하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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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예를 들어 눈앞에 없어도,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세상 끝까지라도 찾아가겠지만.
아아. 맛있는 것을 찾으러 가는 게 너무 좋아. 나쁜 놈을 쓰러뜨리러 가거나 마물을 퇴치하러 가던가, 그런 여행보다 훨씬 즐겁고, 두근두근하니까.
“봄이 무척 기다려져. 봄이 되면, 또 맛있는 것을 찾으러 갈 수 있는데.”
“유별난 것을 찾는 여행, 을 잘못 얘기한 거겠지?”
“어머. 투 언니에게 맡기면 어떤 유별난 재료라도 특별한 별미로 만들어 주니까.”
“유별난 거라는 건 부정하지 않는구나?”
“그렇지만, 그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고블린의 골수로 맛있는 패티를 만들다니, 투 언니니까 가능한 일이야. 전기 도마뱀 조림이라든지, 눈 6개 달린 메기의 기름 절임이라든지, 다른 곳에서는 절대로 먹을 수 없으니까.”
“뭐, 진미이기는 하지.”
“그렇지?”
“목숨을 걸고 맛보는 요리라니,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고 말이야. 나는 사양하고 싶지만.”
디토도 참, 저런 건방진 표정을 짓다니. 너무 매력적이잖아, 저건. 어깨를 움츠리는 몸짓도. 몹쓸 아이야. 날 이런 기분이 되게 만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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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왜 있잖아, 파이브?”
그 망설이는 얼굴도 좋아. 곤란해하는 얼굴도 좋아. 좀 더 당황하게 해서, 좀 더 곤란하게 만들고 싶어져.
“뭔가, 위험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위험한 일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아요.”
주뼛거리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모습은 정말이지, 겁에 질린 어린 토끼 같아. 그러고 보니 어린 토끼 고기도 맛있지. 몇 시간이나 녹을 정도로 푹 삶은 다음 달콤한 과일 소스를 곁들여서.
“아, 아침은? 배, 배고프다고 했잖아?”
“으음. 지금부터 먹을 거야.”
“파이브, 잠깐 있......”
“싫어. 못 기다려. 알고 있잖아?
아직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지만, 디토의 의견은 모두 기각. 지금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으니까. 아아, 못 참겠어. 내 귀여운 사도. 귀엽고 귀여운 어린 토끼야. 오늘은 어디부터 먹어 볼까나?
“도대체, 아침부터 왜 이렇게 되는 거지?”
“그러네. 분명 디토가 졸린 얼굴을 하고 있어서야.”
“말하는 거랑, 행동하는 게 완전히 반대인 것 같은데?”
“왜냐하면, 내 커다란 가슴에서 잠드는 게 제일 좋잖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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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오는 한숨도, 무척 귀여워. 한숨이지? 탄식이 아니고.
이만큼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데도 불만을 말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상대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으니까.
어째서 불만을 말하기 전에 우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책을 조사하거나,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물론 여러 사람을 상대해 보는 것도 방법이기도 하고. 자신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도, 어쩌면 궁합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다행스럽게도, 상대에 얼마든지 있으니까. 남자든, 여자든, 얼마든지 고를 수 있어. 하룻밤에 몇 명이라도.
아아, 이런 짓도 하고, 저런 짓도.
무엇보다 궁합이 맞는 상대는 찾기 어려우니까. 이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상대를 좀체 만나지 못했지.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어. 사실은 이렇지 않고, 훨씬 더 좋은 게 분명하니까.
맞아, 훨씬 더 좋은 것을 배운다면 디토에게도 가르쳐 줄 거야. 왜냐하면 디토는 내 사도니까.
“아. 안 돼, 아직......!”
안 돼. 나도 참, 그만 딴생각을 하다니. 미안해, 디토. 어머, 한숨을 쉴 것까지는 없는데. 난 조금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
“귀엽고 귀여운 디토. 그런 얼굴 하지 말아 줄래.”
다시 하면 될 뿐인데. 몇 번이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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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의 물욕과 식욕은 보통 사람 세 배 이상이지만, 성욕은 30배 정도 되지 않아?”
