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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정보/소설번역(미리보기)

드래그 온 드라군 3 -Story 1 제로-

by blacksnowbox 2017. 6. 16.

 주의해 주세요 (WARNING)


 이 포스팅의 내용은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미리보기로 제공되는 소설의 일부를 번역한 것입니다. 연습용으로 제가 직접 번역한 내용으로 해당
 저작권자에게 모든 권리가 있습니다. 무단으로 배포하거나 권리에 침해되는 행위는 당사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습니다.

 그저 어떤 내용의 소설인지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읽어보시고 오탈자나 의미불명, 오역 등의 지적은 환영합니다.



드래그 온 드라군 3



-프롤로그-

먼 옛날.
전란과 압정이 휘몰아치는 암흑의 시대.
불합리한 세계에 힘겨워 하는 사람들 앞에 [가수] 라 불리는 여신들이 강림했다.
여신은 노래를 사용해 마력을 발휘하는 능력자로,
그 압도적인 힘으로 각지의 영주를 토벌. 거친 대지에 평화를 불러왔다.

여신들은 [가희]로 존경받으며, 세계를 통치하기에 이르렀다.
가수인 소녀 원은 세계에 안정과 평화를 불러올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가수를 총괄하는 자, 즉 세계의 정점에 선 존재가 되어 간다.
그런 어느 날 원의 언니인 제로가 드라군과 함께 나타난다.
제로 역시 가수이자 최강이라 불리는 존재였다.

어째서, 제로는 원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인가?
어째서, 드라군과 함께 행동하는 것인가?
그리고 가수란 도대체 무엇인가?

또다시 세계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었다. 
  
Story 1 제로 종말의 비와 시작의 꽃
(원제 ゼロわりのまりの)


01P.
비가 오는 날은 언제나 최악이었다.
끈질길 정도로 계속 내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다고 맑은 날은 최악이 아니기는 했었나?  
  
어떻게 된... 거야......?”  
  
옆에서 의문의 뜻을 담은 목소리가 들렸다빗소리에도 간단히 사라져버릴 정도로 가느다란 목소리였다뭐 가라며 되묻고는 아주 조금 후회했다질문을 질문으로 받아치는 인간이 나는 싫었다그런 녀석은 두 번 다시 말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언제나.

"그렇지만...... 울고 있잖아."

너의 착각이야웃었어나는.”
  
무리도 아니다그녀에게는 내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시력을 잃은 상태다두 눈을 억지로 벌리고 바늘로 눈알을 마구 찔렀다더구나 그녀에게 가해진 고문은 그뿐만이 아니었다손바닥과 발바닥을 몇 번이고 인두로 지져 이미 썩은 내가 피어오르고사지의 관절은 모조리 망가져서 몸을 뒤척일 수조차 없었다.
나이도 어린 소녀에게 잔혹한 짓을 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영주란 놈들은 그런 것이고그렇기 때문에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은 봉기했던 것이다어리석게도.
그렇다어리석다봉기는커녕무기조차 들지 못하고 탄로가 났다동료들의 밀고로.
  
02P.
타인을 믿었기 때문이다배신하지 인간이 있을 리가 없다.
주모자인 다섯 명이 붙잡혀 고문을 당했다계획의 모든 내용과 가담한 자들의 이름을 말하면 풀어주겠다 한 모양이지만물론 거짓이었다속는 인간은 대게 몇 번이고 다시 속는다.
무엇보다 곧바로 자백한 자도그녀처럼 완강히 입을 열지 않은 자도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당하고 나서 결국 납작한 돌로 포장된 광장 바닥에 나뒹굴었다속든 속지 않든결과는 같았다영주에 의한 그들의 처벌은 공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평했다.
딱 하나공평치 않은 것이 있다면 백성을 학대하는 영주를 토벌하려던 훌륭한 5인과 보잘것없는 살인자인 나 같은 인간이 이렇게 나란히 쇠사슬에 엮여 있다는 것일까아무리 생각해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나는 그들과 다르고 고문을 당하지도 않았다어마어마한 계획도 없을뿐더러동료 따윈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자백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탓에 뼈를 부러뜨리거나 손톱을 뽑히는 일도 당하지 않았다그저 등가죽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채찍질을 당했을 뿐이다.
등 한쪽에 불길이 치솟는 듯한 아픔도 지금은 사라지고 없었다어떤 감각도 없었다차가운 비를 맞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추위도 느끼지 않았다이제 곧 죽음을 맞이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무척이나 기묘한 감각이었다.
    
