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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학원 부적합자(프롤로그)

by blacksnowbox 2020. 9. 15.

마왕 학원의 부적합자 ~사상 최강 마왕 시조, 전생해서 자손들의 학교를 다니다~

(원제 : 魔王学院の不適合者 ~史上最強の魔王の始祖、転生して子孫たちの学校へ通う~)

 

- 프롤로그 -

 

신화의 시대.

인간의 국가를 멸망시킨, 정령의 숲을 불태우고 신들 조차 죽여, 세상을 두려움에 떨게 한 마왕이라 불린 남자가 있었다.

이름은 아노스  볼디고드.

 

"――이다만, 어떠냐?"

 

왕좌에 앉아 팔짱을 끼면서 마왕 아노스는 말했다.

그것만으로도 평범한 인간이라면 두려움에 떨 영력이 담긴 말이었지만, 지금 마왕의 눈앞에 있는 인물에 한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해진 숙명조차 끊어낸 성검의 선택을 받은 용사 카논.

모든 정령의 어머니인 대정령 레노.

그리고 이 세계를 낳은 창조신 밀리티아.

 

아노스를 포함해 세계의 명운을 좌우하고 후대에서 구전될 네 인물이 마왕성 델조게이드의 한 장소에서 만나고 있었다.

 

"말은 알겠다. 이상한 조건도 아니야. 하지만, 이제 와서 화친이라니?"

 

용사 카논이 말했다.

 

"다른 뜻은 없다"

"마왕 아노스. 넌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인간들을 죽였지?"

 

차가운 눈동자로 아노스는 대답했다.

 

"반대로 묻지, 용사 카논. 넌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마족을 죽였나?"

 

카논의 대사를 그가 그대로 받아쳤다.

 

인간과 마족, 어느 쪽이 먼저 활시위를 당겼는가.

지금에 와서는 알 길이 없다.

설사 안다고 한들 이제 와서 과거를 지울 수는 없는 법이다.

 

계기는 사소한 일이었을 것이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죽였다.

그리고 죽임 당한 쪽은 복수한 것이다.

 

이후는 반복이다.

죽임 당해 복수하고, 복수를 했으니 죽인다.

증오는 두 종족 사이에서 끝없이 이어져, 비극의 연쇄는 멈출 수 없을 지경까지 가속했다.

 

인간도 마족도 자신들과 다른 것을 배척한다는 점은 똑같다.

 

"잔혹의 끝을 달린 너의 말을 믿으라는 말이냐?"

"잔혹하지 않았다면 어떠했을까? 마왕 아노스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너희들 인간은 아무렇지 않게 마족을 죽였겠지. 정의라는 대의명분으로 어떤 죄악감도 없이, 죽인 인간은 영웅이라며 찬양했다"

 

"마족인 잔혹한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든 것은 인간이라고 하지 않느냐"

 

"마족에게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전쟁에 정의도 악도 없다는 뜻이다"

 

마왕 아노스는 매서운 눈빛으로 용사 카논을 노려보았다.

 

"카논. 너희 인간은 마왕 아노스를 쓰러뜨리면 세계가 평화로워질 거라고 믿으며 전혀 의심하지 않는 듯 하나, 참으로 그러한가?"

 

"당연하지"

 

"아니. 너는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저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마왕 아노스를 죽인다고 해도 새로운 불씨를 만들 뿐이다. 인간과 마족, 어느 쪽이 절멸하지 않는 한 다툼은 끝나지 않아. 아니......"

 

아노스는 그저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마력을 가진 그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마법처럼 강제력을 발휘했다.

 

"설사 마족이 멸망하더라도, 인간은 새로운 적을 만들겠지. 다음은 자신들과 다른 정령을, 정령을 멸종시킨 다음은 자신들을 창조한 신들을. 그리고 신들을 멸망시키면, 그때는 인간끼리 싸움을 벌이겠지"

 

"분명 인간을 약한 부분도 있어. 하지만, 나는 인간을 믿고 싶다. 인간의 선함을 믿고 싶어"

 

아노스는 크크큭 하고 웃었다.

 

용사 카논은 참으로 사람이 좋다. 그는 인간의 추악함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인간의 선한 면모를 믿겠다는 용기를 가진 것이다.

 

"그렇다면, 카논. 덤으로 마왕 아노스의 선한 면모를 믿어 보는 것은 어떠냐?"

 

카논은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

이 제안이 진심인지 의심하는 것이다.

 

"방금 말한 대로다. 세계를 네 개로 나누겠다. 인간계, 마계, 정령계, 신계. 세계에 네 개의 벽을 세워 천년은 열리지 않을 문을 만들자"

 

천 년 동안 떨어져 있으면, 서로에 대한 원한도 사라질 것이다.

 

"이 목숨의 전부를 마력으로 바꾸고, 너희 세 사람이 협력한다면 그 정도의 대마법도 발동할 수 있다"

 

"평화를 위해서 죽겠다는 건가. 마왕이라고까지 불린 네가"

 

"멋대로 그렇게 부른 것은 너희들이다. 게다가 죽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재목을 찾아서 전생하도록 하지. 물론 다음에 눈 뜨는 것은 2천 년 후가 되겠지만"

 

카논은 침묵했다.

