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소설의 문장

의뭉

by blacksnowbox 2022. 10. 30.

웹소설 특히 무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이고, 요즘은 여러 장르에서도 간혹 발견하게 됩니다. 과연 제대로 뜻에 알맞게 쓰는 것인지 의문이 들더군요.

기본 어휘인 의뭉의 뜻을 살펴보겠습니다.

 

| 표준 국어 대사전

1 겉으로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면서 속으로는 엉큼하다

 

| 고려대 한국어 대사전

1 겉으로는 어수룩하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엉뚱한 욕심을 품고 분수에 넘치는 일을 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음

 

용법은 의뭉을 떨다

 

단어의 뉘앙스는 유의어와 반대어를 확인해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유의어에는 내숭, 능청, 음흉이 나옵니다. 대게는 능청스럽다는 뜻으로 의뭉을 쓰는 것 같습니다. 단어의 세기를 보면 내숭 <능청 <음흉이라는 느낌이죠.

단순히 사전의 의미만 보면 결코 긍정적인 표현은 아닙니다. 엉큼하고 음흉하다가 주된 의미에 가깝고, 넓게 봐서 능청까지 허용되는 형태죠. 겉과 속이 다르다는 말이 좋은 인식은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아래 예문을 보면 폭넓게 쓰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의뭉을 일상 생활에서 쓰는 표현이 아닌 데다 여러 의미를 내포하다 보니 오해가 발생하기 쉽다는 거죠. 웹소설에서 캐릭터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집니다. 악역이면 당연히 음흉일 테고, 선역이면 내숭이나 능청이 되는 거겠죠. 

단순히 무협이니까 좀 예스러운 느낌의 단어를 써야지 하는 생각으로 선택할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이해 수준, 반응, 낯선 어휘가 불러올 오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게다가 잘 알고 쓰는 작가도 물론 많겠지만, 누가 쓰니까 따라쓰는 사람도 적지 않을 거예요.

의뭉/의문이 비슷하긴 해도 이걸 헷갈리는 일은 거의 없을 듯하고요.

 

국어사전도 대부분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개인적으로 네이버 사전을 선호합니다.

단어 검색을 하고 예문을 보면 기존 문학 작품의 문장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의뭉스럽다의 예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아씨가 꼬치꼬치 영악해질수록 산식이는 우렁이 속처럼 의뭉스럽게 정작 할 말은 입에 물고 있는 눈치였다.  의뭉스럽다 

표준국어대사전, <<박완서, 미망>>

 

여태 꿀 장수로 보였던 놈이 갑자기 소도둑놈같이 의뭉하게 보였다.  의뭉하다 

표준국어대사전, <<송기숙, 자랏골의 비가>>

 

이봉학이가 말하여 무심하였던 꺽정이도 깨도가 되어서 “의뭉스러운 늙은이가 정녕 그래서 나간 걸세.”  깨도 

표준국어대사전, <<홍명희, 임꺽정>>

 

혹시 알고도 위인이 의뭉꾸러기라 짐짓 모른 체하고 있나, 그 눈치를 떠보았다. 했으나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깜깜속이었다.  깜깜속 표준국어대사전, <<채만식, 탁류>>

 

이런 식으로 기존 작품에서 해당 단어가 포함된 문장을 예문으로 보여줍니다.

사전만 봐도 재밌는 부분이 정말 많거든요. 관련 검색으로 보여주는 결과를 계속 따라가도 시간이 금방 갑니다.

반응형

'웹소설의 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라다]의 저주?  (3) 2023.08.20
아버지와 아버님의 차이  (0) 2023.04.25
하! 그놈에 ~(으)로부터  (0) 2022.06.05
001 왜 글만 쓰면 이상해지나?  (0) 2022.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