변변찮은 인생이었어......”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좋은 날 같은 건 단 하루도 없었다비가 내린 날도 맑은 날도 최악이었다철이 들 무렵부터어쩌면 태어난 그 순간부터 최악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03P.
가장 오래된 기억은 엄마의 고함 소리그다음은 얻어맞은 기억밖에 없다밥은 만족스럽게 먹었는지 어땠는지 의심스럽다나는 말을 배우기도 전부터 먹을 것을 훔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제대로 된 식사를 얻어먹었다면 훔칠 필요 따위 없었을 것이다.
우리 엄마가 특별히 나쁜 여자였던 것은 아니다따뜻한 식사와 잘 곳을 보장받는 운이 좋은 어린이는 극히 일부였다어딘가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모를까그런 생활을 도저히 기대할 수 없었다어쩌다가 실수로 태어나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면서정직하지 못한 어른으로 자라아무 생각 없이 아이를 만든다대부분의 여자가 비슷할 것이다엄마는 자신이 자란 방식대로 나를 키웠던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럭저럭 남자를 상대할 수 있는 연령이 되자 당연하다는 듯이 엄마는 나를 팔아넘겼다지금 떠올려보면 비참할 정도의 푼돈팔려 간 곳은 역시 사창가엄마와 참으로 닮은 여자들이 볼품없는 남자들의 상대를 했다.
다 늙은 여자뿐만 아니라 내 또래의 소녀들도 있었다그중 한 명과 친하게 지냈다그녀는 나를 우스 베니라고 불렀고그래서 나는 자신의 눈동자의 색을 알게 되었다내가 그렇게 말하자그녀는 거울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거야?”라며 어이없어 했다그 말 그대로였다나는 자신의 얼굴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나는 그녀를 시콘이라 부르기로 했다자신의 얼굴은 아무래도 좋았지만그녀의 눈동자 색은 예쁘다고 느꼈다우스베니와 시콘그것이 둘만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었다.
언젠가 시콘이 돈 훔쳐서 달아나자라고 말했다우리 둘이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어디로 도망칠 건지 도망친 다음 어떻게 할 건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04P.
계획은 예상과 달리 순조로웠고 우리는 들 수 있을 만큼 돈을 가지고 마을 벗어나 다리를 건너 강 너머까지 도망쳤다거기에는 남자가 말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본 적이 있는 남자였다시콘에게 열중하던 손님이었다역시나시콘이 강 너머까지 도망치면 그다음은 어떻게든 될 거야.”라고 말한 건 이런 이유였던 건가라며 납득했다.
    
틀림없이 나도 데리고 갈 거라고 믿었지만말도 안 되는 착각이었다처음부터 두 사람은 나를 죽일 셈이었다시콘 혼자 옮길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나에게도 말을 걸었던 것이다.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줘우스베니.”
  
 그렇게 말하고 시콘은 씩 웃었다평소와 다름없는 미소였다아아 그렇구나이런 웃는 얼굴로 시콘은 나를 죽일 궁리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겨우 알아챘다.
그 순간 추격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분명히 내 목숨은 거기까지였다두 사람은 서둘러 도망쳤고 나는 붙잡혔다.
시콘을 원망할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그저 자신의 멍청함에 어지간히 화가 났다왜 타인의 말 따위 믿었던 걸까속은 내가 나쁜 것이 분명하다결과적으로 강 건너편에서 죽은 것은 시콘과 그 남자였고도망쳐서 살아남은 것은 나였는지도 모르지만나는 다음엔 더 잘 해야 지라며 마음먹었다.
그 기회가 찾아온 것은 몇 개월 뒤였다돈을 가지고 도망치는 것은 제대로 했다아마도 시콘보다도 훨씬추격자가 뒤따르지 않도록 뚜쟁이(매춘부를 관리하는 여성기둥서방)도 수하 놈들도 여자들도 모두 죽였다어렵지는 않았다모두가 잠들었을 즈음을 노려서 한 명씩 죽일 수 있었다.

