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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정보/소설번역(미리보기)

正体(정체)

by blacksnowbox 2023. 6. 28.

< 작품 정보 >

아침으로 토스트를 씹던 마이는 발로 노견인 포키를 밀어냈다. 하지만, 포키는 바로 돌아와서 다시 마이의 발을 건드렸다. 뭔가 줘, 라며 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흥, 먹을 게 없으면 아무것도 안 하면서.

마침 와이셔츠를 입은 아빠가 하품을 하면서 다가왔다. 리모컨으로 TV를 켜고 마이 건너편 의자에 앉았다. 동시에 포키는 아빠의 발치로 다가가서 앉았다.

“역시 아빠를 가장 좋아하는구나”
 
아빠가 만족스럽게 매번 하는 소리는 내뱉었다. 아빠가 바로 음식을 준다는 것을 노견은 아는 것이다. 포키의 입자에서 보면 아빠는 먹이 담당일 것이다.
 
“여보. 매번 그렇게 바로 주면 안 돼요. 이 녀석 사료 남았단 말이야.”
 
부엌에 있는 엄마에게 타박을 받았다.
 
“사람이 먹는 밥이 더 맛있는 법이지’ 하며 전혀 개의치 않는 아빠.
 
“포키가 빨리 죽으면 당신 책임이니까 알아서 해”라며 엄마가 허리에 손은 붙이고 말했다.

16년이나 살아온 개한테 더 빨리 죽고 말고가 어딨어라고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수없이 반복되었던 이런 사카이 집안의 아침 식탁과도 1개월 뒤면 끝이다.
마이는 현재 2주 뒤에 졸업을 앞둔 고3이고, 4월부터 염원하던 도쿄에서 자취를 시작할 예정이다. 오모테산도에 있는 유명 미용전문학교에 다닐 예정이다.
반년 전, 마이가 진로 희망을 밝히자 양친은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아빠는 ‘아무리 화장으로 감춰도 인간의 본질은 바뀌지 않아. 중요한 것은 내면의 아름다움이잖아’ 같은 의미 불명인 말을 했다.
이런저런 설득 끝에 겨우 미용학교에 진학을 허락받았는데, 이번에는 독립을 반대했다. 집에서 다니라는 말이었다. 마이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본가가 있는 이바라기현은 우시쿠시에 있고, 오모테산도까지 편도로 1시간 반이 걸린다. 게다가 집에서 가장 가까운 역까지 자전거고 15분은 달려야 한다.
마이는 정기권 요금이 집세와 맞먹는다는 점과 통학에 걸리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 도쿄에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며, 계산기까지 두드리면 양친에게 사정했다. 그 결과 진학과 독립의 권리를 쟁취했다.

그렇다고 해도 양친은 아직 허전한 눈치였다. 부모의 마음 따위 깊이 생각한 적도 없지만, 하나뿐인 딸이 집에서 없어지는 것은 큰 사건인 것이다. 지난주 밤에 아빠와 엄마는 옛날 앨범을 꺼내와서, 어린 마이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래서 상경은 조금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1할 정도다. 나머지 9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꿈과 희망이다. 두 사람은 과거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몰라도, 자신에게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TV에서 여성 캐스터의 <속보입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마이는 우물우물 토스트를 씹으면서 바라보았다.

<오늘 새벽, 효고현 고베시 키타구에 있는 고베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소년 사형수가 탈주했다는 소식입니다. 소년은 약 1년 6개월 전, 18세의 나이로 사이타마현 쿠마가야시에 사는 일가 세 사람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았습니다. 또한 탈주한 소년은 여전히 도주 중이며, 경찰은 총력을 다해 소년의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이런이런이런.”

아빠가 한 손으로 커피잔을 뒤고 중얼거렸다. 부엌에 잇던 엄마도 손을 멈추고 TV를 주시했다.

<아아, 전대미문이네요>라며 사회자의 말을 이어받은 백발의 남자가 신묘한 얼굴로 말했다. 직함은 전직 경찰이라고 쓰여 있다.
 
