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반응’이란 무엇인가?|오타니 아키라(王谷 晶)
목차
1. 프로도 독자 반응에는 민감하다
2. 필사적으로 독자 반응을 살폈던 괴로운 경험
3. 독자 반응을 파악하는 마케팅 조사는 때려치워라
4. 누군가의 시선을 가정하면 미아가 된다
프로도 독자 반응에는 민감하다
프로도 아마추어도 장르에 관계 없이 많은 창작가는 크든 작든 ‘무언가를 만들었다면 어떻게 하면 반응이 좋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든 뒤에는 누가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이왕 보여주는 김에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이 보기를 기대한다. 또 많은 사람이 봐주었다면 호의적인 감상이 많았으면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욕망이자, 프로라면 ‘수입’이라는 한없이 높은 벽이 앞에 버티고 있으므로, ‘더 좋은 반응’이라는 욕심은 점점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이게, 반응이 그닥이었...... 겸손 같은 것이 아니라 진짜로. 편집자나 작가들의 반응은 그럭저럭이었지만, 중요한 독자에게는 반응이 좋았다고 하기 힘든 수준의 결과만 남았다(그때의 작품을 좋아해 주었던 독자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독자로서도, 작가로서도 순문학보다는 오락 장르와 깊은 관계를 맺어왔던 만큼, 히트를 치지 못한 상황이 괴로웠다. 왜? 그때의 나는 온 힘을 다해 독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기뻐할 만한 작품을 궁리에 궁리를 거듭해 노리고 썼기 때문이다.
필사적으로 독자 반응을 살폈던 괴로운 경험
독자 반응이란 일종의 마케팅리서치다. 당시 나는 장르와 레이블마다 타깃을 상정하고, 유행하는 작품을 체크하면서 심혈을 기울인 설정으로 짜서 필사적으로 독자 반응의 정중앙에 공을 뿌리려고 애썼다.
그러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오락성과 마케팅을 전부 내던지고 손이 가는대로 썼던 단편 소설집이 처음으로 중판, 내 최대의 히트작이 되었고, 그대로 어찌어찌해 ‘순문학에 가까운 엔터테인먼트 작가’ 같은 위치를 어슬렁거리게 되었다. 그렇게나 독자를 생각하면서 섰던 소설이 한번도 중판을 하지 못하고, 독자를 완전히 무시하고 마음가는 대로 썼던 소설이 반응이 컸던 것이다. 기뼜지만, 약간 허무한 기분을 느꼈다.
독자 반응을 파악하는 마케팅 조사는 때려치워라
여러분도 이런 사안에 고민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직 경험이 없는 여러분도, 무언가를 만들어 계속 발표하면 반드시 이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투고 사이트에서 인기 있는 테마로 썼는데 전혀 반응이 없거나, 유행하는 것과 내가 쓰고 싶은 것이 동떨어져 있거나. 인기 있는 것과 쓰고 싶은 것이 다르거나.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좋아서 시작했더니 괴로워지는 것은 슬픈 일이다.
독자는 소중하다. 정말로 소중하다. 읽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작가는 존재한다. 그러나 독자는 함께 이야기를 만드는 상대가 아니다. 그 작업은 나 혼자, 혹은 편집자와 함께 하는 은밀한 행위다. 초밥 장인이 주방에 손님을 넣고 초밥을 만들어서 파는 음식으로 내놓을까? 그렇게 한다면 실례가 되는 행위다. 창작도 같다. 독자를 사랑하고 존중하게 때문에 작업장에 손님이 들어올 수 없는 법이다. 독자 반응을 생각하는 시간이 있다면,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써라. 그것을 올리면,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몰려든다.
누군가의 시선을 가정하면 미아가 된다
괜찮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일’은 신도 불가능’하다. 세상에는 무신론자도 엄청 많다. 어떤 대히트 작품이라도 세계 규모로 보면 흥미가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자. 내가 즐길 수 있으면, 아이디어도 샘솟고, 문장도 뽑을 수 있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쓰는 것은 눈을 감고 미로를 걷는 듯한 기분이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한 걸음 앞에 길이 있는지, 벽이 있는지, 전혀 몰라서 불안해진다. 그런 생태에서 쓴 글이 재미있을 리가 없다. 눈을 뜨자. 독자가 아니라 나를 알자. 그리고 쓰는 것이다. 즐기면서 한 자, 한 자.
| 원문 링크 : https://monokaki.ink/n/nb4676f11d00b?gs=dd6853a077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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