05P.
제일 먼저 뚜쟁이를 죽이고다음 죽인 것은 거친 일을 시키려고 고용한 남자들이었다술통에 독을 섞어 두었던 덕분에 남자들은 반죽음 상태였다힘이 약한 나도 움직이지 않는 남자의 숨통을 끊어 놓는 것 정도는 문제없었다.
남자들을 정리한 뒤로는 모든 것이 순식간이었다여자는 피 냄새에 둔감하다누워 있는 바로 옆에서 짙은 피가 흐른다고 해서 잠을 깨는 여자는 없다누구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었다.
들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들고 날이 밝기 전에 마을을 빠져나왔다물론 추격자는 오지 않았다하지만 추격자 보다 더 성가신 것이 나타났다도적이었다녀석들은 너무도 간단히 나를 붙잡고 가지고 있던 돈을 기뻐하며 빼앗아갔다목숨까지는 빼앗기지 않았다고 해도 또다시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이 분했다.
팔려서 창녀로 되돌아가기 전에 녀석들의 빈틈을 노리고 어떻게 도망쳤다이번에는 돈을 챙길 여유 따위는 없었다아니섣부르게 돈을 들고 다니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가지고 있으면 빼앗겨필요한 물건은 안 사고 훔치면 돼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누구도 내게서 빼앗아 가지 못해.
오직 하나빼앗길 것이 있다고 한다면 나 자신다엄마가 나를 팔았던 것처럼도적의 두목이 나를 팔려고 했던 것처럼여자인 이상 항상 약탈의 대상이 된다이것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두고 갈 수도 버릴 수도 없으니까.
시콘처럼 남자를 만들어서 자기를 지키게 한다는 선택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하지만 타인은 거짓을 말한다타인은 배신한다그렇다면 지켜주지 않아도 좋아내 몸은 스스로 지키겠어.

06P.
아니딱 한 번딱 한 사람함께 살았던 남자가 있었다그 지저분한 매춘굴의 손님과 재회한 것이다멀고도 먼 낯선 마을에서남자는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고나도 남자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빨리 죽이지 않으면 이라고 생각했다뚜쟁이도 여자들도 모두 죽었는데나 혼자 살아 있다는 의미를 모를 만큼 머리가 나쁜 남자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죽일 수 없었다모르는 마을의 한구석에서 나는 그 남자와 살았다머리가 나쁜 남자는 아니었지만 성실한 인간도 아니었다남자는 자물쇠 따기를 특기로 하는 도둑이었다둘이서 강도 짓을 하면서 유쾌하고 즐거운 날들을 보냈다이런 생활도 나쁘진 않구나라고 나는 남자에 대한 살의를 버렸다.
그 생활도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병에 걸린 것이다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몸을 좀먹는결코 낫지 않는 죽음의 병그것도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감염되는 병에.
죽음의 병을 두려워한 남자는 나를 버렸다그 기분을 모르지 않았기에 그뿐이라면 남자가 떠나는 것을 내버려 두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남자는 나를 관리에게 팔려고 했다그 매춘굴을 침입한도적에게는 상금이 걸려있었던 모양이다.
바보 같은 남자다. 나는 병에 걸린 것이 판명된 직후 여전히 증상은 가벼웠다일상생활이 심하게 힘들었다가저녁 무렵이 되면 한기가 들다가갑작스레 싫은 기침이 나오거나...... 그 정도였기에 사람을 죽이는 데 아무런 지장도 없었다.
  
07P.
잠든 순간을 노려 포박하려던 남자를 반대로 해치우는 것은 간단했다병으로 깊이 잠들지 못했고무엇보다도 나는 살기에 과민한 체질이었다생각보다도 빨리 나는 남자의 목을 단숨에 베었다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남자는 죽었다.
그제야 남자에게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던 자신을 발견했다침식을 함께 하면서 많은 날을 보내고 살의를 버렸다고 생각했지만그렇지 않았다언제라도 손이 닿는 곳에 칼을 숨겨두고 있었으니까.
다시 나는 그렇게 혼자가 되었다먹을 것이나 의복을 손쉽게 훔치면서 무작정 여행을 계속했다전해 들은 대로 병의 진행은 느렸고여행도 약탈도 살인도 충분히 가능했다훔친 물건의 주인은 그 자리에서 죽였다여자든늙은이든.
  
식량도 돈도 드리겠습니다그러니까죽이지 말아주세요살려줘요......”
  
몇 번이고 이런 말로 살려 달라고 빌었다신기해죽기 직전이 되자모두가 같은 표정을 지어나도 이런 눈으로 시콘을 보았던 걸까아니나는 목숨 구걸 따위는 하지 않았어.
  
혹시라도 살려주면너희들은 틀림없이 나를 원망해언젠가 나를 죽이려고 할 거야.”
 