<사형수가 탈옥한 예는 과거에도 있었으나, 소년사형수는 전혀 없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가 하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죠>
<지금으로는 어떻게 탈주했는지, 경찰의 발표는 아직입니다>
<애초에 사형수가 형무소가 아닌 구치소-->
 
TV 속에서 많은 어른들이 심각한 얼굴로 이러쿵저러쿵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이는 딴 세상 일이라는 듯이 멍하게 바라보았다. 큰 사건이지만, 마이에게는 현실감이 없었다. 가까운 곳에 형무소가 있었다면 다소 두려웠을지도 모르지만, 소년이 탈주한 구치소는 먼 곳에 있다. 마이는 고베는커녕, 효고현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소년이 저지른 사건에 대한 기억도 흐릿했다. 하지만 일 년 반 전에 그런 사건이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아마도 수학여행 직전이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처참한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금세 기억이 흐려지고 만다. 사실 마이는 그런 사건에 흥미가 없었다. 예의 사건도 머릿속에 온통 기대하던 수학여행으로 가득해, 전혀 안중에 없었다.
 
<그런 엄중한 경비를 뚫고 탈옥을 하다니, 현실판 쇼 생크 탈출이네요>
 
분위기를 바꿔볼 의도였는지 남성 출연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다만 주위 사람은 아무도 반응을 하지 않고, 겸연쩍은지 고개를 숙였다.
 
<--경찰에서 속보가 들어오는 대로 다시 보도하겠습니다. 이어서-->
 
“믿을 수가 없네. 무섭다, 그지.”
 
뉴스가 일단락된 시점에 엄마가 인상을 찌푸리면 말했다.
진짜로 그렇게 무서워할 일인가, 하고 생각하고 마는 자신이 아직 어려서 그런 걸까. 엄마가 탈옥한 소년과 마주칠 확률은 복권에서 10억 원에 당첨될 가능성보다 낮다고 생각하지만.

“여보. 저 범인이 살해한 부부가 젊었었죠.”
 
엄마의 물음에 아빠는 인상을 쓰며 허공을 노려보았다.
 
“서른 살도 안 먹었더라고. 아이도 고작 2살이랬나, 그랬던 것 같네.”

“무시무시한 사건이기는 했어요.”

“무시무시하지. 면식도 없는 사람이 집에 쳐들어와서 모두 목숨을 잃었으니까.”

“칼에 찔렸다고 했었죠.”

“맞아, 그랬지. 부엌에 있던 식칼이라고 했어, 분명.”

“근데, 미성년자도 사형이 되는 거야”

마이가 근본적인 의문을 내뱉었다.
“돼. 하지만 18세 이상만. 18세 미만은 사형을 받지는 않아.”
 
몰랐다. 멋대로 미성년은 사형 판결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이 범인, 자기를 칭찬하고 싶다 같은 말을 했던 것 같지 않아요?”
 
엄마가 떠올린 것을 말했다.
 
“칭찬?”
 
마이가 물었다.
 
“사형 판결을 받았을 때, 범인인 남자가 법정에서 그렇게 말했다니까. 자기를 칭찬하고 싶다고.”

아빠가 툭 내뱉듯이 말했다.
마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칭찬하고 싶다는 말은 사람을 죽인 것을 뜻하는 걸까. 아니면 사형 판결을 뜻하는 걸까.

“애초에 왜 그 일가족을 살해한 거야?”

마이가 묻자 아빠는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입을 다물었다.

“젊은 부인을 덮치려고 했던 거지. 그러다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남편도 마침 집에 있었다.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그래도 고작 그것 때문에 죽여버리다니, 완전히 미친 거라고 봐야지.”

농담도 좋아하고 항상 시답지 않은 이야기만 하던 아빠가 드물게 화를 냈다.

“마이도 4월부터는 진짜 조심해야 된다. 젊은 여자가 가장 위험하니까.”

엄마의 말을 듣고 마이는 처음으로 공포가 조금 더 가까이 느껴졌다. 분명 독립해서 혼자 살게 되면 저런 종류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2주 전에 양친과 함께 가서 계약한 오토록이 있는 방은 2층이었지만, 만약 누가 침입해 흉기를 내밀면, 유약한 자신은 그것만으로도 쇼크사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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