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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노트(번역)/재미란 무엇인가?

필연성이란 무엇인가?

by blacksnowbox 2020. 9. 3.

재미란 무엇일까

필연성이란 무엇인가? | monokaki 편집부

때는 서기 20XX년, 인류는 고도로 발달한
문명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이야기 많이 보셨죠. 로봇이 등장하는 이야기부터 근미래의 일상을 그린 작품까지.

그러나 저는 전전 주 즈음에 갑자기 깨닫고 말았습니다.

지금 벌써 2018년. 이미 '20XX년'이잖아? 하고 말이죠.

 

한 마디로 '근미래'라고 해도 문제는 다양하다

이야기의 설정을 구상하는 일은 즐거운 일입니다.

머릿속으로 계속 샘솟는 풍경을 과연 어떤 세계관으로 전개하면 좋을까요.

시대 배경은? 장소는? 주인공의 연령은?

 

다양한 가능성을 공상하는 시간은 '소설을 구상한다→쓴다→다시 읽는다→고친다'라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가장 즐거운 구간일 것입니다. 너무 즐거워서 무심코 분위기에 휩쓸려 정해버릴 때도 있습니다. '때는 근미래, 무대는 도쿄, 주인공은 혼혈 금발 미소녀로!' 같은 느낌으로 말이죠.

창작이 시작점은 어차피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섰으면 좋겠습니다.

 

근미래란, 서기로 따지면 몇 년 정도?

무대가 도쿄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는? 수도이기 때문일까요. 그러면 '근미래'에도 도쿄는 여전히 수도일까요?

주인공은 고1인가요, 고2일까, 아니면 고3인가요. 그 나이여야만 하는 이유는?

혼혈......이라는 설정만으로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만, 도대체 어느 나라일까요?

부모 중에 어느 쪽이 외국인인가에 따라서 캐릭터의 배경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작품은 사소한 요소라도 '왜?', '어째서?' 하고 되묻기 시작하면, 정해야 하는 수많은 것들이 나옵니다.

 

솔직히 귀찮다. 그냥 느낌대로 가고 싶어.

 

그러나 세세한 부분을 깊이 파보면서 잡아나가면, 한참 지나서 오히려 편할 때가 있습니다.

 

필요한 설정/과도한 설정

이 연재 첫 회인 '캐릭터가 산다란 무슨 뜻인가요?'에서 '캐릭터가 어떤 인생을 보냈는가 하는 것까지 떠올릴 수 있으면, 멋진 오리지널리티가 깃든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것은 사실 캐릭터뿐 아니라 시대 배경과 무대 설정도 같습니다.

 

'오리지널리티(독창성)'이란 결국 '다른 작품과의 차이'에서 생깁니다. 지금까지 읽어본 적이 없는 요소를 작품에서 발견했을 때, 우리들은 '이 작품은 오리지널리티가 있다' 하고 느낍니다.

다른 작품과의 차이가 클수록 오리지널리티가 강해진다면, 설정을 더하면 더할수록 오리지널리티도 강해질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스토리에 필요 없는 설정이 아무리 많아도 읽기 까다로울 뿐이며 독자는 그다지 즐겁지 않습니다.

따라서 '필연성'이 중요한 것입니다.

 

소설과 각본이란 상당히 치밀하게 구성됩니다. 일본어라면 왼쪽에서 오른쪽, 혹은 위에서 아래로만 읽을 수 있는 선형 아웃풋이므로, 세계를 통째로 기술하기에는 무척 어렵습니다.

최대한 간결한 문장으로 많은 정보를 독자에게 전하려면 괜한 요소를 배제하고, 각 요소의 관계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설정에 필연성이 있다' 하는 작품이란 거미줄처럼 치밀한 설정들이 서로 끈끈하게 뒤엉킨 집합체가 되어 이야기를 지탱하는 작품을 가리킵니다.

 

미소녀 주인공에게 '필연성'을 적용할 수 있나?

