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귀종유리담(貴種流離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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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귀종유리담(貴種流離譚)

귀종유리담이란 고귀한 혈통/신분으로 태어난 자가 어떤 사정으로 본래의 계급에서 추방되어, 서민으로 생활하던 중에 재능을 발휘해 영웅이 되는 형태의 스토리입니다. 정통적인 이야기 구조에 중에 하나이며, 이 형식의 작품은 라이트노벨에도 많습니다.

 

<-일본의 민속학자인 오리쿠치 시노부(折口信夫)가 구축한 연구나 사상을 하나의 학문으로 체계화한 오리구치학(折口学)에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애니메이션 많이 보신 분들에게 익숙한 용어인 카쿠리요(かくりよ, 隠世、幽世)도 오리쿠치 시노부가 1920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정의했다고 합니다.

<-상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북바이북에서 번역/출간한 이야기의 명제 - 6가지 테마로 이야기 만들기를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 여기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많죠. 저는 첫 번째로 헤라클레스가 생각이 나더군요.

 

예를 들어 『스크랩드 프린세스(スクラップド・プリンセス)』의 히로인은 왕녀로 태어났지만 장래에 세계를 멸망시킬 맹독이 될 것이라는 신탁을 받고, 『마법전사 리우이(魔法戦士リウイ)-최근에 일본에서 만화로 다시 나왔더군요』에서는 왕의 서자가 주인공입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이 『뱀파이어 헌터 D(吸血鬼ハンターＤ)』일 겁니다.

뱀파이어 헌터 D는 신조(神祖)라고 불리는 흡혈귀의 왕과 인간의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입니다. 그는 혼혈이면서도 흡혈귀들을 능가하는 초인적인 힘의 소유자며, 고고한 흡혈귀 헌터로 살아가면서, 아버지를 찾는 여행을 합니다.

D의 정체를 눈치챈 흡혈귀의 귀족이 「서, 설마, 당신은……! 」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캬~

 

마찬가지로 마왕과 인간의 혼혈아가 인간의 편에 서서 마의 세력과 싸우는 타입의 귀종유리담은 인기가 있고, 비슷한 설정의 작품이 많이 있습니다.

『11. 해피엔드와 배드엔드』에서도 거론했지만, 인간은 타인의 비극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왕족처럼 높은 지위의 인물이 밑바닥으로 추락해 진흙탕을 뒹구는 모습에 쾌감을 느낍니다.

동시에 '참, 안됐다'라며 연민의 정이 싹터, 쉽게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또한 비극적인 처지에 있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노력해 영광을 붙잡는 성공 스토리는 정통적인 이야기 구조의 일종이고, 사람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줍니다.

귀종유리담은 이런 2가지 요소를 함께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된 낡은 설정이지만, 여전히 지지를 얻습니다.

본래 신분이 높았던 인물, 계급이 높은 인물이 불운하게도 지위를 잃고 추락하는 비극. 그러나 타락하지 않고 노력해, 점차 재능을 발휘하게 되고, 결국 성공한다는 것이 이 구조의 핵심입니다.

귀종유리담은 이야기 초반부터 등장인물(주인공)이 “귀종(貴種, 귀한 씨앗이라는 뜻이니까 고귀한 신분이라는 말이겠죠)”이라는 사실을 밝히기도 하고, 도중에 「사실은…... 」이라는 식으로 밝혀지는 일도 있습니다.

결말이 되어서야 본래 신분으로 되돌아가는 패턴도 있고, 스스로 새로운 영광을 차지하기도 이야기도 있습니다.

단, 구조적인 결점인 「혈통이 뛰어난 자가 결국, 이기는 건가……」라고 느껴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충

일본의 옛날이야기인 『타케토리 모노가타리(竹取物語)』도 귀종유리담의 일종입니다.

고귀한 달의 주민인 「카구야히메」가 수행으로 지상에서 생활합니다.

라이트노벨 『제로의 사역마(ゼロの使い魔)』에 등장하는 타바사라는 캐릭터도 귀종유리담의 흐름을 조합했습니다.

본래 왕녀의 신분이지만, 숙부가 왕인 아버지를 살해하고, 결국 신분을 박탈당한 뒤에 위험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왕위를 빼앗은 숙부는 골칫거리인 타바사가 임무 중에 사고로 죽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타바사는 타고난 마법의 재능과 기지로 매번 위기에서 빠져나오고, 자신을 단련하면서 반역의 때를 기다립니다.

타바사를 괴롭히는 사촌인 공주도 등장하고 타바사짱 기특하면서도 불쌍해!(하지만, 그게 너무 좋아)

 

<-아래는 라이트노벨 제작연구소 독자분들의 의견입니다.

 

나자레 키타누키코(ナザレ記狸子) 씨의 의견 2012/01/30

오만함으로 인해 지위를 잃은 자가 끝에는 개과천선해, 지위를 되찾는 패턴도 있습니다.

그림의 동화인 『지빠귀 수염의 왕(つぐみひげの王さま)』입니다.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공주가 청혼한 왕자를 보고 「저 사람 턱은 뾰족해서 개똥지빠귀 같다」라고 말합니다. 그 뒤로 왕자는 「지빠귀 수염의 왕」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화가 난 공주의 아버지는 딸을 가난한 거리의 광대와 결혼시키고 성에서 추방합니다.

공주는 도중에 지나친 큰 숲과 초원, 큰 도시도 지빠귀 수염 왕의 소유라는 사실을 알고, 청혼을 거절한 일을 후회합니다.

그 뒤로 공주는 낯선 가사 등에 힘들어하면서도 남편과 함께 이겨냅니다.

이윽고 성에서 시녀로 일하게 되고, 성의 부엌에서 지빠귀 수염 왕과 재회합니다.

공주는 남편과 지빠귀 수염 왕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공주는 지빠귀 수염 왕과 결혼을 아버지와 신하, 모든 사람에게 축복을 받습니다.

귀종유리담에 해당하는지 모르겠지만, 참고가 될까 해서 알려드립니다.

 

카나(香奈) 씨의 의견 2012/01/31

귀종유리담을 그대로 소설로 옮긴 작품을 읽고 참고가 될 것 같아서 글 남깁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이 소설은 혈통이 뛰어난 자가 이긴다는 결말은 아닙니다.

보컬로이드의 음악에서 탄생한 소설인데, 『악의 딸 황의 클로튀르(悪ノ娘 黄のクロアテュール)』라는 작품입니다.

<-クロアテュール(clôture) 프랑스어로 종결, 마감이라는 뜻에서 음악의 종결부. 이태리어로는 피날레(finale) = 「종곡(終曲)」

14세의 어린 여왕인 릴리안느는 「황의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오만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질투심 때문에 다른 나라를 멸망시킬 정도입니다.

물론 그런 여왕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격렬해지고, 결국 혁명이 일어나 그녀는 처형을 당합니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사실 처형된 것은 리리안느가 아니었습니다.

릴리안느에게는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알렌이라는 쌍둥이 남동생이 있었습니다.

알렌이 귀종유리담의 흐름을 적용해, 쌍둥이 누나인 릴리안느에게 소환되어 섬깁니다.

본래 왕자님이었지만, 정치 혼란에 휘말린 것입니다.

그리고 알렌은 혁명으로 위기에 빠진 릴리안느를 탈출시키고, 대신 처형을 당하는 운명에 이릅니다. 

알렌은 마지막까지 보상받지 못합니다. 그저 쌍둥이 누나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보상받지 못하는 귀종유리담도 있다고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7가지 대죄의 악마거나, 혹은 그런 느낌. 이쪽으로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