그렇지 않아......”
  
그럴 리가 없잖아눈앞에서 엄마가 죽었어.”
  
그것도우리 엄마와 같은 여자가 아닌분명 좋은 엄마였을 거야온몸으로 딸들을 지키려고 했으니까.
  
08P.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제멋대로인 말은 하지 않을게.”
  
그리고 나는 가까이 다가가 떨고 있는 자매를 죽였다목숨을 빼앗는 순간에는 분명 원망하고 원망 받겠지만이것으로 복수의 칼날이 들이대는 인간은 없어졌다.
그중에는 목숨을 구걸하지 않은 자도 있었다나보다도 몇 살인가 어린 소녀였다그녀는 분노가 끊어 오르는 눈으로 내게 대들었다.
    
어째서!? 어째서이런 짓을 하는 거죠!?”
    
배가 고파서가 아닐까.”
    
헛소리하지 마!”
    
헛소리라니나는 죽을 만큼 배가 고파그런데 먹을 걸 살 돈이 없어.”
    
그러면이런 짓 하지 않아도!”
    
그녀의 눈앞에는 아빠와 오빠의 시체가 뒹굴고 있었다조금 떨어진 곳에 요리사로 보이는 여자의 시체도성가신 사람부터 정리한다결과적으로 마지막에 남는 것은 언제나 어린아이나 늙은이다.
    
돈만 가지고 도망치면 되잖아!”

아아그렇지이전에는 자신을 원망하는 인간을 늘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그런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어째서 일까?”
 
나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소녀의 목을 쳤다숨이 끊어지고 나서도 그녀는 눈을 뜨고 있었다그 두 눈에 분노의 감정을 남긴 채.
  
09P.
어째서묻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야.”
 
소녀의 시선을 등으로 느끼면서 나는 테이블 위의 빵을 집었다무척 배가 고팠다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그래서 유복해 보이는 이 집에 침입했다게다가 식사 시간이었으니까곧바로 배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작 그런 이유다하지만.
 
어째서 인 거지.”
  
접시의 요리를 손으로 먹고 물병에 입을 대고 물을 마셨다이 집의 요리사는 솜씨가 좋아.
  
나는 죽이는 걸까이만큼이나 죽여왔는데도모르겠어.”

바닥을 뒹구는 소녀의 머리에게 말을 걸었다자신이 죽여온 사람 수 따위 일일이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숫자를 세어볼 마음도 없었다아무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죽였다이만큼의 생명을 빼앗아왔는데도그런 단순한 물음에 대답조차 할 수 없다니.
왜 죽이는 걸까?
  
어쩌면그것이 알고 싶어서 죽이는 것인지도 몰라.”

이 답에 완전히 납득한 기색도 없이 소녀의 두 눈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후로도 나는 똑같은 생활을 계속했다어느덧 이유도 답을 찾는 일도 그만두었다마치 호흡을 하는 것처럼 빼앗고죽였다.

10P.
아마도 죽인 사람 수가 대략 세 자리를 넘긴 무렵부터나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침입한 집의 모든 사람을 죽였기에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숨길 마음도 없었으니누군가가 그 모습을 보았겠지.
어린아이나 노인에 이르기까지 용서 없이 죽이는 것이 젊은 여자에다게다가 혼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그다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곧 나의 수배 전단지가 뿌려졌다행상인들이 소문을 퍼트려어느 마을에서도 어느 나라에서 사람들은분홍빛 눈을 가진 마녀를 찾았다붙잡으면 놀고먹을 수 있을 정도의 상금정보만으로도 그런대로의 보상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붙잡혔다병으로 움직이지 못하던 순간에 포위당했다그 무렵에는 확실히 병세가 무거워져도망은커녕 저항도 하지도 못했다요란한 무장을 한 병사들이 과장되게 소란을 피우면서나의 손발을 밧줄로 묶었다.
어차피 병으로 죽을 거라는 예상은 빗나가고 나는 형장으로 보내졌다죽인 사람 수와 같은 수의 채찍질이 내게 내려진 형벌이었다스스로 생각해도 끈질기게등 가죽이 너덜너덜해지고 살이 갈라질 때까지 채찍질을 당해도 죽지 않았다.
무엇보다도죽인 사람 수가 정확했다면 나는 죽었을 것이다실제 숫자보다도 꽤나 적게 계산된 덕분에 죽기 직전에 형이 끝났다.

