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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작법 제1연구소/05.소설의 테마란?

03.테마를 깊이 있게 만들려면?

by blacksnowbox 2017. 3. 28.


 이 포스팅은 '라이트노벨 작법연구소(www.raitonoveru.jp)' 운영자의 허락을 얻어 직접 번역했습니다. 모든 내용의 저작권 또한 '라이트노벨 작법연구소'에 있음을 알립니다. 임의 수정이나 상업적 이용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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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테마를 깊이 있게 만들려면?



잘 생각해보면 테마란 독자가

"아아, 재밌는 이야기야."

"분명 주인공처럼 용기 있게 악에게 굴복하지 말라는 거구나."라며

스토리의 의미에 자신만의 해석을 더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의 테마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사람에 따라서 의견이 다릅니다.
그 결과 작자가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주제를 비켜가는 해석도 무수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나쁜 일이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 이야기에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고 사람의 마음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야말로,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침투해 이렇다저렇다라는 서평으로 논쟁을 하게 만들고 판매의 증가로 이어지는 겁니다.

애니메이션 신세계 에반게리온 (1995년 10월 4일 방송 시작, 2007년부터 신극장판 공개)이 좋은 예입니다.
-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시죠^^ -
무엇이 올바른가?라는 답이 없는 물음을 즐기는 것이 문학의 한 가지 묘미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악역의 행동에도 도리가 있으며 대립하는 주인공에게도 존재하는 선의 이념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립과 갈등입니다.
이것이 답이 없는 상태, 즉 깊이 있는 테마를 만들어내는 원천입니다.

최종적으로 주인공이 이긴다 해도 악역의 생각에도 일리가 있다는 점을 캐릭터의 행동으로 표현하면 어느 쪽이 올바른 것인가라는 해석의 여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주인공이 믿어왔던 윤리나 가치관과 배치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적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주인공 내면에서도 갈등이 생기고 작품의 테마는 깊이를 더해갑니다.

단, 주인공의 초기 목적과는 반대되는 목적으로 향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우유부단한 주인공은 뭘 말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듭니다.


예를 들면 1972년에 간행된 나가이 고의 만화 데빌맨(국내에는 2011년 6월25일 ak커뮤니케이션즈 발매) 은 인간의 어둠과 애증을 심도깊게 묘사한 걸작입니다.



후대의 엔터테인먼트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도 만화 데빌맨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 단순하게 선과 악이라는 논리에서 벗어난 작품이라 모르긴 해도 엄청나게 많은 작가들이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
이 데빌맨의 스토리를 연구 대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주인공 후도우 아키라는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마와 싸우려고 악마족의 용사인 아몬과 합체해 그의 신체를 빼앗고 데빌맨이 됩니다.
- 주인공 이름이 한자로 不動明, 움직임이 없는 빛(밝음). 아마도 절대선을 상징하는 것 같네요 -

그 뒤 친구인 아스카 료와 함께 현대에 부활한 악마들과 남몰래 싸웁니다.
그러나 악마왕 제논은 인류에게 선전 포고를 하고 악마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사태는 급변.
악마가 인간으로 둔갑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악마 사냥 조직이 결성되고, 악마로 의심받은 사람들은 붙잡혀 고문 끝에 살해당합니다.
- 일본 만화라 그런지 오버랩되는 마음 아픈 사건이 떠오르네요 -

이 시점에서「인간=선, 지켜야 할 존재」라는 후도우 아키라의 가치관이 크게 흔들립니다.
결국 악마의 신체를 손에 넣은 그는 여태껏 지켜왔던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게 됩니다.

더구나 이 사태를 꾸민 장본인이 친구 아스카 료였습니다.
사실 그는 악마왕 제논 위에 군림하는 대마왕 사탄이자, 인간으로 둔갑해 스스로의 기억을 지우고 인간 사회에 파고들어 무의식적으로 어떻게 하면 인간을 멸망시킬 수 있을지 연구해 악마들에게 지령을 내린 것입니다.
후도우 아키라를 데빌맨으로 만든 것도 악마에게 대항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인 그를 악마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내가 작전을 구상하고 아키라고 실행한다
그것은 이제부터도 달라지지 않아. 우리는 영원한 친구야.
그저 싸울 상대가 악마가 아니라 인간으로 달려졌을 뿐.
너도 봤잖아? 인간의 역겨움을..."

사탄으로 각성한 아스카 료는 후도우 아키라를 악마 진영으로 끌어들이려고 설득합니다.
사탄은 인간을 멸망시키려는 악이면서도, 친구를 구하고 후도우 아키라와 함께 하고픈 우정은 진짜입니다.

후도우 아키라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는 악마족의 용사 사탄의 오른팔로 인간의 편에 서는 것보다 훨씬 안락한 삶을 보낼 수 있습니다. 우정도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나 후도우 아키라는 제안을 거절합니다.
친구를 적으로 돌리고 끝까지 인간을 위해서 싸울 것을 결의합니다.


우정, 희망찬 미래 제안. 인간이야말로 진짜 적(사탄의 도리)


 ↓↑ 대립, 갈등


나는 인간이다. 끝까지 인간을 지킨다(후도우 아키라의 도리)


사탄과 후도우 아키라의 주장 대립은 주인공 내면의 갈등과도 같습니다.

후도우 아키라가 인간을 지키는 것은 인간은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지금 인간은 서로 죽고 죽이는 잔혹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것은 전부 사탄이 꾸민 더러운 계략에 의한 것이라며 그는 자기 자신을 설득합니다.
인간이야 말고 멸망시켜야 할 적이라고 속삭이는 사탄의 말은 자신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의문이기도 합니다.

그 뒤 후도우 아키라는 연인인 미키의 양친이 악마사냥에 체포되는 것을 계기로 악마 사냥이야말로 악의 근원이라 판단하고 그들의 본부를 습격합니다.
그러나 너무 늦었고, 그를 감싸주던 미키의 양친은 무참히 살해 당한 뒤였다.
더구나 고문관들은 무서운 악마의 모습을 한 후도우 아키라에게 아첨을 하며,

"여기서 죽은 녀석들 중에 당신의 동료는 없었습니다. 모두 사람이었지요. 그러니 살려주십시오."

라고 말하면 목숨을 구걸합니다. 결국 아키라는 분노에 휩싸여

"내 몸은 악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을 잃지는 않았어! 네놈들은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악마가! 악마가 되었구나!
이것이! 이것이! 내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던 인간의 정체란 말인가! 지옥으로 떨어져라 인간들아!"

무려 화염을 내뿜어 그 자리의 인간들을 불태워 죽여버립니다.
인간과 악마, 악마와 후도우 아키라의 입장이 역전되고 데빌맨에서도 특히 충격적인 장면입니다.

이것으로 그의 내면에 있던 '인간은 숭고하다', '인간은 악'이라는 갈등이 '인간은 악'이라는 방향으로 기울어버립니다.
그 뒤 후도우 아키라는 연인인 미키를 지키려고 인간의 편에 서려고 하지만......
충격의 라스트는 꼭 원작을 읽고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데빌맨은 후도우 아키라의 가치관을 뒤흔드는 대파란을 여러 번 일으킬 뿐 아니라 적인 사탄의 마음속 갈등까지 묘사했습니다. 

그러나 후도우 아키라는 최후까지 악마와 싸우는 행동을 변함이 없고 사탄도 초심을 관철합니다.
두 사람이 끝없이 반목했기 때문에 결국 두 사람의 애증은 보다 강해지고 마지막에 묵직한 울림을 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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