“뭐, 칭찬해 줘서 고마워.”
“......칭찬한 게 아닌데.”
“착한 아이네. 상이라도 줄까. 어디가 좋아?
“그건 상이 아니라, 벌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머? 디토는 거기가 좋은 거야?”
몰랐어. 사람 취향은 여러 가지라는 것을. 그래서 지금까지 시시하다는 반응을 할 때가 많았던 거야. 빨리 가르쳐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난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겠지만, 쓸데없는 과정은 피하는 게 현명한 것이겠지?
그렇지 않아도 이 세계는 내가 갖고 싶은 것들뿐이니까.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부족해. 예쁜 옷에, 맛있는 음식. 몇 번이라도 갈아입고, 좀 더 좀 더 맛보고. 잠자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야.
“파이브는 왜 그렇게 탐욕스러운 거야?”
“탐욕? 내가?”
그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 내가 뭘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의 힘을 실감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역시 뭔가 손에 넣는 순간이란, 한순간에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행복한 거니까. 우월감이나 전능함 같은 그런 것들이 모두 단번에 몸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야. 아아, 내게는 갖고 싶은 것을 손에 넣을 힘이 있었어.
13P.
혹시라도 내게 그런 힘이 없었다면, 뭔가를 갖고 싶다는 생각 따위 하지 않았을 거야. 손에 넣을 수 없는데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고...... 슬픈 일이에요.
아아, 아무리 소원해도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원하다니.
알아. 하지만......
내게도 아무리 원해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그런 것이 있다고 한다면? 상상도 할 수 없지만 하나 정도 있을지도 몰라.
가슴에 손을 얹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왠지 그런 기분이 드는군요.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작고 작은 뭔가. 갖고 싶은지 어떤지 조차 모를 정도로 사소한 것.
도대체 그건 뭘까?
먹을 것은 아니야. 보석이나 드레스 따위도 아니고. 둘 다 마음먹으면 손에 넣을 수 있는걸.
그러면 사람일까? 부하나 하녀는 얼마든지 있어. 나를 위해서 목숨을 던져서 싸우는 병사들도 있어. 남자?
그거야말로 얼마든지. 나의 유혹을 거절할 남자는 온 세상을 뒤져도 없어. 그럴 거야, 친아버지가 아닌 다음. 아빠? 아버지......?
“파이브, 왜 그래?”
“아......”
14P.
사라지고 말았어. 뭔가 떠올랐었는데.
“드문 일이네. 파이브가 침대에서 멍하게 있다니 말이야.”
“실례잖아. 아무리 나라도 생각 정도는 한다고.”
“화났어?”
“아니.”
머릿속에서 내쫓아주어서 잘 된 건지도 몰라. 아주 잠깐, 떠오르다 사라진...... 얼굴.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지. 아버님은 내가 태어나고 곧 돌아가셨으니까. 무리하게 생각해 내려는 건, 확실하게 말해서 시간 낭비.
그러니까 생각은 이제 그만. 손에 넣을 수 없는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내 마음에 드는 것들만 생각하고 싶으니까. 사파이어 브로치, 에메랄드와 금세공 목걸이, 리본 드레스에, 자수 드레스. 레이스 천 로브에, 숄에, 장식된 옷깃
“그러면, 한 번 더 할까.”
그리고 내 귀여운 종은.
“뭐-!? 또!?”
“농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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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프다. 이번에야말로, 아침을 먹도록 하자. 노릇하게 구운 빵에 반숙 계란을 얹고, 훈제 생선에, 초절임 야채. 꿀에 절인 말린 과일도. 그래 맞아, 그전에 오늘 입을 옷을 고르고. 그러고 보니, 소매를 길게 늘어뜨린 드레스도 있었지. 새빨간 모직 드레스도.
아아, 어쩜 이렇게 행복할까! 네에, 전 행복해요. 갖고 싶은 것도, 엄청 갖고 싶은 것. ......그것들을 제외하고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그렇지? 난,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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