잠시 뒤에 그는 각오를 다진 듯이 말했다.

 

"...... 알겠다...... 너를, 믿어 보지......"

 

자신이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왕 아노스는 놀라움을 숨길 수 없었다.

 

성의를 다해 설명했다.

인간, 정령, 신에게는 손해가 전혀 없는 증거도 보여주었다.

 

<-역주) 원문에는 '디메리트'라고 나오는데, 좀 안 맞는 듯해서 수정했습니다.

 

남은 문제는 감정뿐, 서로에게 쌓인 증오와 원한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참으로 용기가 필요한 말이다.

마왕 아노스는 이때 처음으로 그가 용사라고 불린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고맙다"

 

그러자 카논은 슬며시 웃었다.

 

"마왕에게 감사를 받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나 역시 용사에게 감사하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똑바로 마주쳤다.

입장은 달라도 그 힘과 마음의 강인함은 지금까지 서로 인정해 왔다.

 

지금, 간신히 오랜 싸움이 보답받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러면 바로 시작하지"

 

마왕 아노스는 천천히 옥좌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눈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성 안에 검은빛 입자가 무수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러 개의 마법 문자가 벽과 바닥, 천정 등에 빼곡하게 그려졌다.

마왕성 델조게이드는 아노스가 준비한 거대한 입체 마법진인 것이다.

 

"내 몸이 마력의 입구다"

 

아노스는 앞으로 나서며 무방비하게 몸을 드러냈다.

처음에 대정령 레노가, 이어서 창조신 밀리티아가, 그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내뿜은 것은 티끌조차 없는 새하얀 파동. 마치 가까이서 보는 별 같았다. 무한에 가까운 마력의 덩어리가 눈부시게 반짝였다.

 

아무리 마력을 쏟아 넣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그 정도의 양을 무방비하게 맞으면 마왕 아노스의 육체라고 해도 무사할 리가 없다.

끝으로 용사 카논이 성검을 뽑았다.

 

"전생 준비는?"

 

"이미 마쳤다. 어서 와라"

 

불꽃이 튀듯이 격렬한 마력의 격류가 요란하게 귀청을 찢었다.

이 세계의 모든 마력을 끌어모은 듯한 대마법의 발동을 버티지 못하고 마왕성 델조게이드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카논을 바닥을 박차고 손에 쥔 성검으로 망설이지 않고 찔렀다.

마력이 담긴 새하얀 빛으로 변한 도신이 마치 빨려들 듯이 마왕 아노스의 심장을 꿰뚫었다.

 

"크억......"

 

피가 아노스의 가슴에서 떨어졌다.

그의 입이 붉게 젖어 있었다.

 

이것으로 대망은 이뤄진다.

참으로 지긋지긋했던 것이다.

싸우는 것에, 이 불모의 세계에, 그는 질린 것이다.

 

"...... 용사 카논. 참으로 고맙다. 만약 네가 2천 년 뒤에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는 친구로 만나지"

 

훗, 이라며 마왕 아노스가 웃었다.

 

"작별이다"

 

빛과 함께 그의 몸은 사라졌다.

 

| 소설 링크 : https://ncode.syosetu.com/n1578dx/

 

魔王学院の不適合者 ~史上最強の魔王の始祖、転生して子孫たちの学校へ通う~

 

ncode.syosetu.com

이번 분기에 애니로 방영 중이니, 소설과 만화도 정발 되었지 싶어요(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데헷~).
위의 내용은 '소설가가 되자'에 올려온 연재의 프롤로그입니다. 책으로 나오면서 바뀐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읽어보지는 않아서요.

저자의 첫 번째 연재소설이고, 그냥 한 번 써보자 하는 느낌이 아니라, 여러 면을 많이 고려하고 쓴 글입니다. 옛날 소설과 달리 요즘은 서두에서 설정을 너무 늘어놓으면 독자들이 지겨워한다는 의견이 강좌 번역 글 중에도 있습니다. 특히 판타지는 반지의 제왕이 나왔던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이쪽 소설 안 읽는 사람도 대충 어떤 건지는 알 정도가 되었죠. 신화나 여러 이야기들도 인터넷을 비롯해 수많은 매체로 많이 소개되었고요. 그러니 마왕/용사 이렇게 시작하면 대충 다 압니다. 그러니 미주알고주알 설정을 쏟아부으면 질려버리는 거죠.

위의 프롤로그는 대략적인 배경 스토리와 설정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핵심 인물을 빠르게 투입해서 대화로 풀어갑니다. 제가 끄적이는 연습글에서 거론했던 것처럼 전투가 끝나고 적이 물러난 상태에서 전리품을 두고 다투는 병사들을 서술하지 말고, 인물의 대화로 풀어서 배경에 깔린 상황을 독자들이 알아채게 만들어야 좋은 시작이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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