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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2020년 07월 29일

by blacksnowbox 2020. 7. 29.

가운데 미궁의 오아시스가 있는 공간에 무거운 공기가 서려 있었다.

지면에 주저앉아 쉬는 것은 20대 후반부터 30대 전반 사이의 남자 4명. 금속 갑옷과 가죽 갑옷, 그리고 두꺼운 로브 등 요란한 장비를 착용한 모험자 파티. 이름도 '사나운 녀석들"이다.

긴장으로 경직된 표정에는 초조함과 피로의 그늘이 역력했다.

미궁 탐색이 생각한 대로 순조롭지 않은 것이다.

 

"제기랄"

 

혀를 차면서 중전사가 욕을 했다.

 

"이런 곳에서 꾸물거릴 여유는 없는데. 저런 조무래기에게 마법을 몇 발이나 쏘다니"

 

방금 마물과의 전투에서 파티에서 최대 전력을 자랑하는 마술사가  공격 마법을 사용했다.

마법은 강력하지만 마력을 크게 소모한다. 회복하려면 마나 포션을 마시거나 휴식밖에 방법이 없다. 그리고 마나 포션은 다른 포션과 비교해 자릿수가 바뀔 만큼 가격이 비싸고, 구할 수 있는 가게도 적은 탓에 중급 모험자인 그들에게도 손에 넣기 어려운 것이다.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색이 어두운 로브를 입은 마술사가 눈을 치켜 뜨며 반론했다.

 

"전열에서 마물을 못 막았으니까 어쩔 수 없이 쓸 수밖에 없었잖아. 책임전가는 그만 했으면 좋겠군. 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모멸감이 드는 말을 내뱉었다.

 

"이런 치즈 같은 놈이"

 

그것은 '구멍투성이의 벽'을 의미하는 은어이자, 후열을 지키는 방패인 중전사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을 가리킨다.

 

"뭐야, 이 자식이. 해보자는 거냐!"

 

흥분한 중전사와 냉소를 띤 마술사.

나머지 동료는 경전사와 유격수였지만, 싸움의 중재를 하기는커녕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로 누워 있었다.

그들이 쉬고 있는 곳은 타일러스 미궁 지하 20층. 광대한 계층의 한 귀퉁이로 가까스로 도망친 안전지대였다.

마물들은 물을 싫어해 모험자들에게 있어 오아시스가 있는 공간은 절호의 야영지다. 반짝이끼도 풍부하고 땅 속에 깊은 곳임에도 마치 대낮처럼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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