이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미즈시마 세이지(水島精二) 감독, 우로부치 겐(虚淵玄) 각본의 영화(애니메이션) 『낙원 추방(楽園追放)-Expelled from Paradise-』입니다. 때는 서기 2400년, 폐허가 된 지구. 조금 깐깐한 금발 미소녀 수사관 안젤라가 주인공인데, 이 세계는 많은 인류가 육체를 버리고 전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설정입니다.

그러나 지상의 누군가가 전뇌 세계를 해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안젤라는 1차적으로 캡슐에서 사용할 육체를 생성하고, 육체에 정신을 실어 지상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이때 시스템은 실제 연령에 가까운 20대로 만들려고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거부하고 제멋대로 육체 설정을 16살로 변경합니다. 이유는 육체를 생성하는 시간을 단축하면 지상에 도착 시간도 줄일 수 있고, 다른 수사관을 따돌리고 싶었으니까.

 

일련의 묘사로 시청자는 '이 세계가 전뇌 공간이며, 지상으로 내려가려면 물리적인 육체를 생성해야 한다', '급하게 작성할 수 있을 정도로 의학 기술이 발달했다', 또는 '수사관이라는 직업에는 치열한 자리다툼이 있고, 주인공 안젤라는 상당히 재치가 있다, 게다가 '승부욕이 있는 성격'이라고 이해합니다.

 

시대, 무대, 캐릭터 설정을 따로 구별하지 않고 한 장면으로 설명한 것입니다.

 

덤으로 주인공의 겉모습을 16세 소녀로 설정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건 1석 7조 정도는 확보했습니다.

안젤라가 미소녀인 이유에는 필연성이 있습니다.

 

가장 힘든 점은 '자유롭게' 쓰는 것

설정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으면 이야기가 막혔을 때도 대처하기 쉽습니다.

 

'손이 멈추고 말았을 때'는 '쓰기 힘들어졌을 때'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도 쓸 수 있을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식으로 교체 불가능한 설정은 작품에 어느 정도 '족쇄'로 작용합니다.

 

주인공인 혼혈 금발 소녀가 미국인과의 혼혈인지 프랑스인과의 혼혈인지에 따라서 좋아하는 음식이 다를지도 모릅니다.

주인공을 고3으로 설정한 순간, '매일 격투에 빠져서 수험은 괜찮은 거냐!?'라는 태클이 들어올지도 모릅니다.

무대는 도쿄라고 정했어도, 도쿄의 서쪽과 동쪽은 거리의 분위기도 문화에도 차이가 있는 법이니까.

 

조금 더 깊게 설정을 구상하려고 하면 반드시 자료 조사와 취재가 필요해집니다.

그리고 자료 조사와 취재 등의 '공부'가 필요한 단계까지 가면, 그 작품은 다른 작품보다 한 걸음 리드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만약 스토리 진행이 막혔다면, 일단 근본 설정부터 다시 검토하고, '왜?', '어째서?'라며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러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돌파구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 원문 링크 : monokaki.ink/n/nfe83cd9e1431

 

「必然性」って何ですか?|monokaki編集部|monokaki

時は西暦20XX年、人類は高度に発達した文明の中で暮らしていた―― こんな風に始まる物語、たくさんありますよね。ロボットものから近未来日常系作品まで。 しかし、わたしは先々週くら�

monokaki.ink

<-이 글 번역하면서 혹시나 개연성이랑 착각하시지 않을까 해서 조금 덧붙입니다. '개연성이 있다'라는 표현을 흔하게 쓰는데, 개연성은 그럴 듯하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정도의 느낌입니다. A라고 전제하면 B라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겠다 하는 너그러운 판정? 그러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구나 하고 납득하는 필연성과는 많이 다릅니다.

 

필자가 언급한 낙원추방은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play.watcha.net/search?q=%EB%82%99%EC%9B%90%20%EC%B6%94%EB%B0%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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