11P.
물론 그것으로 용서될 수 없기에 나는 쇠사슬에 묶여광장에 방치되었다. 5인의 모반자들과 함께내 옆에 묶인 사람은 나이도 차지 않은 소녀였다다른 자들이 신음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데도 그녀만은 의연한 말투로 우리들은 틀리지 않았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 목소리도 결국 약해져갔다여기에 방치된 순간 그녀는 누구보다도 쇠약했다기력만으로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상대가 시력을 잃었다는 것을 핑계로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옆에 있는 소녀를 이리저리 뜯어보았다정의감이 강하고올곧고대체로 나와는 정반대인 소녀이런 곳에서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드디어 그녀는 나에게 이름을 물었다내가 무심코 심한 기침을 한 탓이다이 병의 특징이 듣기 싫은 소리의 기침이었기에그녀는 옆에 있는 것이 동료가 아니라고 눈치챈 것이다.
 
당신은 누구지이름은?”

이름 따위 없다고 나는 답했다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어돈도 없을 뿐 아니라 집도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아무것도 없어완벽하리 만큼 아무것도남은 것은 이 목숨뿐이지만 이제 곧 그것도 사라져 버려전부차감 제로시시해.  
그렇다시시한 인생이었다살아온 의미 따위 전혀 없는 텅 빈 날들돌아보면 한심해서 웃음이 멈추지 않아. 
울지 말라는 소리가 또 들렸다.
  
12P.
웃고...... 있다.”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탓에 흐느껴 우는 것으로 들릴 뿐이겠지다음 순간에 호흡이 멈춘 데도 이상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했다.
  
진짜야?”

어어.”

안심한 듯한 한숨이 들렸다어느새 비가 잦아들었다다음 순간 그녀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무척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고곧 움직임이 멈췄다.

이봐......”

대답은 없었다.
  
내가 마지막인가.”
  
최후의 한 사람은 5인의 시체와 함께 산 채로 태우기로 정해져 있었다그 말을 듣고 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혀를 깨물었다광장에 나온 시점에 이미 한 사람은 죽었다비가 내리기 전에 또 한 사람이 죽고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에서 또 한 사람이 죽고 나서나와 소녀만이 남았다.
이런 빗속에서 화형은 무리일 테니나는 5인의 시체와 함께 생매장되겠지그녀가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유일하게 다행인지도 몰라최후의 최후까지 다른 사람을 염려한 소녀가 가장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다니잘못됐어.
  
13P.
잘못돼뭐가누가?
우리들은 틀리지 않았다는 소녀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그래그녀는 전혀 틀리지 않았어틀렸다고 한다면 이 세상이다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영주가 있고아무렇지 않는 얼굴로 사람을 죽이는 내가 있고약한 자들을 위해서 일어선 사람들이 벌레처럼 죽어나가는 이 세상.
이런 것은이상하지 않아도리에 맞지 않은 일이잖아!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아니야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나는 계속 화를 냈던 것이다스스로 깨닫지 못했지만화가 나있었다나는 이 세상을 원망하고 저주했다이미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먼 옛날부터.
외침에 목이 떨려오는 듯한 느낌이었다부글거리며 미지근한 것이 입에서 쏟아졌다내가 토한 것은 절규가 아니라 피였다이 빌어먹을 세상에 나는 살해당하려고 하고 있어용서 못해용서할 것 같아네가 죽어너희들이 죽어 버려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정신을 들었을 때 눈앞에 꽃이 있었다나와 소녀의 시체 사이에 분홍색의 꽃이 피어 있었다.
어느새이런 곳에 꽃 같은 게 피어 있었던가?
꽃이 비를 맞으며 흔들리고 있었다완전히 처음 보는 꽃인데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느낌이 든다자신의 눈과 꼭 닮은 색이라서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른다아니면 이것은 천국에나 핀다는 꽃이고어쩌면 나는 이미 죽은 것일까?
아니야나는 죽은 것도 천국 같은 데 갈 리가 없어죽음을 앞두고 환상을 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14P.
환상이라도 좋아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이 손으로 만져보고 싶어꽃을 받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고꽃을 갖고 싶다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이 꽃은 좋아.
시선조차 사로잡힌 느낌이었다눈을 감지도 못하고나는 오로지 그저 꽃을 바라보았다어쩜 저렇게 이쁜 걸까...... 하찮은 인생이었지만이런 꽃을 보면서 최후를 맞이한다면 나쁘지 않아.

눈앞에 가득 핀 꽃을 바라보며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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