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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작업 일지

2020년 08월 12일

by blacksnowbox 2020. 8. 12.

-생각해 왔던 용사님과는 뭐~가 좀 다르단 말이지.

 

세계를 구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고 일주일이 경과했으나, 내가 본 그의 인상은, 어딘가 미묘했다.

 

"무슨 일이야, 이리스? 너무 심란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수행원 역할의 작은 요정답게 주위를 가볍게 날고 있던 나에게 용사님은 상냥함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아,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오늘도 날씨가 참 좋아서 말이지. 아하하......"

 

얼버무리듯이 공중을 날자, 용사님이 자연스레 하늘을 올려다본다.

 

"확실히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군. 마치 세계를 구하려고 결의한 우리의 망설임 없는 마음을 비춘 것처럼 아름다워. 아아...... 또 하나 멋지 시가 떠올랐어"

 

나의 언어가 창작의욕을 부르는 마중물이 된 것인지, 경사가 급한 산길을 걸으면서 용사님은 밝은 웃음을 띄운 채로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고, 시를 쓰기 시작한다.

 

-여전히 만사 태평이야.

 

이러고 있는 지금도 서쪽에서는 세계를 집어삼키려는 <어둠>이 닥쳐오고 있는데......

 

한숨을 쉬면서 나는 용사님의 시선을 흘려보낸다.

 

-예쁜 백금 장발.

 

장이족 특유의 뾰족하게 솟구친 늠름한 귀. 날렵한 몸과 천진한 중성적인 생김새. 어떤 누가 보아도 미소년의 모습이다.

 

덤으로 짊어지고 있는 것은 낡은 류트, 작고 하얀 손에는 깃털 달린 펜. 게다가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은 오로지 미사여구라니.

 

그래. 이 용사님, 사실 장이족의 마을에서 태어난 시인일 뿐이다.

그에 반해 나는 인간의 1/10 정도 몸집으로 하늘을 나르는 인공 요정.

 

그런 우리는 빅터왕(이 사람이 나의 창조주지)에게 구세의 임무를 부여받고, 이 세계에 어둠을 만들어 낸 완전 못된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있는 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깥 세계로 데려와준 용사님.

 

처음에는 상냥하고, 주위를 감도는 아름다운 분위기가 어우러져, 멋지다- 하고 생각했었지만, 도중,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떠오르는 대로 시를 쓰고, 예쁜 경치를 마주하면, 그때마다 류트를 연주하면서 무작정 노래를 부르지.......

 

요컨대, 이 용사님은 몽상가이자, 독특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더욱이 마물과 만나도 거의 싸우지도 않고, 진로나 언행도 여행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선택뿐인 데다가, 나에게 있어서 산의 날씨 이상으로 예측 불가능인 존재였다.

 

솔직히, 나는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하지만 여행길에서 생각지 못한 동료를 얻을 수 있었다.

 

"-이야압!!"

 

름늠한 목소리는 우리들의 앞에서 중후한 대검을 휘두르고, 나와 용사님보다도 앞장서서 산길에 넘치는 마물들을 베어 넘기는 아름다운 여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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